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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코」사태와 「유엔」의 책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소련군 침공후의 「체코」사태는 아직도 유동적이다. 「체코」에 침입한 소련군은 「두브체크」정권의 기능을 사실상 마비시켜놓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스보보다」대통령,「후사크」부수상 등을「모스크바」에 불러들여 정치적 협상을 시도하고 있다고 전한다. 소련의「체코」침입의 궁극적인목적이 「체코」의 자유화·민주화를 억제하고, 「체코」를 「러시아·블록」에 비끄러 매두자는데 있음은 의심의 여지가 없는 것이다. 따라서 소련이 일면탄압, 일면회유의 양도전법을 써나가면서 현정권을 해체 또는 개편하여 친소 괴뢰정부를 수립하려 하고 있다는 것은 빤히 들여다보이는 일이다.
소련이 「체코」의 독립을 유린하고, 그 주축을 말살한 행위에대해서 「체코」국민은 항의집회·가두「데모」·총파업등 온갖 수단을 통해 용감한 항쟁을 벌이고 있다. 이번「체코」국민의 항쟁은 56년「헝가리」사태당시와는 달리「무저항·비협력」을 기본방침으로 삼고 있는 점이 그 특색이지만, 이런 수동적저항·비협력의 운동은 소련이「체코」에 괴뢰정권을 세워 불법적인 무력개입을 합리화시켜 놓는다 하더라도 그대로 지속될 공산이 큰것으로 보인다. 이런 까닭으로 「체코」사태는 소련의 무력개입이 일단 유효한 것처럼 보인 후에도 장기에 걸쳐 위험한 긴장은 지속할 것으로 보아야한다. 여기 세계여론을 규합하여 소련의 제국주의적 침략행동을 더 한층 날카로이 규탄하고 또 「유엔」에서 평화와 독립을 애호하는 모든 회원국들의 역량을 결집하여 소련의 불법침입을 유효히 제재해야할 필요가 절실히 느껴지는 것이다.
23일의 「유엔」안보이사회에서는 소련군의 「체코」침입을 규탄하고 침입군의 즉각 철수를 요구하는 서방측 7개국 결의안에 대해 소련은 또다시 1백5번째의 거부권을 행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치적으로 궁지에 빠지면 거부권을 행사한다는 것은 소련의 상투적인 수단이다. 때문에 소련이 그 자신의 불법행동을 규탄하는 결의안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했다는 것은 조금도 놀라운 일이 아니다. 상기 안보리의 표결에 있어서 약간 의외로 생각되는것은「알제리」·인도·「파키스탄」등 3개국이 기권을 했다는 것이다. 이것은 이들 3개국이 소련의 행동을 묵인해 주겠다는 것이 아니라 「체코」사태가 동서간 냉전을 부활시키는 계기가 되는 것을 예방키위해 일단 태도표시를 유보한 것으로 보아야 한다.
「유엔」 안보리에서의 결의안 성립 좌절은 평화와 정의를 위해 유감천만이지만, 이로써 소련의 제국주의침략이 기정사실로서 시인됐다는 것은 결코 아니다. 어떠한 강변을 하더라도 강도행위는 어디까지나 강도행위인 것이니 안보리는 또다시 새로운 결의안을 마련하여 세계여론을 반영, 소련의 불법침략을 계속 규탄해 나가야한다. 그리고 그것역시 소련의 거부권행사로 좌절되는 경우, 「유엔」은 긴급총회를 열어 「체코」문제를 다룸으로써 침입한 소련군의 무조건 즉시철수와 「체코」의 독립을 회복하는 유효적절한 조처를 신속히 취하도록 해야한다. 물론 오늘의 시점에서 소련에대한 제재는 기껏 경제제재의 범위를 벗어나지 못할 것이며 실효를 거두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비관론이 없는것은 아니지만 「세계여론의 법정」앞에서 소련의 강도행위를 엄격히 규탄하고 인류의 이름으로 정의의 심판을 가한다는 것은 그것만으로써도 충분히 의의가 있는 것이다. 「파워·폴리틱」은 도의를 무시할수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장기적 안목으로 보면 정의의 뒷받침을 받지못한 힘의정치는 반드시 무너진다는 것을 오늘 우리는 국민적 규탄대회를 계기로 다시 한번 강조하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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