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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 짠 하루치 학습계획 반드시 지켜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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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시리즈 ‘1등의 책상’을 시작합니다. 이름 그대로 각 학교 전교 1등 집을 찾아 그 학생의 책상을 보여 드립니다. 이를 통해 전교 1등이 쓰는 교재는 무엇인지, 또 평소 어떤 방식으로 공부하는지를 아실 수 있을 겁니다.

반포중 교감이 지난해 1, 2학기 전교 1등으로 추천한 임한창군의 책상과 교재. 임군은 스스로 학습 계획을 세우고 실천하는데, 공부하다 궁금한 내용은 교사나 부모에게 물어 반드시 그날 짚고 넘어간다. 액자는 임군의 사진.

서울 반포중 2학년 임한창(14)군은 지난해 1, 2학기 모두 중간·기말고사와 수행평가를 합산한 성적에서 전교 1등이었다. 임군의 서초구 반포동 아파트에 들어서자 대형 화이트보드가 먼저 눈에 띄었다. 거실 한쪽 벽을 가득 채울 만큼 큰 보드에 임군은 매일 스스로 ‘영어 교과서 2장 외우기’나 ‘과학 문제집 4장’ 식으로 그날의 학습계획을 적는다. 계획대로 완료하면 지운다. 보드는 연습장 역할도 한다. 수학 문제를 여기다 풀기도 한다. 특히 어려운 문제는 의사인 아빠와 함께 머리를 맞댄다.

의사가 되고 싶어 하는 임군은 용인외고에 진학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과학고가 아닌 자사고를 목표로 삼은 이유는 영어와 문학적 소양을 함께 키울 수 있을 것 같아서다. 전업주부인 어머니 김성민(44)씨는 “한창이는 문과 성향의 이과생 스타일”이라며 “애가 초등학교 6학년 때부터 입학설명회에 다니며 아이 성향에 맞는 고교가 어딘지 고민 끝에 학교를 결정했다”고 말했다.

 용인외고는 수학에 가중치를 높게 두기 때문에 다른 과목에 비해 수학 공부를 더 많이 한다. 임군은 “수학 55%, 영어 35%, 다른 과목 10% 비율로 공부한다”며 “영어 말하기·듣기는 큰 어려움이 없어 쓰기에 신경을 쓰는 편”이라고 말했다. 또 “실전영어가 고교 진학 후 도움이 될 것 같아 회화 위주로 공부한다”고 말했다. 토익·토플 대비 공부는 하지 않는다고 한다.

아파트 거실에 있는 대형 화이트보드는 임군의 수학 연습장이자 학습 계획을 적는 플래너다

 
수학은 단계별 문제집 5권을 매일 조금씩 푸는 식으로 공부한다. 임군 스스로 고른 수학 교재를 수준별로 나눠 매일 순서대로 본다. 예컨대 좋은책 신사고의 ‘쎈 수학’, 하이레벨 출판사의 ‘하이레벨 수학’, 디딤돌 출판사의 ‘최상위 수학’, 에이급 출판사의 ‘에이급 수학’ 중2 교재 순으로 보는 식이다. 임군은 “모두 수준이 높지만 단원별·개념별 문제풀이 양이 뒤쪽 교재로 갈수록 더 많아진다”고 설명했다.

 임군은 “틀린 문제에 신경을 써야 한다”며 “좀 더 난도가 높은 다음 단계 교재를 풀 때 만약 그전 단계에서 틀린 것과 비슷한 개념 문제를 또 틀리면 완벽하게 이해할 때까지 비슷한 유형의 문제를 찾아 풀고 또 푼다”고 말했다. 또 “수학은 매일 꾸준히 하지 않으면 늘지 않는다”고도 했다.

 임군이 수학과 친해지게 된 계기는 두 가지다. 하나는 화이트보드, 다른 하나는 엄마표 학습법이다. 임군 아버지는 퇴근하면 늘 아들과 함께 거실의 대형 화이트보드 앞에서 수학 문제를 푼다. 누가 먼저 푸는지 시합하기도 한다. 임군은 “아빠와 사이가 좋아 학교 선생님보다 아빠에게 묻는 게 더 편하다”고 말했다.

