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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전 배회하는 특별국감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차관업체에 대한 특별국정감사는 감사개시 예정일부터 4일이 지나도록 본격적인 감사에는 들어가지도 못하고. 그 인적 구성 문제를 둘러싸고 여야간에 입씨름만 벌이고 공전을 거듭하고 있다. 차관업체에 대한 특별국정감사는 이미 지난번 국회에서 결정한 것이기 때문에 그동안 차관업체들은 장부 등을 조작할 여유를 충분히 가졌다고도 볼 수 있는 것이며 때문에 20일간 불철주야의 철저한 조사를 통해서도 그 비위를 캐내기가 어려울 것이다.
이런 판국에서 국회가 감사에는 아예 손도 대지 못하고서 문턱에서 시간만 낭비하고 있는 것은 감사를 흐지부지하게 하려는 저의가 있는 것이 아닌가 국민은 의아심을 금치 못하고 있는 것이다.
신민당이 차관특감위의 구성원의 교체를 요구하고 있는 근거는 『의원은 이해관계가 있거나, 공정을 실한 우려있는 사안에 대하여 감사를 할 수 없다』고 규정한 국정감사법 제8조인 듯 하나, 비단 국회의원의 국정감사에 있어서 뿐만 아니라 검사나 법관의 조사나 판결에서도 인정되고 있는 자명한 원리이다. 공정한 감사나 공정한 조사, 공정한 판결을 하지 못할 우려가 있는 경우에 국민은 그들을 기피·제척할 수 있는 것이다.
특히 차관업체의 국정감사는 일부 국회의원의 경제적인 이해관계가 얽혀 있고 이에 대한 국민의 의혹이 짙은 터에 왜 하필이면 공화당이 야당이 기피하고 있는 의원을 꼭 구성원으로 하여야 하겠다고 버티는 것인지 알고도 모를 일이다. 공화당은 신민당의 정치공세를 피하기 위해서 뿐만 아니라 국민의 의혹을 풀기 위해서도 문제된 위원을 대체하는 것이 현명한 처사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우리는 동시에 신민당에 대해서도 할 말이 많다. 차관기업체를 둘러싼 의혹을 파헤치는 문제와 관련하여 국민은 신민당의 차관업체감사에 지대한 관심을 가지고 그 결과를 학수 고대하고 있다. 그런데 한두명의 특감위원교체를 이유로 귀중한 시간을 낭비하여 나중에는 시간부족을 이유로 일사천리로 주마간산격인 감사를 하게 될 우를 왜 범하려고 하는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여야 의원으로 구성되는 특감위가 과거에 여야일치의 보고서를 낸 경우는 별로 없다고 생각된다.
이번의 특별국감도 기업체의 설립과 운영에 있어서 많은 결함과 약점을 내포하고 있다고 보여지기에 이번 특감에서 여야공동의 조사보고서를 기대하기란 지난한 것이라고 생각된다. 따라서 신민당은 경우에 따라서는 독자적인 감사지침을 미리 밝히고 정정당당한 태도로 차관업체의 특별국감에 임할 태세를 국민 앞에 보여주어야 할 것이다.
과거의 국정감사를 보면 약점을 은폐하려는 업자와 그 허점을 알고 있으면서도 이를 묵인해 주려는 국회의원간에 불미한 담합이며 금품의 투수 등 암거래가 횡행하여 기업체에 대한 국정감사 그 자체까지도 의심을 산 적이 많았다. 이번만은 국회의원들도 대오 각성하여 헌법이 부여한 국정감사의 군리와 의무를 다하기를 바란다. 오늘날 국회의 가장 중요한 기능은 행정부의 정책에 대한 비판과 통제에 있는 만큼 국회의원들은 국민이 위임한 이 책무를 다하도록 주의하여야만 할 것이다. 행정부나 국민에 의한 국회경시사상은 국회가 정부견제의 기능을 다하지 못하고 자회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을 국회의원제공은 잠시라도 잊어서는 안될 것이요, 이러한 오명을 벗기 위해서도 철저한 감시를 실시하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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