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굶주려도 식량원조 말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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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굶어죽을 세상이 다가왔다』면서 돌아다니는 깡마르고 금욕적인 모습의 인도인이 옛날에 있었다. 이와는 달리 살이 찌고 낙천적인 한 화란인은 『세계의 식량과 농업사정은 이제 희망을 걸 수 있는 단계에 접어들었다』고 말한다. 이 화란인이 지난해 「센」박사의 후임으로 FAO(세계식량농업기구)사무총장에 취임한 「뵈르마」박사다.
그는 최근에 발표된 FAO연차보고서의 서문에서 앞서와 같이 말한 것이다. 이 말은 FAO가 세계의 식량문제에 관해 수년동안 지녀온 낙관론의 최초의 표시라는 점에서 의의가 크다.
65∼66년에 인도가 겪은 가공할 한발은 북미대륙의 곡물재고 감소와 겹쳐 식량문제의 비관론자들에게 다시 한번 입씨름의 기회를 주었다.

<다수확 개량종 공급>
「1975년의 기근」따위의 제목을 붙인 책들이 나타나기 시작했고, 미국은 작년의 「케네디·라운드」관세협상에서 박농물의 무거운 짐을 식량원조 제공의 형태로 다른 공업국가에 덜어 줄수있었다.
그러나 갑자기 사태는 호전된듯 했고 인도는 작년에 여분의 양곡을 보유할 수 있었다. 올해 사정은 좀 좋지 않으나 주요 곡물수출업자들은 곡가수출에 힘을 기울이고 있다. 이와같은 새 낙관론이 일어난 데는 두가지 요소가 있다. 첫째 작년에 6%가까이 늘어난 발전도상지역의 식량생산은 65, 66년의 1인당 생산량 감소를 거의 「커버」할 수 있는 것이다.
둘째 발전도상국의 농민들이 을바르게 일을 하기 시작한 것 같다. 「아시아」의 몇몇나라 특히 인도에서는 쌀과 밀의 다수확성 개량종이 쓰여지고 있다. 이밖에도 급증하는 비료사용, 확대되는 관개사업, 제서작업, 영농기술에 대한 지식, 개발계획에서의 농업에 대한 가일첨의 관심집중등이 낙관론을 뒷받침 해 준다.
이러한 사태의 진전이 농업혁명으로 개화한다면 앞으로 식량생산은 인구증가를 쉽게 앞지를 것이다.
FAO는 농업정책에 합리적인 변화가 일어난다면 62년∼75년 사이의 인구증가율은 연간2.8%도 안되는 반면 식량생산은 연율3.6%까지 늘어날 것으로 추산됐다.
그러나 비관론자는 인구증가율이 2.8%를 쉽사리 하회하리라고 보지는 않는다.

<불확실한 식량통계>
발전도상지역의 거의 모든 나라에서 1인당 식량생산고는 60연대초기보다 낮거나, 적어도 높이지 않았다. 지난 15년간에 얻은 것은 극히 근소하다. 이러한 사실에다 인구증가율은 2.5%이고 식량생산증가는 아직 입증되지 않은 가설을 전제로 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낙관론자와 비관론자의 논쟁의 전적은 동점에 가까워 진다.
하지만 비관론자의 주장도 허약한 통계에 근거하고 있다. 물론 여러가지 사정으로 충분히 음식을 먹지 못하거나 형편없는 것을 먹고사는 사람들이 세상에 많다는 사실을 증명하기는 어렵지 않다.
그러나 인구통계는 불확실하고 식량통계는 더욱더 불확실한 것이다. 예컨대 발전도상국의 생계유지용 식량생산고는 1인당 평균소비량 추정치와 일반에게 알려져있는 인구수를 곱해서 얻는다. 생산고를 따로 따져 볼 수 있는 좋은 검사방법이 있더라도 정확한 소비실태를 파악하기는 더욱 어려운 문제다. 식량의 저장량과 낭비량에 관해서도 추정수치를 얻어야 하는데 이러한 추정치는 일반적으로 정확한 숫자가 못된다.
그러나 굶주리고 있는가를 알기 위해서는 얼마나 먹어야 하는가를 알아야 한다. 이에 대한 FAO의 기준치는 너무 높게 책정된 것이라고 오랫동안 비난 받아왔다.
미국대통령의 과학자문위원회는 세계식량문제에 관한 작년도 보고서에서 FAO의 기준치에 대해 몇가지의 유효한 논펑을 가했다.
자문위는 FAO가 사용한 가설적인 인간의 체중대신 이 기준치가 적용되는 몇몇국가의 실제 평균체중을 사용하여 기준치를 다시 계산했다. 인도의 경우1인당 1일평균 필요열량이 2천2백「칼로리」라는 FAO의 기준은 1천9백36「칼로리」로, 「파키스탄」은 2천2백75에서 1천8백36으로 깍였다. 이 새로운 기준은 실제로 수용할 수 있는 식량수요를 제시했다. 또한 FAO기준은 일본인이 영구적인 영양실조 상태에 있다고 판단하는등 설득력을 잃고있다.

