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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볼 만한 전시] 의자에 놓인 젊은 디자이너 6인의 고민 보이나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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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호미술관의 ‘새로운 물결: 가구와 신진 디자이너들’에 출품된 디자인메소즈의 ‘1.3체어’. [사진 금호미술관]

한국의 가구 디자이너 이름을 한번 대보라 하면 답이 궁색할 사람이 많을 게다.

 서울 사간동 금호미술관에서 열리는 ‘새로운 물결: 가구와 신진 디자이너들’은 이런 질문에 답을 찾는 시도다. 한국의 젊은 디자이너들을 주인공 삼은 흔치 않은 그룹전이라 우선 눈길이 간다. 1970년대 중반부터 80년대 초반에 출생한 디자이너들이 만든 가구를 작업 과정과 함께 살펴본다. 디자인 메소즈(Design Methods), 아이네 클라이네 가구(Eine Kleine Furniture), 이상혁, SWBK, 장민승, 이광호 이렇게 6개 팀이 참여했다. 도대체 어떻게 앉을까 싶은 설치미술에 가까운 가구들이 아니다. 생활의 개선, 생활의 발견, 생활의 동반자가 될 편안하고 아름다운 가구를 향한 젊은 디자이너들의 고민이 잘 드러난다.

 이광호는 미술·공예에 가까운 직조물 형태의 의자를, SWBK는 수입 폐목재를 재활용한 가구를 내놓았다. 아이네 클라이네 가구는 특정 주문자의 편의를 구현한 책상과 의자를, 디자인 메소즈는 20세기 모더니스트처럼 방법론에 충실하되 2010년대 디자인 특유의 경쾌함을 갖춘 의자를 뽐냈다. 이들은 1.3㎏에 불과한 초경량 의자인 ‘1.3체어’로 런던 디자인 뮤지엄의 ‘2012 올해의 디자인’ 가구 부문 대상을 받기도 했다. 전시에는 그 가벼움을 한껏 뽐내듯 의자를 벽에 걸고, 제2차 세계대전 때 폭격기 재료로 쓰이기도 한 발사나무를 압축 성형하며 시행착오를 겪었던 과정을 보여주는 실물 도해로 공간을 연출했다.

 주로 회화나 중량감 있는 설치로 존재감을 과시하던 미술관의 흰 벽과 높은 천장 아래서는 디자인 전시가 자칫 왜소해질 수 있다. 그러나 사람 키보다 낮은 의자를 늘어놓는 등 각 디자이너 작업 특성에 맞게 공간을 연출해 이 같은 한계를 돌파했다. 전시는 30일까지. 6일엔 서울과학기술대 김상규(디자인과) 교수의 강연이 있다. 02-720-5114.

 또 다른 가구 전시로는 서울 서초동 아트클럽(artclub)1563에서 선보이는 덴마크 디자이너 소렌 마츠(Soren Matz·50)의 빈티지 의자전이 있다. 1950, 60년대 스칸디나비아 디자인의 거장들이 만든 의자를 다시 제작했다. 13일까지. 02-585-5022.

권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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