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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사는 외쳤다. "우리를 잊지말라"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바르샤바」조약군의 「체코」침공 이후 처음으로 「체코」를 빠져나온 로이터통신의 「존·프리맨」특파원은 「체코」인들의 모습을 다음과같이 전했다.
【빈23일로이터동화】내가 묵고있던 「호텔」의 금발머리의 하녀는 붉고 희고 푸른색으로「체코」기를 그린 손수건을 내 손에 꼭 쥐어주며『제발 가시거든 우리들이 어떤 일을 당하는지 널리 알려주세요』라고 말했다.
그녀의 두 뺨에 눈물이 쉴새없이 흘러 내렸다.

<왜 우릴 괴롭히나>
22일 「올토무크」에 이르렀을 때 한 중년부인은 내게 『도대체 그들은 무엇 때문에 우리를 괴롭힙니까』고 목메어 울었다.
나는 영국의 한 축구「팀」과 함께 동구를 여행 중이었다. 21일 「바르샤바」조약군의 침략으로 우리의 여행도 중단되었는데 「호텔」주인은 사건이 발생하자 우리에게 「호텔」에 가만히 있을것을 신신당부했다.
그후 「프라하」주재 영국대사관도 『사태가 분명해질때까지 그대로 기다리고 있어라』고 같은 말을 했다. 그러던 중 22일 우리는 「오스트리아」국경지역이 열렸다는 소식을듣고 가는데까지 가보기로 작정했다.

<영국기에 환호성>
「올토무크」에 잠깐 머무르는 동안에는 소련군이나 「탱크」는 보이지않았으며 소련 「제트」기만이 하늘을 날고 있었고 「바르샤바」조약군이 마을에 진주했다는 소문이 퍼져있었다.
그러나 「오스트리아」국경에 가까와왔을때 우리는 길가 도랑에 서있는 30여대의 「탱크」를 비롯한 1백여대의 소련 및 「폴란드」의 차량을 볼수있었다.
「유니언·재크」(영국기)를 단 우리의 차가 지나갈때마다 거리에나온 사람들은 반가운 듯 환호성을 울렸고 우리주위에 몰려들어 믿을수없는 악몽처럼 닥쳐온 슬픔을 흐느끼며 호소했다.
우리는 우리의 등을 두드리며 우리를 껴안고 우리에게 애수에 찬 「체코」기를 내미는 그들에게 어떤 위로의 말을 주어야할지 가슴이 메어지는듯 했을 뿐이었다.

<거리엔 반소벽보>
우리가 지나온 거리거리마다에는 『「두브체크」만세! 소련놈 물러가라! 「크렘린」으로 꺼져라!』는 등의 벽보가 나붙어 있었고 몇몇「체코」군의 「트럭」에도 이와 같은 반소벽보가 붙어있었다.

<라디오에 전신경>
현재 「체코」에서 가장 선망의 대상이 되고있는것은 출국「비자」와 「트탠지스터·라디오」인데 가는 곳마다 사람들은 「트맨지스터」를 들고있는 사람을 둘러싸고 불안한 표정으로 시시각각 전해지는 「뉴스」에 전신경을 모으고 있었다. 「라디오」에서 가장 가까운 곳에 있는 사람은 대부분 비밀방송을 통해 흘러나오는 저항운동의 동태에 관한 최신보도를 뒷사람들에게 큰 소리로 알려주었다.
우리가 마침내 「오스트리아」국경에 도착, 국경을 넘게되자 멀어지는 우리들 뒤에서는 『우리를 잊지말라』는 「체코」경비병들의 외침이 메아리처럼 들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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