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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법부의 엄존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지난 3일이후 잇달아 일어나고 있는 괴벽보사건과 괴편지사건이 근 2주일째 오리무중에 있는 요즘 14일에는 동백림공작단 사건 심리에 관여했던 최윤모 대법원판사의 사표가 제출되어 온 국민과 법조인의 비상한 관심을 끌고 있다. 최대법원판사는 그 사의가 다만 일신상사정 때문이라고 말하고, 『이대로 가다가는 재판도 생활도 모두 망친다고 생각, 수신제가부터 하기로 결론을 지어』이 시기에 사표를 제출한 것이고, 동백림사건 판결과는 아무 관련이 없다고 해명했다 한다.
이처럼 최대법원판사가 사표를 제출한 것은 순전히 개인적인 사정때문이라고 하겠으나 우리는 전기한 그의 발언을 통해서 그가 사표를 제출치 않으면 안되었던 심경을 충분히 촌탁할수 있다. 실로 이 시기에 그가 사표를 낸 것은 그제출 시기가 오비이락격인 인상을 준데에만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니라고 본다. 몰지각한 파렴치한에 의한 괴벽보·괴편지사건이 잇달아 일어나고 있는 터에 행정관리에 비해서도 낮은 경제적 처우를 받아가면서도 오직 「법적 정의의 발굴」을 신조로 민주정치의 최후의 보루로서 자처해온 법관들이 이제 회의와 자성의 기회를 갖지 않을 수 없게 됐다면 이는 결코 최대법원판사 개인만의 문제일 수는 없기 때문이다.
사법관중에서 최고의 영예와 대우를 받고 있는 대법원판사조차도 변호사시대에 마련한 집을 팔아서 생활을 지탱해야하고, 비록 일부 몰상식한 파렴치한들에 의한 소행이라고는 하나, 판사가 그가 내린 판결에 관련하여 「용공판사」, 「김일성의 앞잡이」로서 먹칠을 당하는 사태는 이나라의 사법부 경시사상을 상징하는 것으로 슬픈사실임에 틀림없다. 미국의 대법원판사나 서독의 연방재판소판사, 또는 일본의 최고재판소판사들의 사회적·경제적인 대우는 모든 관리중 최고이며 그들이 경제적인 이유에서 사임했다는 이야기는 일찌기 들은 일이없다.
우리나라의 중견 판사들은 경제적인 이유때문에 판사직을 그만두고 변호사 개업을 하는 사례가 허다하였으나 대법원판사가 경제적인 이유로 최고의 성직을 그만둔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닌가 생각된다.
정부는 이 충격적인 사실을 직시하여 법원판사들의 경제적 처우를 개선해 줌으로써 「법과 양심에만 따른 재판」을 보장해주어야겠고 그들의 독립과 존엄과 권위를 어느 국가기관보다도 높여줌으로써 그들의 이직을 막고 사법국가에의 길을 트는 것은 지금 우리국가가 직면한 가장 중요한 과제중의 하나임에 틀림이 없다 하겠다.
이를 위하여 정부는 무엇보다도 행정우월적인 사고경향을 단연 지양해야할 것이며, 사법부를 모독하는 괴벽보·괴편지의 진범을 조속히 색출, 처벌함으로써 사법권의 신성을 되찾아 주어야만 할 것이다.
한편 사법관들에게 바라고 싶은 것은 재판을 불신하고 덤벼드는 슬픈 사실앞에서도 결코 굴하지 말고 법과 양심에 따라 재판함으로써 사법부의 독립과 신성을 보존해 달라는 것이다. 일부 몰지각한자의 난동때문에 법관들이 조금이라고 동요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이점에 있어 『법과 양심을 어겨 정치적 목적에 따른 재판을 하는 것은 헌법 위반』이라는 사법부 최고책임자의 말은 지언이라고 할 것이다. 온 국민들은 사법부를 먹칠하려는 난동이 있은 이번 불상사를 계기로 보다 더 사법부의 독립과 권위를 절감하게 되었고 이의 수호를 위하여 법관들과 함께 감투할 것을 다짐하고 있는 것이다. 법관들은 어떠한 사태가 발생하더라도 이에 동요되지 말고 법과 양심에 따른 재판을 함으로써, 또 사법부가 맡은바 직책을 고수함으로써 민주정치의 최후의 보루로서의 역할을 다해주기를 국민이 염원하고 있다는 사실을 한시라도 잊어서는 안될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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