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가수 보아 "세계로 뛰는 날 보아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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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녀의 질주는 멈출 줄 모른다. 지난달 30일 일본 신문들은 “2003년은 보아의 해가 될 것”이란 진단을 다투어 내 놓았다.

2집 앨범 ‘발렌티’(Valenti)가 발매 하루 만에 1백만장이 넘게 팔린 뒤였다. 일본 가요사를 통틀어도 다섯손가락에 꼽히는 기록이다. 앨범은 일주일이 넘도록 오리콘 차트 1위를 지켰다.

초등학교 5학년 때 오디션을 보러 간 오빠 대신 ‘차세대 주자’로 선택된 그녀. ‘제크의 콩나무’처럼 쑥쑥 커가는 그녀는 하나씩 신화를 이뤄가고 있다. 9일 서울 명동 메사 팝콘홀에서 열린 팬미팅을 앞두고 그녀를 전격 인터뷰했다.

안녕하세요, 보아예요.

그동안 일본에서 사촌언니랑 지내다가 설을 맞아 잠깐 한국에 왔어요. 하지만 요 며칠 사이에도 한국 → 일본 → 한국을 오가야 했어요. 지난 7일 아무로 나미에.우타다 히카루 등 일본 톱가수들과 함께 '팝잼 스페셜'에 출연했거든요.

라이브에 강한 가수들만 등장하는 권위 있는 무대예요. 며칠 후엔 뉴욕에 가려고 해요. 보컬과 댄스 트레이닝을 받을 예정이거든요. 그 후엔 다시 일본으로…, 헉헉헉. 숨가쁜 나날이지만 보아는 끄떡없답니다. 왜냐고요? 좋아하는 일을 하기 때문이에요.

다음달 제겐 큰 일이 있어요. 처음으로 갖는 일본 투어 콘서트예요. 3월 27일부터 오사카.나고야를 돌아 도쿄에서 마침표를 찍어요. 도쿄에선 1만5천명을 수용할 수 있는 요요기 체육관에서 공연을 하는데 티켓이 발매 하루 만에 동나 버렸어요. 그래서 공연 날짜를 부랴부랴 하루 더 늘렸죠.

이 무대에서 저는 그동안 선보이지 않았던 신무기를 보여줄 생각이에요. 더욱 더 세련된 R&B와 화려한 댄스 실력을요.

#쪽지 하나 - 전 기계가 아니에요

사람들은 절 보고 '만들어진 가수'라고 해요. 로봇에 빗대기도 해요. 초등학생 때부터 특훈을 받았으니까 어쩌면 맞는 말일 수도 있죠. 하지만 제가 비밀 하나 알려드릴까요? 전 누구에 의해 만들어지는 게 아니라 제가 저 스스로를 만들어 가고 있어요.

저 자신의 관리가 하도 철저해 매니저 오빠가 쩔쩔 맬 정도예요… 스케줄이 없으면 만들어 달라고 조르니까요. 시간이 너무 아깝거든요.

이 노트들을 한번 보시겠어요?(그녀의 가방엔 각양각색의 노트가 들어 있다). 여기엔 수학 공식과 영어 단어들이 가득 적혀 있어요. 팬들이 저를 위해 보내 준 거예요.

학교는 안 다녀도 공부는 중단하지 말라고요. 그래서 자신들이 필기한 공책을 보내주는 거예요. 차안에서, 비행기에서 이 노트는 제 손을 떠나지 않아요.

지난해 5월에는 대학 입학 자격 검정고시에 합격했어요. 지금은 원없이 가수 활동을 하고, 기회가 닿는다면 대학에 가고 싶어요. 물론 간판 하나를 달기 위해서가 아니예요. 대학에선 경영학 공부를 해 보고 싶어요. 그리고 새로운 인생에 도전하는 거죠. 여러분은 언젠가 CEO가 된 보아를 보실지도 몰라요.

#쪽지 둘 - 꿈에 끝이 있나요

일본 정복은 제 계획의 하나에 불과해요. 이제 조금 더 멀리 보려고 해요.

다음 단계로 중국과 동남아 진출을 본격적으로 시도할 거예요. 꿈의 무대라는 할리우드도 도전해 보고 싶어요. 영어와 일본어는 어느정도 자신있기에 중국어 공부를 시작했어요. 홍콩에선 영화 출연 제의도 계속 들어오고 있어요. 하지만 연기는 노래로 세계를 정복한 후에나 생각할 거예요. 차근차근 단계를 밟아 나가야죠. 이 모두를 다 할 수 있겠느냐고요? 그럼요. 전 보아잖아요. 그리고 제 스페셜 앨범의 이름은 미라클(기적)이고요.

이상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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