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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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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녀시대 제시카의 선글라스 화보 사진. 프레임과 다리 색이 다른 선글라스는 비비안웨스트우드 앵글로마니아 by다리 F&S 제품. [사진 코스모폴리탄]

다시 태양이 뜨거워졌다. 당신이 지금 서둘러야 할 일은 지난해 썼던 선글라스를 다시 찾아 꺼내는 것. 그런데 혹시 이 선글라스가 정말 최선일까 하는 의심이 든다면 올해 트렌드를 한번 살펴보면 어떨까. 여름이면 선글라스가 항상 쇼핑 순위 1호로 떠오르는 것도 이런 불안한 마음 때문이리라. 시대별로 큰 인기를 누렸던 당대 최고 선글라스가 무엇이었는지, 그리고 올해 가장 뜨는 트렌드는 무엇인지 정리했다.

윤경희 기자

서울 강남의 한 백화점 선글라스 코너. 최재은(30·강남구 삼성동)씨가 한 손엔 검은색 사각 뿔테 선글라스, 다른 한 손엔 나비 날개처럼 생긴 큼직한 초록빛 사각형 테의 선글라스를 들고 몇 번이나 번갈아 써 보고 있었다. 그러기를 30분째. 최씨는 “선글라스가 3개 있는데 올해 유행과 맞지 않는 것 같아 쓰기 싫다”며 “하나 더 사려 한다”고 말했다. 가로수길의 한 편집매장에서 만난 이정아(33·서초구 반포동)씨도 “지금 갖고 있는 선글라스는 클래식한 디자인”이라며 “올해는 스트라이프·체크 같은 무늬가 들어간 화려한 테나 안경 다리가 고무·나무로 된 것 등 특이한 게 유행인 것 같아 하나 더 장만하려 한다”고 말했다.

 외국 유명 브랜드 선글라스와 안경을 유통해 온 세원 ITC 정재랑 차장은 “선글라스가 사람 인상을 크게 좌우하기 때문에 요즘 트렌드와 맞지 않으면 아주 촌스러워 보인다”며 “매년 새 디자인의 선글라스를 찾는 이유”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올여름 선글라스 트렌드는 무엇일까.

 다리 F&S 최형욱 과장은 “1960년대 유행했던 레트로(복고) 스타일이 인기를 끌 것”이라고 전망했다.

 실제로 당시 유행하던 사각 검정 뿔테 스타일이나 독립운동가 김구 선생을 떠올리게 하는 동그란 스타일이 다시 등장했다. 하지만 60년대와 완전히 똑같은 건 아니다. 기본적 틀은 유지하되 렌즈 크기는 더 커지고 피팅(안경이 얼굴에 맞는 정도)은 한국인 얼굴에 맞게 달라졌다.

 복고를 기본으로 한 독특한 디자인의 제품도 인기다. 가수 이효리의 스타일리스트인 한혜연 실장은 “한때는 선글라스도 브랜드 위주로 골랐지만 이젠 브랜드보다 디자인을 본다”며 “60년대 복고스타일 중에서도 아주 클래식하거나 거꾸로 아주 특이한 디자인이 인기인데, 럭셔리 브랜드 선글라스보다는 안경 전문 브랜드나 평소 독특한 디자인을 선보인 브랜드 제품이 뜨고 있다”고 말했다.

  많은 여성이 잇백(it bag)으로 고가의 유명 럭셔리 브랜드 대신 남들이 잘 들지 않는 독특한 브랜드 디자인을 선호하는 추세가 선글라스에도 이어지고 있다는 얘기다. 그는 또 “프레임 안쪽과 바깥쪽 색이 다르거나 프레임과 다리의 색이나 소재가 다른 것, 프레임에 기하학적인 무늬가 들어가거나 다리에 특별한 장식이 있는 디자인이 올여름 인기 품목”이라고 덧붙였다.

 선글라스엔 디자인뿐 아니라 기능에도 유행이 있다. 이번 시즌엔 미러렌즈와 클립 온 스타일이 핫(hot)한 트렌드로 부상 중이다. 미러렌즈는 이름처럼 렌즈가 거울처럼 보이는 것인데, 표면에 수은·이리듐·알루미늄 등 반사 광학 코팅을 해 반사광이 심할 때도 눈부심을 방지해 줘 아웃도어 활동에 적합하다. 클립 온은 도수 있는 안경에 컬러렌즈를 탈·부착하는 스타일을 말한다. 가수 존 레넌이 즐겨 쓰던 작고 동그란 안경을 떠올리면 된다. 높은 도수를 넣을 수 있어 시력이 안 좋은 사람도 편하게 사용할 수 있다. 또 대부분 둥근 형이라 인상을 부드럽게 보이게 해 주는 장점이 있다.

