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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까와지는 동남아 ⑥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3천3백만명의 전체인구중 70%를차지한 농업인구와 30만평방킬로미터의넓은국토, 4모작이 가능한 천혜의여건에도 불구하고지금까지 해마다막대한양곡을 수입해야했던「필리핀」이 68년부터 일약 쌀수출국으로 전신했다.
그 이유는「마르코스」행정부가농업증산을 경제분야의 1차적과제로설정, 집중적노력을 기울인데도있지만 무엇보다도「기적의쌀」로 불리는 새로운 쌀「IR·8」이 개량 발전됨으로써 단위 생산성을 높였기때문이다.
전체인구의 80%가 쌀을주식으로 삼는「필리핀」은 61∼65년중 도합1백34만톤의 양곡을 도입했고 이러한 수입추세는 67년까지계속되었었다.
그러나「IR·8」개발로 주도된 쌀혁명은세계적식량 부족에편승,「필리핀」을앞으로 유력한 쌀 수출국가로 극적으로「클로스·업」시켜주었다.
기적의 쌀「IR·8」은「마닐라」동남 40마일의「로스바노스」에있는「국제미곡연구소」가 66년에 개발한것이며「필리핀」을비롯 인니「실론」 및 월남등 동남아 각국에서 본격적인재배가 시작되고있다.
「IR·8」의 생산성은재래종의 평균3배-.
「필리핀」의 평균수확고가 헥타르당 2톤에서 일약6톤으로 늘어나는셈이다.
특히연구소의 시험배재결과는 최고 헥타르당 13톤이란 놀라운수확고를 기록했다.
「IR·8」은 높이가 재래종의 2미티(한국은1·6미터) 에비해 1미티에불과하고 줄기가 튼튼하여 엎어 지지않고 잎이 작으며 하늘을 향해 꼿꼿하게 치솟아 있기때문에 일사면적이 크다는 이점과 특색을 지니고있다.
따라서 적절한 시비, 병충해 예방및 물공급을 원활히 하면 농민은 종래와 비교해서 별달리 번거로운 손질이 없어도 수확량을3배이상으로 늘릴수있다는것.
이「IR·8」과「IR·5」는「C·18」「C·463」「BPI·76」등 그동안에 개량된 새미곡종자중 가장 효과적으로 생산성을 높일수있다고 지목된 것인데 그차이는 건기및 우기에 각각 제나름의 적성을 발휘한다는 점-.
연구소에서시식한「IR·8」의 크기나색도는 한국의 쌀과거의 비슷했으나 좀 덜차지다(점도)는 것이 단점이며 따라서 먹어보면흡사 된밥을 씹는기분이다.
이것은「필리핀」의 재래종에비해서도 단점이되고있으며 그결과 가격에도 상당한 차이가있기는하다.
그러나 재래종보다 빨리 수확할수있다는 점까지 고려하면 1.5헥타르의 농토를가진 농가의수익도 종래의 연간3백50여「달러」(2모작기준)가7백여「달러」로 배가된다.
뿐만아니라 이러한증산, 따라서 수익증가의 가능성은 농민들의 쌀생산의욕을 돋우어 전체 쌀생산량을대폭 늘리게될 것으로 내다보인다.
「필리핀」은 기후면에서 물만 있다면 4모작이 가능하며 우기만으로 2모작을할 수있다. 그러나 지금까지는 그낮은 생산성 때문에 농민들이「코코나트」와「바나나」등 기타작물에만주력한 결과 평균미곡생산은 2모작에도 미치지 못했던 것이다.「IR·8」을 개발해낸 국제미곡연구소는 1960년에「록펠러」및「포드」재단후원으로 설립된것이며 7개국에서온 5백명의 농업관계자가 연구활동을 벌이고 있다. 지하급수및 배수시설이 잘된 80헥타르의 시험농장을 갖고있는 이연구소의 업무는 종자개량, 토양화학, 식재기술, 곤충학에서부터 농업기술, 농업경제 및 농업기상까지를 연구하고 있으며 각국의 농업관계자료 일체를 입수, 분석하는 작업도 병행하고있다.
우리나라에서도 농촌진흥청직원4명이 1년간예정으로 와있으며 얼마전에는과학기술처장관 김기형박사도 이연구소를 방문, 업무내용을 면밀히 분석조사한바있다. 물론「IR·8」은 남북위각23도이내의 열대「몬순」지방에 알맞도록 개량된것인만큼 한국의 기후와 풍토에는 알맞지 않다고한다. 그러나 이러한 종자개량의 전례는 한국에도그가능성을약속해주는것이며따라서 6세대를 시험재배해 보려면 6년이 걸리는 한국에서 보다 연간 4모작이 가능하기 때문에 1년반이면 6세대를 시험재배할수있는 이곳 연구시설을 활용하면 단기간에개량성과를얻을수있다는 이점이있다.
물론「IR·8」의 높은 생산성은 헥타르당 2톤에 불과한「필리핀」의 쌀생산을 기준으로 한것이며 일본의 5톤, 한국의 3.3톤에 비하면 배에 약간 미치지못한다.
그러나 이를 출발점삼아 연간 4모작에 헥타르당6톤을 생산하고 여기에 이익증가로인한 경지면적 확장까지 가세할 경우「필리핀」의 쌀생산은 비약적으로 증가할것이 틀림없다.
또한「IR·8」을 도입한「실론」이 71년, 인니는 75년까지 식량자급목표를달성, 수출여력까지 갖게될것으로 알려져있는데「윌리엄즈」주비미대사는「로터리·클럽」의 연설을 통해「IR·8」이『인류의 가장 오래고 치명적 적인 기아와의 싸움에서 유력한새무기로등장했다』고격찬했다.

<마닐라=박동순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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