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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장의 직무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8일 법관추천회의에서 민복기변호사의 대법원장제청이 있었다. 대통령은 이제 국회의 동의를 얻으면 정식임명하게된다.
우리나라에서도 대법원장의 선임은 그동안 많은 변천을 해왔는데 제1공화국헌법하에서는 대통령이 임명하였고 제2공화국헌법하에서는 법조인에의한 선거제로하였고 제3공화국헌법하에서는 법관추천회의에의한 제청제도튤 채택하였다.
한국가의 최고재판소의장을 선임하는데에는 선거제와 임명제가 있다. 대륙법국가에서는 최고재판소는 헌법재판소인 경우가 많다. 서독의 헌법재판소소장은 연방민의원에서나 연방참의원에서 선거된다. 초대헌법재판소소장은 연방민의원에서 간접선거에의해서 선출하고 제2대소장은 연방참의원에서 직접 선거되며 제3대소장은 다시 민의원에서, 4대소장은 참의원에서 교대로 선거한다.
서독연방헌법재판소장은 헌법상 국가의 제2인자적 지위를 가진다.
영미법국가에서는 최고재판소장은 임명제로하는 경우가 많다. 미국의 대법원장은 대통령이 상원의 의례적 동의를 얻어 임명한다. 상원의 동의는 이제까지 의례적인 것이었으나 금번 「포터스」 대법원판사의 대법원장 승격을 상원이 저지함으로써 상원의 동의권의 의의는 상승했다. 미국의 대법원장은 임기가 없으므로 얼마든지 재임할 수 있다. 영국의 대법관도 국왕이 임명한다. 일본의 최고재판소소장은 내각의 지명에따라 천황이 임명하되 국민심사를 받아야한다. 국민심사는 임명후 처음 총선때와 그뒤 10년마다 행하여지며 과반수를 얻지못하면 해임된다. 우리와 비슷한 것은 불란서의 제도로서 최고재판소의장인 법관은 최고사법회의의 추천에 따라 대통령이 임명한다.
대법원장의 선임을 선거제로 할 것이냐 임명제로 할 것이냐는 일장일단이 있다. 서독과 같이 의회에서 선거하는경우 정치적 색채를 띠게 될 염려가있고 우리의 제2공화국에서와 같이 선거제로할 경우 법조인간의 파벌조성의 우려가 있다. 임명제로 할경우 문제가 되는것은 사법권의 독립이 침해될 것이 아닌가, 임명권자의 횡포가 있지않을까하는 염려다. 그래서 현행헌법이 법관추천회의제도를 채택하였는데 이제도에도 여러가지 말썽이있다. 그러나 임명제건 선거제건 일단 대법원장이 선임되면 정치에 초연하여 사법부의 독립을 지키게 되는 것이 대법원장의 식견이며 세계 공통적인 역사적 현상이다.
미국의 「워린」 대법원장은 전직이 공화당출신「캘리포니아」주지사였는데도 불구하고 대법원장 취임후에는 정치에 초연하여 판결하였고 오히려 공화당 대통령후보인 「닉슨」보다 민주당대통령인 「존슨」에게 호의를 갖고 「존슨」이 후임자를 지명해주기를 바랐던 것이다.
대법원장은 대법원의장이기는하나 타대법원판사에대한 지휘감독권을 가지지는 않는다. 미국의 대법원장은 동료중의 1인자로서 사회자의 지위를 가진다. 그러나 그는 이송명령 영장발부를 심의하는 대법원사건회의의 의장으로서와 판결의견작성자 선정권자로서의 지위에따라 대법원의 판결에 중대한 영향을 끼친다. 대법원판사간의 친화조정을 위해 임명된 「빈슨」 대법원장은 대법원판사간의 친화도모에는 성공하였으나 국민의 기본권보장에 역행하는 냉전기의 대법원장으로서 많은 보수적인 판결을 남겼다.
후임자인 「워린」법원이 「빈슨」법원의 판결을 뒤엎고 새로운 진보적인 판례를 남긴것은 너무나도 유명하다. 「워린」 재임16년간의 기본권 보장판결은 미국정치와 사회에 조용한 혁명을 완수하였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대법원장의 성격과 학식에따라 대법원의 판례와 태도는 많이 달라진다. 일본서도 전중경태낭최고재판소장관은 보수적인 많은 판례를 낳게했다. 대법원장에따라 대법원의 분위기가 가족적일수도 있고 권위적일수도있다. 「워린」법원에서 많은 반대의견과 보족의견이 나오는 것도 그의 온후한 성격때문이라고 보는 사람이 많다.
우리나라의 대법원장은 대법원판사와 각급 판사의 임명에 있어 많은 발언권을 가지고 있으며 사법행정을 관장하고 있기때문에 그 인물여하에 따라서는 사법부전체의 성격이 규정되게된다. 이점에서도 대법원판사들과의 인화를 도모할수있고 사법부개혁의 열의가 있으며 이를 수행할 끈기있는 사람이 요청된다고 하겠다. 행정관료를 지냈다고 하여 행정부의 견해를 좇을수없는 것이 법관의 양식이며 사법권의 독립의 소이일 것이다.
신대법원은 많은 반대의견과 보족의견을 가진 좋은 이례를 남겨야 할것이며 업무량과다와 빈약한 경제적 정신적 처우에서 시달리고있는 법관에 정의실현의 사명감을불러 일으켜야 할것같다.
신대법원장에게 바라고 싶은것은 미제사건의 누적과 인권침해사태의 범람속에서 신음하고있는 사법부를 혁신하여 국민의 기본권을 칠저히 보장해주었으면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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