 초등 저학년 때는 엄마 역할이 컸다. 엄마는 문제집 풀이보다 수와 관련한 활동을 많이 시켰다. 공으로 숫자를 세게 하고, 시장에 데려가 덧셈·뺄셈을 시켰다. 김씨는 “초등 저학년 때 수학에 거부감을 느껴 고생하는 애들을 많이 봤다”며 “어릴수록 흥미를 유발하도록 돕는 게 엄마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영어는 점수를 위해서라기보다 실제로 얼마나 활용할 수 있는가에 주안점을 둔다. 교과 관련 교재는 아니지만 문법용으로 마더텅 출판사의 ‘중학영문법 3800제’ 2학년 교재를 본다. 1, 2, 3학년 수준별로 구분돼 있고 문제풀이 위주다. 한 문장당 등장하는 단어 수가 풍부해 자연스럽게 문장 쓰기를 할 수 있다. 영어유치원을 나온 임군은 이후 꾸준히 영어학원에 다니고 있다. 하지만 단어나 문법 공부가 아니라 말하기·듣기 능력을 키우는 데 중점을 뒀다고 한다. 임군은 “영어는 언어니까 당장 점수를 잘 따는 것보다 나중에 활용할 수 있는지가 중요하다”며 “초등학교 때 원서 읽기로 실력을 키웠다”고 말했다.

 

특히 추리소설을 좋아해 새로운 영어 추리소설이 출간될 때를 손꼽아 기다렸다 읽곤 했다. 영어 원서는 가급적 시리즈가 아닌 단권을 많이 읽는다. 임군 아버지도 즐겨 읽기 때문에 집에 여러 분야의 영어 원서가 100여 권 있다.

 국어와 사회는 교과서와 같은 출판사의 자습서와 평가문제집을 활용한다. 수업시간에 배운 내용은 당일 평가문제집을 풀어본다. 자습서는 이해가 덜 된 부분이나 예습을 위해 읽는다. 임군은 초등학교 고학년 시절 역사책을 많이 읽었다고 한다. 논술 학원 도움도 받았다고 솔직히 털어놓았다. 임군은 “비교적 시간이 많은 초등학교 때 역사책을 많이 읽으면 중학교에 가서 국어·사회 공부에 도움이 된다”며 “따로 공부를 하지 않아도 될 정도”라고 말했다.

 과학은 자습서 위주로 공부하고 이해를 제대로 했는지를 평가문제집으로 확인한다. 과학은 무조건 외워 문제를 많이 풀기보다 이해가 될 때까지 읽고 또 읽는 게 비결이다. 김씨는 아이가 과학 질문을 하면 ‘EBS 틴틴중학’을 참고한다. 설명이 알기 쉽게 정리돼 있어 엄마가 아이에게 설명해주기 좋기 때문이다.

 임군은 매일 아침 화이트보드에 적은 계획은 반드시 지킨다. 그래서 학원 숙제나 수행 프로젝트 등 해야 할 일이 많을 때는 평소 취침시간인 12시를 넘길 때도 있다. 주말에는 평소 못한 운동을 몰아서 한다. 친구와 농구를 하거나 아빠와 야구·테니스를 한다. 영어는 학교와 학원 모두 숙제가 많아 대부분 주말에 한다고. 만약 주말 가족여행 등으로 숙제를 마치지 못할 것 같으면 미리 새로운 계획을 세운다. 가령 여행 전 며칠 동안은 새벽에 일어나 숙제를 하는 식이다.

 

잠이 많은 편이라 힘들지만 성격상 숙제나 해야 할 공부를 미루는 게 훨씬 큰 스트레스란다. 김씨는 “잠이 많은데도 신기하게 새벽에 일어나 숙제를 한다”며 “계획적인 생활은 원래 성격인 것 같다”고 설명했다.

 임군은 매일 과목별로 문제집을 풀고, 틀린 것은 체크해 둔다. 시험 전날은 틀린 문제만 다시 풀어본다. 수업시간에는 선생님이 강조하는 부분은 무조건 밑줄을 쳐서 표시해둔다. 여러 번 강조한 부분은 빨간색, 앞 단원과 관련이 있는 부분은 파란색으로 칠한다. 임군은 “색깔별로 필기하면 한눈에 중요 부분을 살펴볼 수 있다”며 “수업시간에 선생님 말씀에 집중하며 필기를 하는 것보다 더 좋은 공부법은 없다”고 말했다.

 임군 공부법의 가장 중요한 포인트는 매일 꾸준히, 스스로 정한 계획은 반드시 지킨다는 데 있다. 김씨는 “터무니없이 적은 공부량을 적어 속이 부글거린 적도 있다”며 “시행착오를 겪으며 스스로 적절한 공부량을 찾는 동안 잔소리를 참은 게 결과적으로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글=김소엽 기자
사진=김경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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