(269)한국인과 세계음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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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외유를 하는 동안 서양음악의 발상지인「유럽」의 악단은 이제 심각한「딜레머」에 빠져있으며 그 반면 한국의 음악계는 앞날이 환히 밝다는 생각을 안고 돌아왔다.
구미악단과 우리악단을 비교하면 노경에 접어든 대학교수와·국민학교 학생으로 비유할 수가 있을 것 같았다.
구미악단의 고민은 이 노경에 들어선 대학교수의 창작활동이 궁핍에 있는 것처럼 보인다.
연주면 에서는 원숙할 대로 원숙했지만 창작곡에서는 돌출구를 찾지 못해 헤매고 있다는 인상이 짙었다.
또는 음악적인 재료가 과거의 대 음악가들에 의해 남김 없이 구사되고 발굴된 탓일까.
어쨌든 이름높던「음악전당」이 박물관과 같은「음악회장」으로 떨어지고 있음을 걱정하는 소리를 많이 들었다.
반면 한국의 악계를 돋아보면 이제야 도약단계에 들어서지 않았나 하는 발랄함을 느끼게 된다.
서양음악이 수입 된지 80년이 된다. 음악의 발달사에 좇으면 먼저 충실한 연출가가 탄생해야 되는데 이 「충실한」젊은 연출가들이 사방에서 각광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몇 달전 미국에 있는「매도·마운텐」하기현악학교에 우리나라 청소년음악가 11명이 참가했었다. 이때 이를 주관한「갈라미안」교수는「인터뷰」하려온「타임」지 기자에게『과거의 세계 현악계는「유대」인이 장악했으나 한국인이 장학할 시기가 멀지 않은 것 같다』고 예언했었다.
「현악계의 별」을 수없이 길러낸「갈」교수의 예언은 곧 우리에게 서광을 비쳐주는 말인 것이다. 뿐만이 아니다.「보스턴」교향악단 악장인「자제예프스키」씨는 언젠가 나에게 연출인을 찾는 과정에서『많은 동양인을 가르쳐 보았으나 일본인은 나쁜지는 않으나 무언가 부족했는데 한국인을 보니 그렇지가 않더라』고 재능을 격찬해 준 일이 있었다.
이미 이름을 떨친 몇몇 음악인보다도 이제 자라나는 음악애호가 속에서 우리악단이 비약할 자질이 광맥처럼 숨어있음이 뒤늦게 발굴되기 시작한 것이다. 이를 개발하는 것이 기성음악인들의 할 일이라는 생각이 몇 번이고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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