1 1950~60년대 남성들이 애용했던 클래식한 느낌의 검은색 사각 뿔테 선글라스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유행할 전망이다. 달라진 점은 렌즈가 더 커졌다는 거다. 톰포드 by 세원 ITC.
2 클래식한 선글라스 위에 하얀 프레임을 덧붙인 캐츠아이 선글라스. 팝아트풍의 우아한 이미지다. 젠틀 몬스터와 패션 브랜드 푸시 버튼의 협업 제품.
3 다리를 마음대로 바꿔 낄 수 있는 선글라스. 원하는 컬러의 다리를 조합해 나만의 맞춤 선글라스를 만들 수 있다. 그라픽 플라스틱.
4. 보잉 스타일의 미러렌즈 선글라스. 반사광이 심한 환경에서도 눈부심을 방지해 아웃도어 활동에 적합하다. 쉐리프&체리 by 에이치컬렉션.
5 기능과 멋을 동시에 만족시킬 수 있는 클립 온 스타일. 안쪽 렌즈에 도수를 강하게 넣을 수 있어 시력이 좋지 않은 사람에게 유용하다. 토즈 by 다리 F&S.

  레이밴·오클리 등이 내놓은 폴라라이즈드 렌즈(polarized lenze·편광렌즈)를 장착한 선글라스도 눈에 띈다. 기존 렌즈보다 선명도가 뛰어나고 빛 반사가 적어 눈이 편안하다. 낚시·등산 등 오랜 시간 야외에서 스포츠를 할 때 눈을 보호해 준다. 해외에서는 이미 많이 사용하고 있지만 국내엔 올여름에 비로소 대거 선보이기 시작했다.

 이런 과감한 디자인과 기능이 대중적으로 큰 인기를 끄는 데는 영화 등 대중매체와 유명 연예인 등 대중문화의 영향력이 크다. 세원 ITC 정 차장은 “유명 연예인이 어떤 선글라스를 착용하면 금세 인터넷에 ‘누구 선글라스’라고 설명하는 글과 사진이 올라온다”며 “곧바로 그 선글라스가 정확히 어떤 브랜드의 어떤 모델인지 인터넷상에 답을 달아 주는 정도만 해도 마케팅 효과가 크다”고 말했다. 스타일리스트 정윤기 이사도 “남녀노소 불문하고 스타들의 패션에서 빠지지 않는 필수품이 선글라스”라며 “대중적인 주목도가 높을 수밖에 없다”고 했다.

 영화 속 배우들이 쓰고 나오는 선글라스는 영향력이 더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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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으로 선글라스 붐을 일으킨 영화는 1955년 ‘이유 없는 반항’이다. 이 영화 한 편으로 시대의 우상으로 떠오른 제임스 딘은 데님 재킷에 검정 사각 뿔테 선글라스를 쓴 스타일로 세계적 인기를 끌었다. 그가 영화에서 썼던 선글라스는 지금까지 남성성을 부각시키는 중요한 패션 아이템으로 이어져 오고 있다.

 60년대엔 영화 ‘티파니에서 아침을’(61년)에서 오드리 헵번이 얼굴을 절반 이상 가리는 큼직한 선글라스로 인기를 끌었다. 선글라스를 쓴 채로 뉴욕 티파니 매장 앞에서 도넛을 먹는 모습이나 선글라스 한쪽 다리를 입에 물고 쇼윈도를 뚫어져라 쳐다보는 모습은 헵번이 입은 우아한 검정 드레스, 진주목걸이와 어우러져 여심을 흔들었다. 정윤기 이사는 “선글라스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이미지”라고 말했다.

  재클린 케네디 역시 60년대 가장 선글라스를 잘 소화해 낸 인물이다. 30대 초반 젊은 나이에 세계 초강대국 미국 대통령 영부인이 된 재클린 케네디는 뛰어난 패션감각으로 재키 스타일을 만들어 냈다. 그중 끝이 올라간 오버사이즈 선글라스가 그녀를 상징하는 스타일이 됐다.

 80년대 들어 선글라스는 다른 이미지로 대중에게 다가갔다. 이전까지 인기를 끌었던 큰 렌즈에 뿔테는 사라지고 금속 소재로 만든 가는 테에 크기가 작고 밝은 컬러의 렌즈 선글라스가 등장했다. 영화 ‘영웅본색’(85년)과 ‘탑건’(87년)이 개봉하면서 킬러 저우룬파(周潤發·주윤발)와 전투기 조종사 톰 크루즈가 쓰고 나온 비행기 조종사 스타일의 보잉 선글라스가 폭발적 인기를 누렸다. 이 인기가 2000년대 중반까지 이어지며 ‘보잉의 시대’를 열었다.

