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화하는 디스크 치료, 수술 안하고 고주파 시술로 10분이면 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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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못된 생활습관으로 척추가 변형된 디스크 환자가 운동 재활요법으로 척추 주변 근육을 강화하고 있다. [김수정 기자]

#1. 직장인 박기혁(남·43·서울 관악구) 씨는 다리를 꼰 상태로 하루 종일 컴퓨터 작업을 하다가 허리 통증에 시달리고 있다. 의자에 30분 정도 앉아 있으면 허리가 뻐근하고 골반이 무거워 진다. 처음엔 피로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통증이 심해졌다. 최근엔 앉았다 일어서기도 불편하고 다리에 찌릿한 통증까지 있다. 병원을 찾은 박씨는 척추와 엉덩이 골반이 틀어져 허리 디스크가 생겼다는 진단을 받았다.

#2. 여대생 김가희(23·서울 서초구) 씨는 스마트폰 게임 매니어다. 하루에 3~4시간 즐긴다. 김씨는 최근 어깨가 결리고 뒷목이 아픈 날이 많아졌다. 찜질과 스트레칭을 해도 통증이 사라지지 않아 병원을 찾았다. 고개를 떨군 자세로 스마트폰 게임을 즐긴 김씨는 목 디스크에 걸렸다.

잘못된 자세에 신체 균형 깨져

척추는 인체의 기둥이다. 옆에서 봤을 때 S자로 곧게 뻗어 있어야 한다. 강남초이스병원 조성태 원장은 “하루종일 컴퓨터 앞에 앉아 있는 직장인은 자신도 모르게 목을 앞으로 빼거나 허리를 구부정하게 숙여 일을 한다”며 “잘못된 습관으로 목·허리·엉덩이를 잇는 척추가 전체적으로 틀어지면서 디스크가 발생한다”고 말했다.

 척추는 어느 한 곳이라도 바르지 않으면 보상 작용으로 다른 뼈까지 뒤틀린다. 가방을 한쪽 어깨로만 메는 게 대표적인 사례다. 가방의 무게가 한 쪽 어깨로만 쏠리면 균형을 맞추기 위해 척추가 함께 휘어진다. 다리를 꼬거나 짝 다리를 짚어 체중을 한쪽으로 싣는 습관도 마찬가지다. 이런 문제가 지속되면 척추 디스크가 발생한다.

 척추 뼈 사이에는 쿠션 역할을 하는 디스크(추간판)가 있다. 자세가 안 좋거나 사고로 척추 뼈가 뒤틀리면 디스크는 제자리에 있지 못하고 바깥으로 튀어 나온다. 조 원장은 “척추 뼈가 변형되고 디스크가 이탈하면 척추신경을 압박해 다리가 저리고 통증을 일으킨다”고 말했다.

고주파 10분이면 디스크 근본 치료

척추 디스크는 무조건 수술해야 할까. 초·중기 디스크는 삐뚤어진 뼈를 바로잡고 디스크에 집중된 압력을 낮추는 재활·운동치료만으로 효과를 볼 수 있다. 증상이 좀 더 심한 디스크도 간단히 치료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조 원장은 “디스크 치료법이 많이 발전해 수술을 하지 않고 고주파 특수 내시경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말했다.

 고주파 특수 내시경 치료법은 국소마취를 한 후 척추에서 10㎝ 떨어진 부위에 1㎜ 굵기의 카테터를 주사하듯 디스크 부위에 집어넣는 시술이다. 그 다음 섭씨 50도의 고주파를 디스크에 직접 쏜다. 고주파로 가열된 디스크는 수축·응고하면서 본래 자기 자리로 돌아간다. 통증도 개선된다. 시술은 10분 안에 끝난다. 바로 퇴원해 일상생활을 할 수 있다.

 조성태 원장은 “기존 디스크 치료는 일시적으로 증상을 호전시켜 재발하는 경우가 많다”며 “고주파 특수 내시경 치료는 이탈한 디스크를 원래 위치로 되돌려 놓는 근본적인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척추 근육 강화하는 재활치료 중요

척추 디스크 치료 후에는 재활에 신경써야 한다. 디스크는 대부분 잘못된 생활습관과 자세로 척추가 변형되고 주변 근육·인대가 약해져 생긴다. 강남초이스병원 도수치료센터 한우영 과장은 “도수·감압·운동요법 등 재활치료로 약해진 척추와 주변 조직을 잘 관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도수치료는 손으로 척추 주변 근육과 뼈를 만지면서 척추의 위치를 바로 잡는다. 감압치료는 전용 치료기구를 이용해 척추를 위·아래로 늘려 디스크에 집중된 압력을 분산시킨다. 운동요법은 운동처방사와 물리치료사가 척추를 받쳐주는 척추 심부근육을 강화한다. 치료 후 바른 자세를 유지시켜 디스크가 재발하지 않도록 돕는 것이 목표다. 강남초이스병원은 척추 디스크 치료 후 재활을 위해 국내 최대 규모의 척추재활센터를 운영한다. 도수치료사·운동치료사·물리치료사가 팀을 이뤄 디스크 재활 치료를 체계적으로 돕는다.

 재활치료는 일주일에 2~3번, 3개월 정도 받으면 효과를 볼 수 있다. 일자목·허리·골반 불균형·휜 다리·척추 변형·거북등 등 체형 교정에도 효과적이다. 조 원장은 “수술이 힘든 고령 디스크 환자도 약물치료와 재활치료를 병행하면 통증을 많이 줄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디스크를 예방하려면 자세를 바르게 해야 한다. 앉는 자세가 중요하다. 척추가 구부러지는 자세로 서거나 앉는 것은 피한다. 자전거 타기·등산·수영·걷기 등 척추 근육을 강화하는 운동을 꾸준히 한다. 하루 30분 이상 일주일에 4회 이상 해야 효과를 볼 수 있다.

글=권선미 기자
사진=김수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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