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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년대 퀸' 신디 로퍼 잊혀진 팝가수에서 뮤지컬 퀸으로 부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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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4면

‘연극?뮤지컬의 아카데미상’으로 불리는 제67회 토니상의 주인공은 ‘킨키 부츠’였다. 2005년 동명의 영국 영화를 뮤지컬로 만든 이 작품은 최우수 뮤지컬·작곡작사상?안무상 등 6개 부문을 휩쓸었다. 10일(한국시간) 토니상 시상식에서 펼쳐진 ‘킨키 부츠’의 축하 공연 장면. [뉴욕=로이터 뉴시스]
팝에 이어 뮤지컬 정상에 오른 신디 로퍼.

그도 어느새 회갑을 맞았다. 과거 알록달록한 옷차림, 어딘가로 튈지 모르는 4차원 소녀 이미지는 온데 간데 없었다. 차분했고, 나잇살도 붙어 있었다. 하지만 스타성만은 여전했다. 음악적 천재성을 발휘하기엔 딱 한 편이면 충분했다.

 올 토니상의 히로인은 흘러간 팝스타 신디 로퍼(Cyndi Lauper·60)였다. 신디 로퍼는 67년 토니상 역사상 최초의 여성 작곡가 수상자로 기록됐다. 그것도 처음 도전한 뮤지컬을 통해서다.

10일(한국시간) 미국 뉴욕 라디오시티홀에서 열린 제67회 토니상에서 신디 로퍼가 작곡·작사를 한 ‘킨키 부츠’(Kinky Boots)는 최우수 뮤지컬상을 비롯, 남우주연상·작곡작사상·안무상 등 6관왕에 올랐다.

 이날 시상식은 마돈나와 함께 1980년대 세계 팝시장을 양분했던 신디 로퍼의 존재를 다시 한번 대중에게 각인시키는 자리였다. 1983년 ‘걸 저스트 원트 투 해브 펀’(Girls just want to have Fun)으로 혜성같이 등장한 그는 ‘타임 애프터 타임’(Time after Time) ‘쉬 밥’(She Bop) 등을 연이어 히트시키며 최고의 팝스타로 우뚝 섰다. 85년 그래미상을 휩쓰는 등 3000만 장 넘는 음반 판매량을 기록했다.

마돈나가 댄스 음악에 방점을 둔 섹시 아이콘이라면, 로퍼는 키치적 감성으로 무장한 엉뚱 발랄 뮤지션이었다. 디스코·팝·록·발라드 등 폭넓은 음악적 스펙트럼으로 전세대에 걸쳐 사랑을 받았다.

 하지만 90년대 들며 그의 인기는 시들해졌다. 음반은 꾸준히 내놓았지만 폭발성은 없었다. 잊혀져 가던 왕년의 팝스타를 다시금 무대로 불러 세운 건 뮤지컬이었다. 그의 콘서트 안무를 담당했던 제리 미첼(킨키부츠 연출가)이 함께 작업 하기를 제안했고, 20년 지기 극작가 하비 파이어스틴이 합류하면서 그도 용기를 내게 됐다.

 공교롭게도 작품은 신디 로퍼에겐 맞춤옷처럼 딱 맞았다. 뮤지컬 ‘킨키 부츠’는 경영 위기의 놓인 구두 회사를 되살리려는 젊은 사장이 우연히 드렉퀸에게서 영감을 얻어 여장 남자를 위한 신발인 ‘킨키 부츠’를 만든다는 이야기다. 사회에서 도태된 루저들의 눈물겨운 성공 스토리인 셈이다.

 뉴욕 브룩클린 빈민가에서 태어나 다섯 살 때 부모가 이혼하는 등 우여곡절이 컸던 신디 로퍼로선 자신의 이야기마냥 뮤지컬에 몰두했다. 힘겹지만 웃음과 희망을 잃지 않는, 따뜻한 음악적 기조가 생성될 수 있었다.

 이날 수상 소감에서 로퍼는 “어린 시절부터 음악적 영감을 준 어머니께 감사 드린다. 브로드웨이에 와서 작업하는 동안 이방인이라는 느낌은 전혀 없었다. 치열한 브로드웨이의 열정이 나를 감명시켰다”라며 감격해 했다.

 ◆한국도 제작에 참여=흥미로운 건 ‘킨키 부츠’의 공동제작사로 한국의 CJ E&M이 참여했다는 사실이다. 22명의 제작자 리스트중 CJ E&M은 여섯 번째로 이름을 올렸다. 지난해 기획단계부터 관여한 CJ는 100만 달러를 투자했고, 일본을 제외한 아시아 판권을 갖고 있다. 이로써 ‘킨키 부츠’는 한국 제작사가 참여한 최초의 토니상 수상작이 됐다.

CJ E&M 공연사업부문 김병석 대표는 “영·미권에서 뮤지컬을 만들 때 제작 초기부터 한국 회사를 파트너로 둔다는 건 그만큼 한국 뮤지컬 시장이 커졌고 중요하다는 증거”라고 했다. CJ는 현재 뮤지컬 ‘킹콩’ ‘어거스트 러쉬’ ‘보디 가드’ 제작에도 관여하고 있다.

 한편 브로드웨이 데뷔작 ‘럭키 가이’(Lucky Guy)로 연극 부문 남우주연상 후보에 오른 톰 행크스는 수상하지 못했다. 그 밖의 주요 수상 결과는 다음과 같다.

 ▶뮤지컬 부문=최우수 재공연상 ‘피핀’. 극본상 데니스 켈리(마틸다). 연출상 다이안 폴러스(피핀).

 ▶연극 부문=최우수 연극 ‘반야와 소냐와 마샤와 스파이크’(Vanya and Sonia and Masha and Spike). 최우수 재공연상 ‘누가 버지니아 울프를 두려워하랴’. 연출상 팜 맥킨넌(누가 버지니아 울프를 두려워하랴).

최민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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