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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감독, 조스팽 뒤 이을까

중앙일보

입력

'주눅 든' 프랑스 감독 로저 르메르가 경찰의 호위를 받으며 비행기에 오르고 있다.
로저 르메르 프랑스 감독은 금요일 예정에 없던 프랑스축구연맹 연방위원회 회의 참석 요청을 받았다.

르메르는 전 대회 우승국으로서 월드컵 사상 최악의 성적을 기록해 사임하거나 경질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한 해설가는 르메르에게 리오넬 조스팽 총리의 전례를 따르라고 촉구했다. 조스팽 총리 역시 최근 운명의 1회전(프랑스 대통렫선거 1차투표-역주)을 통과하지 못했다.

월드컵에서 한 골도 넣지 못하고 치욕적인 탈락을 맛 본 '레 블뢰'는 수요일 일찌감치 귀국했다.

전 국가대표 스타 디디에 데샹과 장 티가나, 아르센 웬거 아스날 감독은 프랑스 언론을 통해 팀의 치욕적인 탈락에 대해 분노 섞인 질문을 했다.

60세의 르메르 감독은 전회 월드컵과 똑같은 선수들과 똑같은 전술에 집착했다고 비난을 받고 있다. 그는 자신이 파리로 돌아오면 무엇이 기다리고 있는지 알고 있었다.

월드컵 개막식 밤에 프랑스가 세네갈에 패하자 르메르는 "실제로 프랑스가 이기면 내가 옳은 것이 되고 지면 모든 사람들이 희생양을 찾아 질책한다"고 말했다.

프랑스 팀은 서울 외곽의 인천공항에서 에어 프랑스 편을 탔다. 출장정지로 화요일 덴마크 전에 결장한 공격수 티에리 앙리는 대한항공 편으로 아스날 선수들이 있는 런던으로 떠났다.

1966년 브라질 이후로 처음으로 월드컵 1회전에서 탈락한 전 대회 우승국이 된 프랑스 팀은 다른 여행객들의 박수를 받았다. 선수들은 공항에서 경찰 3백여 명의 호위를 받았다.

해설가 마르탱 쿠트리는 르메르를 리오넬 조스팽 전 총리에 비유했다. 조스팽은 4월 21일 대선 1차 선거에서 극우파 지도자 장-마리 르펜에게 패한 뒤 정계 은퇴를 선언했다.

쿠트리는 "이제와서 칼을 빼들 필요는 없다"며 "그러나 명예를 위해 르메르는 중대한 1회전에서 살아남지 못한 리오넬 조스팽의 뒤를 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공산당 일간지 뤼마니테도 프랑스의 2002년 월드컵 성적은 '믿을 수 없는 대실패작'이라며 이에 동의했다.

뤼마니테는 1815년 나폴레옹의 마지막 패전을 언급하며 "지도자에게 문제가 있지 않는 한 그처럼 워털루 전쟁 같은 패배를 겪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골키퍼 파비앙 바르테즈의 모습이 국가 전체의 감정을 잘 나타내주고 있다.
뤼마니테는 허술한 전술, 잘못된 팀 선발, 지네딘 지단과 로베르 피레의 공백, 선수들의 상업적 이해관계, 선수들을 어쩔 수 없이 뛰게 만든 경기 횟수 등 전 부문에 책임이 있다고 밝혔다.

르 몽드는 "틀림없는 실패였다. 팀의 노쇄, 선수들의 피로, 잘못된 계획, 분열, 동기 부족 등 모든 부분에서 원인을 찾을 수 있는 고통스런 좌절"이라고 보도했다.

유력 축구 전문지 레퀴프는 선수들의 오만함을 비난하며 "아듀 레 블뢰. 한때 빛나던 프랑스 축구 시대의 종말"이라고 말했다.

레퀴프는 "1998년 월드컵에서 그들을 우승으로 이끌었던 오만함이 이번에는 그들의 눈을 가렸다"고 보도했다.

전통적으로 온건한 르 피가로도 가족의 죽음이라는 표현을 썼다.

르 피가로는 "우리는 영광스런 경험의 종말을 가져온 실패에 대해서 부검을 실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단(오른쪽)은 프랑스의 세 경기중 마지막 경기에만 나섰다.
"성공과 돈에 삐뚤어지고 눈이 먼 선수들과 그들 주위의 사람들은 가장 중요한 것을 무시했다. 바로 축구장이다. 그들은 자부심과 야심으로 가득차서 아시아에 왔다가 나락으로 떨어졌다. '레 블뢰'에게는 한 시대의 비참한 종말을 고하는 슬픈 이야기다. 전국이 혼란에 빠져있다."

석간신문 프랑스 스와르는 프랑스 팀이 '피곤함과 열정의 부족'을 보여줬다고 한탄하며 이것은 '자기도취와 일부 선수들의 노쇠'를 증명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와 유사한 발언들이 불어권 세계에서 잇따랐다.

알제의 일간지 르 마틴은 마지막 경기는 프랑스에게 '결정타'였다며 프랑스 팀은 "프랑스인들에게 터무니 없는 희망을 갖게 했다"고 보도했다.

PARIS, France (CNN) / 이인규 (JOI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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