 콘택트렌즈로도 유명한 바슈앤롬사가 30년대 미 공군의 의뢰로 조종사를 위한 선글라스를 만들었다. 이게 보잉 스타일의 시초다. 바슈앤롬사는 37년 이 선글라스를 만들면서 선글라스 브랜드 ‘레이밴’을 만들었다(지금 레이밴은 세계적 아이웨어그룹인 룩소티카에 속해 있다). 노년층들이 선글라스를 ‘라이방’이라고 부르는 건 바로 이 레이밴 브랜드에서 유래한 것이다.

  레이밴은 이 선글라스를 공군 조종사에게 공급했고 이후 대중에게도 판매했다. 탑건에서 전투기 조종사로 나오는 톰 크루즈가 쓰는 선글라스가 바로 이때 나온 ‘에비에이터’ 모델이다. 맥아더 장군이 즐겨 착용했던 선글라스도 같은 것이다. 이후 하나의 선글라스 스타일로 자리 잡아 레이밴 외에도 많은 브랜드가 다양한 디자인을 출시하면서 보잉이란 이름은 그 자체로 스타일을 뜻하게 됐다.

  선글라스 트렌드적 측면에서 90년대 후반 주목할 만한 영화는 ‘맨 인 블랙’(97년)과 ‘매트릭스’(99년)다. 맨 인 블랙에서 윌 스미스와 토미 리 존스는 복고풍 검정 정장에 검정 사각 뿔테 선글라스를, 매트릭스에서 키아누 리브스는 번쩍이는 가죽 옷에 마치 테 없이 렌즈가 얼굴에 달라붙어 있는 듯한 선글라스를 착용했다. 두 영화 모두 공통적으로 선글라스가 주인공들의 캐릭터를 부각시키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직장인 신동훈(43·강남구 논현동)씨는 “당시 영화에 나온 것과 같은 디자인을 구하기 위해 해외 사이트에서 직접 구매했다”고 회상했다.

2000년대 들어서며 선글라스 렌즈가 다시 커졌다. 60~70년대 스타일이 다시 돌아오면서 럭셔리 패션 브랜드의 큼직한 오버사이즈 선글라스가 인기를 끌었다. 한 백화점 관계자는 “고가의 럭셔리 브랜드 가방이나 옷을 못 사는 대신 상대적으로 저렴한 선글라스로 럭셔리 제품에 대한 욕구를 충족하려는 사람이 많았다”며 “프라다·구찌·루이뷔통 같은 유명 브랜드 제품이 아니면 고객들이 쳐다보지도 않았다”고 말했다.

 이 당시 국내 선글라스 트렌드를 얘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이 있다. 바로 린다 김이다. 무기 로비스트로 스캔들을 일으켰던 린다 김이 안경 다리를 스와로브스키 크리스털로 화려하게 장식한 에스카다 제품을 쓰고 언론에 나오면서 큰 인기를 끌었다.

 2000년대 후반엔 여성스러운 디자인의 오버사이즈 선글라스와 함께 보잉 스타일도 밀리터리 패션과 함께 다시 나타났다. 똑같은 프레임에 기본 렌즈 컬러인 블랙·브라운 외에 오렌지·옐로·그린 등 화려한 컬러로 바꿔 껴 착용했다.

그라픽 플라스틱의 선글라스들.

 그리고 2010년대 복고가 트렌드로 떠오르며 레이밴의 웨이페어러(wayfarer)로 대변되는 사각 검정 뿔테 스타일이 다시 등장했다. 드라마 속 주인공들 또한 이 복고 트렌드를 이끌었다. 2011년 방영한 드라마 ‘최고의 사랑’에서 차승원(독고진 역)이 썼던 톰 포드 TF211은 드라마 종영 후 1년 동안 3만 점이나 팔렸다. 세원 ITC 정 차장은 “3만 점은 한 브랜드가 전개하는 모든 모델의 1년치 주문량에 해당한다”며 “독고진이란 캐릭터와 선글라스의 이미지가 잘 어울려 톰 포드의 사각 뿔테 스타일이 새로운 트렌드로 떠올랐다”고 말했다. 얼마 전 종영한 드라마 ‘직장의 신’에서도 당찬 계약직 미스 김으로 분한 김혜수가 베디베로와 돌체앤가바나 선글라스를 쓰고 나와 인기몰이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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