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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복의처녀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1면

해방과함께 일본문화의 영향은 이른바 왜색이라하여 일소되었다. 그러나 거의 아무도, 단한번도 반대해본적이없이 지금까지 활개펴가며 있는 왜색이있다. 학생들에게 입히는 제복 바로 그것이다.
우리나라는 국민학교에서부터 대학교에 이르기까지 남녀학생 모두에게 제복이 있고, 교모가있다. 집단행사가 많은 우리나라에서 모든학생이 똑같은 옷을 입고 다닌다는건 보는 눈에도산뜻하다. 학생들의 옷차림이 사치스러워지지 않아 좋은점도있다.
그러나 학생들에게 제복을입히는 나라는 그리많지않다. 한세대전에나온「프랑스」영화에『제복의처녀들』이란게있었다. 그영화에서 처녀들이 입은 제복이 매우 청초하고 아름답게 보였었다.
서구에서는 이영화에서처럼 대개 수도원학교나「가톨릭」계 여학교에서만 제복을 입힌다.남학생의 경우는 일류 사립학교어린이들이 아니면 유년학교 생도들에게만 제복이있다.
그러나 제복에는 어딘가 모르게 획일화의 냄새가 난다. 그리고 학생들에게 제복을 입히는사람들의 마음에도 획일주의적인 관념이 깃들여 있는 것이 아닌가 여겨진다. 제복을 보고 아무 저항감도 느끼지 않는 사람들도 마찬가지다. 부산시가 여학생들의 단발머리를 없애도록 교육위에 요청했다는 것도 비슷한 얘기다.
우리나라의 여학생의 단발머리는 제복과 마찬가지다. 그 머리를 7센티씩 더 기르게 한다는 것은 제복의 변경과 같다. 머리가 길어지는 것은 단발에 싫증난 여학생들에게는 혹은 반가운 얘기인지는 모른다. 그러나 그것은 긴 머리를 한 여학생이 아무도 없었기 때문에 좀더 개성적인 멋을 내려는 심리가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금년도 부산시의 가발수출 목표액이 1백80만「달러」였는데 지금까지20%의 실적밖에 올리지 못한 때문에 이런 기발한「아이디어」가 나왔다면 오히려 동정의 여지도있다.
그러나 아무리「선의의착상」이라도 장발을 제도화시킬수있다고 보는 마음에는 여학생의개성을 무시하는 획일주의적 사고방식이 엿보이는 것이다. 아무리 보기좋은 제복이라도 그것을입는 편에서는 수의로 여기고있다는 것도 조금은 생각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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