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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재국, 페이퍼컴퍼니 … 동생 뭉칫돈 나온 2004년 설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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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2004년 7월 28일 조세피난처인 영국령 버진아일랜드(BVI)에 페이퍼컴퍼니(서류상으로만 존재하는 회사)인 ‘블루 아도니스’가 설립됐다. 이 회사의 단독 등기이사이자 주주로 등재된 사람은 당초 주소지를 ‘싱가포르’라고만 기입했다. 그러나 요르단 국적의 아랍은행 싱가포르 지점에서 법인 명의 계좌를 개설하기 위한 이사회 결의서엔 출판사인 ‘시공사’의 서울 서초동 본사 주소를 적었다. 자신의 영문 이름과 여권 번호도 기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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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제탐사보도언론인협회(ICIJ)와 인터넷 매체 뉴스타파는 3일 블루 아도니스의 소유주가 전두환(82) 전 대통령의 장남 전재국(54·시공사 대표)씨라고 밝혔다. 이날 발표한 한국인 페이퍼컴퍼니 소유자 4차 명단에는 전 대표 한 명만 들어 있었다. 전 대표는 시공사 서초동 사옥 등 300억원 규모의 부동산 등을 소유한 재력가다. 뉴스타파는 “전 대표가 프라이빗뱅킹을 전문으로 하는 이 비밀계좌를 통해 자금을 운용한 사실이 확인됐다”며 “한국인 2명이 이 지점에서 일하고 있고 조민호 전 SK케미칼 부회장도 이 은행에서 계좌를 개설한 점으로 미뤄 한국인 큰손 고객들이 더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페이퍼컴퍼니 설립 이유만큼 관심을 끄는 건 설립 시기다. 당시는 동생 전재용(49)씨가 차명계좌에 167억원의 뭉칫돈을 보관한 사실이 드러나 구속 수감(2004년 2월)된 지 불과 다섯 달 후다. 당시 재용씨는 검찰 조사에서 “외할아버지인 이규동씨에게서 받은 돈”이라고 주장했지만 전 전 대통령의 비자금 중 73억원이 흘러 들어간 것으로 확인됐다. 그 시기는 또 이순자 여사가 본인 및 친척 명의로 200억원을 대납한 지 두 달 뒤이기도 하다. 당시 이 여사는 눈물까지 흘리며 “알토란 같은 내 돈”이라고 말했었다. 문제의 페이퍼컴퍼니가 1672억원의 추징금을 미납 중인 전 전 대통령의 해외 은닉 자산과 관련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는 이유다.

 전 대표뿐만 아니라 다른 형제들의 재산도 상당한 규모다. 부동산개발 임대업체인 비엘에셋 대표인 재용씨는 2008년부터 서울 서소문동 일대 건물 5채를 시가(120억~130억원)보다 2배(240억~250억원)가 넘게 주고 구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남 재만(42)씨도 서울 한남동에 100억원대 빌딩을 소유하고 있다. 이들 돈 역시 전 전 대통령의 비자금으로 장만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일었으나 비엘에셋 측과 재만씨 측은 이를 모두 부인했다.

 전 대표의 페이퍼컴퍼니 설립 사실이 드러나자 지난달 출범한 검찰의 전두환 전 대통령 미납 추징금 집행 전담팀은 추가 징수에 대한 기대감을 보였다. 대검 관계자는 “국세청과 금융정보분석원(FIU)의 조사 결과를 지켜보고 세금을 탈루했는지 여부에 대해 면밀히 조사하겠다”고 밝혔다. 추징금 환수 시효는 10월 11일이다.

 전 대표는 이날 “부친과는 전혀 관련이 없으며 탈세나 재산 은닉을 목적으로 한 것이 아닌 유학 자금이었다”고 해명했다.

민경원·손국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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