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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관은 어디로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덕수궁미술관과 경복궁미술관을 국립박물관의 관리하에 둔다는 국립박물관및 문화재관리국직제의 개정은 학계에 충격적인사건으로 전해지고있다.
세계적으로 자랑할만한「유니크」한 덕수궁미술관이 이제 못보게 되는게아닌가. 하나라도 더 기능별로 설치해야할 이때에 하나밖에 없는것마저 없앨 이유가 무엇인가. 학계는 「덕수궁미술관」이란 이름과 함께 유물까지 사장치않나 걱정한다.
정부는 소유권이 넘어간게 아니고 관리권만 문화재관리국으로부터 박물관에맡기는 것이라고 해명한다.
그러나 임시 관리가 아니라 완전 흡수를 전제하는 것이요, 언젠가는 소유권까지 넘어가리라고 내다본다.
견해의차이는 여기서부터 비롯한다. 국립박물관은 옛 총독부 박물관. 발굴을통해얻은 고고·역사자료를 중심으로 수장하고 있다. 이에비해 덕수궁미술관은 옛 이왕가미술관. 60년전 고종이 특별히 설치하게한후 도자기와 서화등 미술품을 중점적으로 사들여 모은것이다.
해방후 덕수궁미술관은 깊은 잠에빠져있다. 알토란같은1만3천점을 수장하고있건만 기능이 완전마비돼왔다. 덕수궁사무소장밑에 1명의 전문직학예사를두고 창고지기를 시켜온것뿐이다.예산은물론 무일푼.
그따위 운영이라면 박물관에 넘겨주자. 마침 『동질적사무의통합』이란 정부방침에따라 박물관 미술과가 맡아할수있다는 점에서 경복궁미술관 (현재 대여전시실) 과 함께 이관한것이다.
문화재관리국의 입장에서엄연한 구황실재산을 빼앗긴것은 그동안 방치한 때문이다. 덕수궁미술관을 위해선 창덕궁유물 전시비만큼도 쓰지않았다. 64년 박물관과 미술관의 통합얘기가 나왔을때 문화재위원회는 그안의 졸렬성을 지적좌절시키는한편 ①국립박물관은 경복궁안의 제집으로복귀하라. ②덕수궁미술관은전문인을 배치하여 기능을살리라는등 5개항목의 건의문을 냈다. 그럼에도 관리국은 마이동풍. 운영기구를 만들수있는 특별회계임에도 아랑곳하지 않았다.
그후 문화재위원들의 무관심역시책임을면할수없다.
이유여하간에 국립박물관은 세든 처지에 주인 몰아냈다는 비난을 면할수없다. 취득후 주인 (송석하)잃은 남산의 민족박물관수장품 4천5백여점을 접수하여 창고속에 쳐넣던 솜씨를 또 보이는게 아니냐고 주위에선 의아해한다. 그리고 박물관이 덕수궁석조전으로 쫓겨온것이1955년.
홍문공부장관은 앞서 문교차관매 겪은 경험에비춰이번엔 실무자들도 모르게 돌격적으로 직제를 개정해버렸다. (박물관은 대통령명으로 처리될수있음) 그러나 앞으로 소유권을 이전하는데는 법개정이 필요하다. 같은 국유라 하더라도 구황실 재산은 문화재관리특별회계로 운영되기때문에법적문제가 뒤따른다. 이는국회에서까지 논의를 거쳐야 하기때문이다.
박물관사업이 한걸음 위축된다는 사실과는 관계없이 문화재관리국으로선 귀찮은 혹읕 떼었다는 시원함을 느낄지 모른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 중요한일에 아무런 공론을 듣지않고 처리한 당국의 처사에 격분하고 있다. 박물관은 유물창고가 아니기 때문이다. 현재의 어설픈 전시가 기능의 전부가 아니요, 오히려 「사회재화」에 설치목적이있다.
국립박물관의 현황으론 5만여점의자기것조차제대로 유지· 운영을못하는 실정이다.
예산도 인원도 턱없이 부족해 창고직으로 회화해있다. 일제때만 해도 교화사업을했고 또 문화재보수관계도 감독했다. 말할것없이소장품 목록집하나 제대로없는 이런 형편에서 미술관까지는 무리한부담.
덕수궁미술관하나만으로도 적어도 관리·연구·홍보의3부담이 필요하다. 수장품을 창고에 쌓아둘게아니라 전시품을 바꾸고 특별전과 강좌를 베풀고 일반이 이해하도록 홍보하고, 그러기위해서는 연구가 뒤 따라야하고….
학계는 이번 직제개정으로 전화위복이 되길 기대하고 있다. 명실공히 국립미술관이 발족하는 디딤돌이되길 정부당국에 요청하고있다. 고고 역사학 자료는 국박에, 미술품은 국립미술관에, 현대 미술품은 현대미술관에, 그리고 민속품은 민속관에 분장되어 각기 기능별로 민족문학발전에 이바지할것을 갈망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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