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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의 발언과 의사록|흥종인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국회의 발언 내용에는 국회의원들이나 정부위원들의 어느것을 막론하고 우습고도 해괴망측한 것이 이따금 퉁겨나오는 것을 볼수 있다.

<만용부린「면책특권」>
간단히 국민들로서 납득키 어렵다든가 그내용이 유치하다든가,뿐이 아니고 빤히 들여다보이는 거짓말 같은것도 나오는것을 본다.
그런것 중에는 발언하는 자신도 어쩔수 없었다는 소위정치적 사정이란것 때문에 국민앞에자기망신을 무릅쓰고 희극아닌 비극을 연출하는 경우도 있으리라.
또힘에 벅찬 문제를 가지고 모르는것도 아는체하고 단순한 여당·야당간의 적대관계에서 호기를 펴자니,아는소리 모르는 소리 입에 거품을 물고 열을 올리는 경우도 있으리라.
그 어느것이나 성실치 못하고 또 무지를 범하는 발언이 될것이고 그 모두가 국민을 우롱하고 나라의 면목을 욕되게 하는것이 될것임에 틀림없다.
그런중에도 지난12일 문제의 괴벽보사건 때문에 특별위원회 구성에 관한 토론중 십오구락 소속 이라는 한국회의원이『괴벽보가 아니고 반공정신에 입각한 정의의「포스터」이었다』 고 하면서 괴벽보의 범행을 애찬,격려,선동하는것 같은 종류의 발언인가하면 괴벽보의 입을 그대로 본따서 대법원을 모욕하는 언사에 이르러서는 아무리 헌법과 법률에 의하여 정치상 발언의 자유가 보강된 국회라고 하지만 그 해괴망측함에 놀라지 않을수 없었다.
이러한 발언내용은 대법원판결에 대한 이론적견해의 차이를 말하는 종류의것이 아니고 괴벽보의 폭력적파괴행위를 국회의발언「자유」의 기회를 이용하여 두둔함으로써 헌법의정신을 유린하며 사법권독립을 위시한 삼권 분립의 국가조직의기반을 훼손하는 결과가 된다는점에서 국회로서는 도저히 용납될수없는일일 것이다.
이 문제가 과연 어떻게 처리될것인지 아직듣지못하고있음은 극히 궁금한일이다.

<별따기「산기록」구독>
여기서 국회운영상 중요한 부문의 하나인 국회의사록 발행에 관하여 국회책임자들에게 주의를 환기코자 한다.
국회는 입법과 예산안을 중심으로 국정전반에 관하여 정부·여당에 대항하여 야당과의 끊임없는 토론가운데 법과 정책의 구체적 내용을 다듬어 나가는 언론의 고장이요,그것이 곧 나라의 역사를 엮어나가는 일인 것이다.
그러면 국회에서 무엇을 어떻게 걸정지었는가, 또 어느 국회의원이 어떤 발언을 했으며 정부의 책임있는 답변이 어떤것이었느냐 하는것을 국민은 알고싶고 또 알아야할 권리를 가진다.
사실 상당히 많은 수효의 국민은 국회의 기록을 필요로 하는것이다.
또 국회로서도 국민의 많은 관심을 끌고있는 국정의 여러가지 문제에 관하여 되도록이면 그 구체적인 국회의 발언내용에 의하여 국민들에게 되도록 많이 정확히 알림으로써 국정에관한 국민의 진실한 이해를 가지게할 책임을 가지는것이다.
그런데 우리국회의 의사록의 발행은 어떤형편에 있는가하면 아주놀라지 않을수없다.
도대체가 국회의사록이란것을 얻어보기가 힘들다는일이 말이 안된다.
현재「국회의사록」이라고 국회사무처서 발행되고 있는 매호의 발행부수는 겨우 1천4백부에 불과하고 그 배부는 국회와 정부(지방에는군청까지) 기타 도서관 등등에 배부된다고 하며 일반국민은 어느 국회의원이거나 특별히 국회관계자의 손을빌지 않고는 얻어볼 도리 없이 되어있는 것이다.
한벌에 얼마라고 값을내고 사서 읽을 길이 전혀 없다.
국회법 제1백11조에 의하면『회의록은 관보에 게재하여 이를 의원에게 배부하고 일반에게 반포한다』고 되어 있으나 사실은 「반포」의 길이없다.
그뿐아니고 소위「임시의사록」이라하는 것이 회의가 있은 다음날 국회의원과 국회관계직원에게만 배부되고 그후 다시 교정을 거쳐서 발행된다는 것은 빨라야 6일후이니,국회의 논란이 다 식고 김이빠진 다음이 된다.
국회는 나라의 역사를 엮어나가는 곳이요,의사록은 곧 나라의 산역사의 기록 인것이다.
국민이 국회의사록을 얻어볼수 없다는 일은 국회가 국민과 천리,만리의 간격을 두고 국민의 국회아닌 국회나 정부만의 국회같은 달팽이 시늉이 될 것이다.
국회의사록은 비록 야간국회였다고 하더라도 그 다음날 아침 신문과같이 국민들이 곧 얻어 볼수 있어야하고, 또 필요하다면 임시로 더많이 인쇄해서 반포하여야 하고, 또 뒷날에 찾는 사람을 위해서도 비치해둘 여유를 가지는것이 어느 나라에서나 다하고 있는 일인것이다.

<고흥발언 삼가도록>
끝으로 국회의 발언과 기록을 위해서 신중하여야 할바 크다고 본다.
특히 국회의원의 발언내용을 의사록에서 보면,조리정연하고 또 정중한것도 적지않으나 개중에는 아무런 준비없이 즉흥적으로 이소리 저소리 떠벌려 놓는것이 또한 적지않은 것을본다.
국회의 발언은 기침소리를 내놓고는 어떤말이고 소리 그대로 속기록에 오르고 그것이 곧 국정을 다듬어 나가는 역사의 기록이 되는것인만큼 의정단상에 올라서려거던 미리 발언내용을 준비하되, 발언요지만을 쪽지에 적어 가지고 나갈것이 아니고 연설의 전부 혹은 그대부분을 정중하게 문장으로 엮어가지고 나가야하는것이다.
외국의 예로 보아 변론에 능란하다는 어떤정치가나 고위의 책임자들의 공식상의 중요한 발언은 대개 예비된 문강을 들고 나와서 책임있게 읽는다.
그것이 더 정중한 인상을 줄뿐더러 어떤 의문이나 토론에도 정확히 진실을 규명할수있는 자료가되고 또 후일에 귀중한 문헌으로 남을수도 있는것이다.
물론 즉석에서 발언을 청하거나 답변을 아니할수없는 경우도 많겠지만,곁코 흥분한 나머지 지나치게 과격한 언사나 또 국회의 위신이나 발언하는 그 개인의 모양에 의심받을 정도의 말을 극히 삼가며 또 말이라고 하면 완전한 문장이 되도록 마무리를 지어서 말하여야 할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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