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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에산다〉(213)혼식과곰탕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7면

월급장이에겐 점심시간이 하루가운데 가장 즐겁고 기다려지는 시간이다.
전날밤 고된 일과끝에 몇잔술을 마시고 늦잠을 자고나면 입이 까칠하고 출근시간에 쫓기다보면 조반을 제대로 먹지못하고 나온다. 여기에다 오전일과에 시달리다보면 점심에서 필요한 열량을 취하고 휴식을 가져야하는 것이다.
나는 식도락은 아니나 점심때면 곰탕 국물에다 벌건 깍두기를 넣어 빈속을 달래왔다. 이러한 월급장이의 가냘픈「도락」이나마 며칠후엔 누릴수없게 되었다. 극심한 가뭄으로인한 쌀부족으로 농정당국이 혼식과 분식을 강력히 시행하겠다고 밝히고 있는때문이다.
하기야 한달수입중에서 가용으로 무자비하게 공제당하고 월급의 3분의1로 잡비를 쓰는 월급장이들은 사실상 반은 분식을 이미 실시하고있는 셈이다.
메마른 농토에서 수해를 당하고 하늘만 쳐다보고있을 영세농민을 생각하면 면도 감지득지할지경이다.
그러나 면류와 분식을 갑자기 시행하게되면 소비자로서는 식성을 갑자기 변경해야할 부담을 걸머져야함은 물론 「포키트」의 부담이 더 늘지않을까 걱정이된다. 쌀을주식으로 하던 백성이 밀가루 음식을 먹게되면 때론 간식이 필요하고 빵이나「토스트」같은걸 먹게되면 돈이 훨씬 더 들게 되기 때문이다. 일전에 농본지국인 우리나라가 섬나라 일본에서 쌀을 빌어온다는 우울한 기사를 읽었다. 절미운동을 벌이는 정부의 시책에 적극 호응하겠으나 제발 일본에서 쌀을 빌리는 추태는 벌이지 않았으면 좋겠고 용두사미격인 시책이 되지않길 바라는마음 간절하다.
정태산〈일본항공 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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