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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지못한 수탉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세네갈은 개막전에서 프랑스에 1-0으로 승리하며 수탉과 프랑스 대표팀을 모두를 침묵하게했다.
수탉 한 마리가 일주일 동안 많은 일을 목격했다. 월드컵 본선 3게임, 수 많은 술집들, 다양한 대중 교통수단, 그리고 수 백명의 숭배자들에 이르기까지....

이 수탉이 프랑스 대표팀 우승을 위한 행운의 상징으로 여겨지고 있는 것을 생각한다면, 이 닭은 한국에서 가장 운좋은 수탉임에 틀림없다.

프랑스인 알랭 알비츠가 지난 주 서울의 한 시장에서 수탉 한 마리를 꺼내 들었을 때 이 닭은 생사의 운명을 달리하게 됐다.

이 수탉은 사람들을 선동하는 새로운 역할을 맡게 되었으며, 프랑스 대표팀을 위한 국가적 임무를 수행하게 됐다.

선택된 수탉의 새 이름은 '끄리스땅 발라자르'. 이제 이 수탉은 프랑스 대표팀의 경기를 따라 한국을 여행하게 될 알비츠와 그의 친구들의 새로운 마스코트가 되었다.

알비츠는 만반의 준비가 끝났다. 그는 프랑스 대표팀의 푸른색 유니폼도 입었고 응원 스카프, 프랑스 특유의 억양, 얼굴 페인팅, 프랑스 국기, 그리고 우스꽝스러운 응원용 모자도 준비했다. 그리고 그는 이제 수탉까지 손에 넣었다.

쉽지않은 동행

그러나 발라자르는 동행하기에는 다소 거친 상대다.

원래 이들과 함께 하기로 되어 있던 수탉은 쥘르라는 이름을 가진 프랑스 닭이었다. 유감스럽게도 쥘르는 한국의 검역 규정 때문에 프랑스 남동지역 알사스에 소재한 알비츠의 농장에 머물 수밖에 없었다.

1930년 월드컵을 만든 프랑스인으로 당시 FIFA 회장인 줄리메의 이름을 딴 쥘르는 지난 4년간 놀라운 활약을 보였다. 쥘르의 주인은 프랑스 대표팀의 1998년 월드컵 우승과 2000년 유러피언 챔피언스 왕좌 등극이 쥘르의 활약으로 이뤄진 쾌거라고 보고 있다.

수탉은 프랑스 스포츠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수탉은 프랑스 국가 대표팀 유니폼의 한 복판을 장식하는 테마이기도 하다.

지난 금요일 발라자르의 첫 공식 활동은 지나친 스트레스 때문인지 부진했다. 발라자르는 울지 않았다. 그리고 세네갈은 개막전에서 프랑스를 1-0으로 이기며 프랑스를 궁지에 몰아 넣었다.

불만족스러운 모습을 보인 발라자르의 깃털은 헝클어졌고 알비츠는 발라자르에게 멋진 옷을 입혔다.

알비츠는 경기가 끝난 후 닭을 팔에 안은 채 "발라자르는 운이 없었다. 발라자르는 한국산 닭이다. 아마도 프랑스팀이 진 이유는 이 때문일 것"이라고 말했다.

발라자르와 그의 주인은 화요일 한국과 폴란드의 경기를 관전하기 위해 새로운 모습으로 부산 월드컵 경기장으로 가는 버스에 나타났다.

발라자르는 지난 주 보인 다소 수줍은 태도를 버리고 전 경기 내내 꽥꽥 울어 대며 주변 관중석의 관심을 모았다.

사람의 응원 소리를 내기 위한 지속적인 훈련에도 불구하고, 이 수탉은 단지 귀청을 찢는 소리만 낼 수 있었다.

알비츠는 발라자르를 새로운 환경에 익숙해지도록 적응시키기 위해 3일 울산에서 열릴 브라질-터키 전에 데려갈 것이라고 말했다.

발라자르는 동행하기에 다소 부담스러운 존재다. 사진은 1998년 프랑스 월드컵때 쥘르의 모습.
알비츠는 "발라자르가 경기를 즐길 뿐 아니라 이제는 경기를 관전하는 것 같다"며 "지금까지 발라자르를 경기장에 데려 가는 데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그는 사람들이 그저 웃을 뿐이라며 어제 호텔 직원의 표정은 매우 볼 만한 것이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문제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알비츠는 "발라자르를 데리고 다니는 것이 점점 더 어려워 지고 있다. 모두들 발라자르와 사진 찍기를 원한다. 모든 장소에 발라자르를 데려갈 수 없게 됐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발라자르는 아직 임무를 완수하지 않았다."

발라자르의 다음 공식 일정은 목요일 부산에서 예정된 프랑스와 우루과이의 결전.

호기심 어린 시선의 검색대원이 발라자르를 금속 탐지대로 통과시켜 줄것을 요구할 때 알비츠는 "터키 전은 세네갈전 보다 나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만약 예상이 틀린다면, 누가 알겠는가? 발라자르를 시즌 중간에 팔아버릴지..."

Andrew Demaria -BUSAN, South Korea (CNN)
박치현 (JOI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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