<불평등한 분배조직>
문제점의 대부분은 「조직」에 있다. 65∼66년의 인도기근이 최악의 상태에 달했을때 인도의 몇몇주는 그래도 상당량의 잉여양곡을 갖고 있었다. 그러나 FAO는 양곡의 불평등 분배문제를 해결할 만큼 정치적 영향력을 발휘할 수 없는 입장이다.
인구가 급속히 늘어가고 소득이 증가하기 때문에 식량수요도 급속히 급증하는것은 분명하다.
농업생산성이 대부분의 발전도상국에서 낮고, 과거의 개발정책이 농업생산성개선의 우선순위를 낮게 책정했다면 통계는 여하튼간에 농업생산의욕이 낮은 것은 명백한 사실이다. 훨씬 더 많은 투자가 농업부문으로 가야한다. 이러한 명제가 발전도상지역에서 지배적인 견해인데도 불구하고 정부들은 아직도 제철공장을 먼저 세우려고 한다.
인도같은 나라들처럼 사태가 악화되면 미국에 달려가 잉여농산물을 얻을 수 있다는 생각으로 식량계획을 짜다가는 절대로 구제받을 수 없게 된다.

<기근빚는「세계곡창」>
기근이 빚어내는 가장 해로운 점은 미국이 세계의 곡창이라는 생각을 갖게하는 데 있다. 지난 10년간 발전도상국(중공제외)의 곡물수입량은 거의 배증, 연간 3천만톤에 이르렀다.
이 증가량은 대부분 원조이며 미국것만도 16억불 어치였다. 올해에도 인도는 6백만톤의 미국양곡에 의존하고 있다 (가장 심한때에는 세계각처로 부터 2천만톤이나 얻었다).
곡물원조의 증가는 발전도상국의 식량문제가 점점 악화되고 있다는 결정적인 증거가 된다. 식량원조 규모는 대체로 수요에 따라 결정되는것이 아니기 때문에 증가하는 곡물교역량은 미국의 잉농물이 처리되는 방법을 보여줄 따름이다.
사실 이렇게 본다면 식량원조는 그것을 받는 나라에 오히려 해독을 끼칠수 있다는 사실이 부각된다.

<생산의욕 위축시켜>
「비아프라」는 분명히 이 경우의 예외 이겠지만 완전기근이 없는 한 수원국에 제공된 식량원조는 오히려 현지농민들이 생산한 곡물을 파는데 어려움을 줄것이다.
이는 농민들의 소득을 즐이고 산출량과 생산성을 높일 능력을 위축시킨다. 물론 도시지향적인 정치인에게는 보상이 있겠지만 과거에 「이집트」는 국내곡물가격을 국제가격이하까지 인하하는 수단으로 식량원조를 이용했는데 이를통해 농민들은 면화생산이나 공업에 투입됐다. 인도에서 미국의 식량원조가 계속될 것이라는 전망은 계획가로 하여금 증대된 곡물산출량을 도시에 싸게 내다 팔수있는 부유한 농민들에게 관심을 갖게 만들었다.
한편 분배체제가 붕괴되지 않는 한 기아가 가져다주는 최악의 사태는 미국곡물이 완화해 줄 것이라는 생각아래 헐벗은 시골농민들은 그대로 방치된다.
기근의 아우성은 다른 어떤 사람에게 보다도 미국의 농업「로비이스트」들을 이롭게 해준다. 위기는 만약 위기가 있다면 세계식량공급문제보다 오히려 지역개발에 있을 것이다. 아마「맥나마라」씨가 세은, IMF합동회의에서 취할 수 있는 최선의 일은 회의에 참석한 각국재상들에게 영국국제취지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지역개발에서 단기적인 고의책은 흔히 장기전망을 망친다는 것을 환기시키는 일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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