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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9) 자유를 지키는 피의 투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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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소련은 수십만의 대병력을 「체코슬로바키아」영내에 투입시켜「체코슬로바키아」의 주권과 독립과 자유를 무자비하게 짓밟고 있다. 「치에르나」「브라티슬라바」의 두 회담에서 『동구제국은 「바르샤바」조약기구의 큰 테두리 안에서 협력한다. 그리고 그런 기초위에서 각국이 제각기의 길을 걷는다』고 합의를 본지 불과 18일만에 일단 「체코」의 자유화노선을 시인해 주고있는 것처럼 보였던 소련이 무력개입을 단행했다는것은 분명히 예상밖의 일이다. 소련의 이침략행동은 비단 동구나 공산권뿐만 아니라 상대적 안정기에 접어들었던 동서관계나 세계평화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것으로 짐작되므로 세계적인 관심사가 되는것이다.
『소련군의 침입은 국가의 기본적인 제권리 및 사회주의제국관계에 위반되는 조치이다』고 주장한 21일 아침의「프라하」방송을 인용할 필요도 없이 약육강식의 제국주의적 침략이요, 명백한 역사적인 반동인 것이다.

<폭로된 침략근성>
강대국의 세력권정책이 일반적으로 후퇴과정에 들어섰고 국가간·민족간의 평등이 확실히 구현되고있는 오늘의 세계정세에 있어서 사회주의 모국으로서 약소민족해방의 기수로 자처하는 소련이 힘으로 약소민족, 그것도 사회주의국가의 독립과 권리를 짓밟는 폭거를 취했다는것은 적색제국주의 대국으로서의 「러시아」의 진면목을 여지없이 보여준 것이다. 이제와서는 소련이 미국의 월남전쟁정책을 비난할 아무런 자격도 없어졌고 공산주의세계혁명은 민족의 독립과 평등을 촉구한다는 말조차 꺼낼수없게되었다.
소련이 사회주의국가의 대의명분을 차버림은 물론 세계여론의 규탄을 무릅쓰고 파렴치한 강도행위를 취하게된 까닭은 무엇인가? 「브레즈네프」·「코시긴」정권이 가장 겁냈던것은「체코」자유화의 물결이 소련국내에 파급하는것이었다. 소련국내에는 자유화를 구하는 잠재력이 강했고 지식인들은 「체코」자유화를 동정하면서 부러워하는 눈치로 이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러나 정권담당자는 이를 누를만한 자신이 없었다. 이 자신의결여가 아마도 소련 공산당내 「독수리파」를 득세케하고 폭거를 자행케한 제일가는 이유일 것이다.

<파·동독서도 동요>
또하나 「체코」의 자유화는 동구에서 소련이 마지막까지 믿을수 있는 두개의 맹국-파란과 동독의 「스탈린」주의정권을 전전긍긍케하고 있었다.
자유화의 물결이 이 두나라에 미치면 이들 국가 역시 정치적인 동요를 면할수없고 결국은 소련의 지배와 영향에서 이탈할 공산이 크다.
이처럼 해서 동구제국의 하나하나가 소련으로부터 원심적으로 이산하게 되면 소련이 2차대전에서 얻은 최대의 수확은 행방불명이 된다.

<괴뢰정권엔 항거>
결국 소련은「체코」침입으로 잃게되는 것보다도 이로써 유지해야 할것이 더 많다는 계산이 성립,「체코」의 자유화를 군화로 짓밟아버릴 결심을 하게되었으리라.
「두브체크」·「스보보다」정권을 무력으로 분쇄해버린 소련은「체코」공산당내의 보수파-민족독립에 대한 배신자·매국노들을 규합하여가지고 괴뢰정권을 만들어놓을 공작을 진행시키고있다.
이로써 「체코」국민을 기만하고, 세계여론을 현혹시키려는 것이다. 그러나 소련이 아무리「체코」의 민족반역자 매국노들을 모아가지고 괴뢰정권을 조작한다 하더라도 「체코」의 국민은 이를 자기네들의 정권으로 받아들이지 않을것이고, 세계여론은 이 사기극에 걸려 넘어가지 않을것이다.
「두브체크」는 소련군의 만행이 자아내는 국민의 희생을 막기위해 마지막까지 『저항치 말라』고 호소했다. 이 눈물어린 호소에도 불구하고 민중은 외국침입자에 대해 본능적인 저항을 벌이고있다.
「북방의 곰」에게 짓밟힌 「체코」국민의 용감한 항쟁에대해 인간적인 동정을 하지 않을자, 그리고 야수적인 강탈과 만행에대해 증오를 느끼지않는자 있다면 그는 벌써 세계가족의 일원으로서의 자격을 상실한자일 것이다.
「체코」국민은 자유와 독립을 위해 많은 피를 흘리게 될것이고, 소련의 음모대로 괴뢰정권이 나타나 통치를 하겠다 하더라도 장기에 걸쳐 「비협력」운동을 전개할것이다. 2월 정변후의 「체코」정권은 비록 공산당정권이라 하지만, 언론에대한 통제를 전폐하고, 당내외에 걸쳐 폭이 넓은 민주주의를 실시하고, 소비생활수준향상에 주력하겠다고 다짐함으로써 「볼셰비키」형 사회주의에서 서구형 사회주의로 전환하는 정책노선을 제기했던 까닭으로 「모스크바」의 격노를 샀지만, 그대신 국민의 지지를 달리 받고있었다.

<세계사에 큰 오점>
자유에의 이정표는 단계적인 것이다. 따라서 일단 공산주의체제를 받아들였던 사회가 일거에 의회민주국가로 비약할 수는 없는것이다.
그러나 「체코슬로바키아」가 걸어가려했던 길은 공산체제가 자유체제로 이행발전하는 세계사의 귀중한 실험이었던 까닭으로 자유제국민의 동정과 지지를 얻지않았던가. 소련은 이 자유에의 실험이 무서워서 체면·염치 다버리고 발악적인 모험을 하고있지만 긴 안목으로 보면 이번의 폭거는 소련의 크나큰 손실이고 사회주의사회의 중대오점이 될것이다.

<온 세계의 성원있다>
이점「체코」국민의 자유항쟁은 결코 헛된 것이 아닐것이다. 『자유의 나무는 피를 빨아먹고 성장한다』 는 격언은 동서고금에 통하는 위대한 진리인 것이다.
지난날 「비스마르크」는 『「체코」를 먹게되면 위속에 돌이 남는다』고 말한바있다. 「체코」를 무력으로 삼켜버린 소련이 그 비대해진 위속에서 과연 그 돌을 제거할 수 있을까? 침략행동을 불허하는 「유엔」의 제재, 세계 여론의 신랄한 규탄, 평화공존 「무드」의 파손과 동서간의 재긴장, 세계공산주의 운동에서의 고립화, 「아시아」에서 중공의 세력이 진출할 수 있는 가능성의 증대, 그리고 이미 더럽혀진 소련의 국가위신과 이를 되찾기 위한 정권교체의 가능성등 강도의 수법으로 「체코」를 삼켜버린 「러시아」앞에 놓여있는 난제는 산적해있다.
소련이 진퇴유곡에 빠져 시대착오의 과오를 범했음을 자인하고 「체코」에서 무조건 철수하는 그날까지 자유를 애호하고 민족의 독립을 견지하려는 세계와 모든 국가, 모든 민족은 「체코」국민에 대한 성원을 아끼지 않아야한다.
글 신상초 <중앙일보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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