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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9년도 예산과 경제동태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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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69연도 예산편성작업과정에서 정부·여당은 상당한 진통을 겪고있는 것같다. 세법운영의 조정, 전매익금증수를 위한 담뱃값인상, 특별회계에 속하는 공무원봉급인상과 이를 위한 공공요금인상율 비롯해서 세입규모의 책정 및 예산의 배분에 이르기까지 어마한 난관에 봉착하고있는것같으며 그에 대한정부·여당의 생각이 각각 다를뿐만 아니라 정부각 부처사이나, 여당내에서도 서로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예산편성작업과정에서의 이와갈은 혼선은 해마다 되풀이되는 것이므로 올해만 특유한 일은아니라하겠으나 최근의 경제동태는 이례적인 변화를 겪고있기 때문에 69연도 예산편성작업은 더욱 어렵게된것이라 할것이다.
남부지방의 극심한 한해가 69년의 경제활동에 미칠영향이 막중할 것이고, 격증하는 수입수요가 외환보유고에 미치는 영향도 또한 무시하지 못할 처지에 있다. 외환보유고의 변동이 금융에 미치는 변칙적인 작용도 69연도 예산에서 감안해야할 상황에 있는것이다.
따라서 이러한 주목할만한 경제동태를 69연도예산에서 어떻게 대처해야할것이냐하는 기본적인 문제점을 먼저 신중히 검토해야 마땅함에도 불구하고 정부·여당은 그러한 문제의식을 등한시한채예산편성작업을 서두르고 있는 것 같은 인상을 주고있음은 우선 유감이라 하지않을수없다. 보도에 따르면 정부 각부처의 69연도예산요구액은 5천3백억원규모나 된다고 하며, 이에대해 기획원은 4천5백억원 규모를, 공화당은 다시 이를 축소하여 3천1백억원규모로 압축하는 작업을 서두르고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이와같은 예산규모팽창은 그어느것도 작금의 경제동태와는 상당히 거리가 먼 것이 아닌가 생각되는 것이다. 예산규모의 팽창은 무상원조의 감소때문에 필연적으로 조세수입의 증대를 통해 조정될 수밖에 없는것이며 간접세위주의 조세체계하에서 그것이 물가를 크게 자극할것도 자명한것이다.
일반재정의 팽창과 공무원 봉급인상은 필연적으로 특별회계의 팽창과 특별회계소속의 공무원봉급인상을 유발케되어 각종공공요금인상을 불가피하게 만들 것이다. 때문에 공공요금인상을 가급적 억제한다는 공화당일부의 생각이나 박기획의 방침은 유지되기 어렵지 않을까 생각된다. 이러한 소비적인예산팽창과 공공요금인상은 남부지방의 한해, 그리고 수입수요증가및 외환공급사이의 괴리로 오는 수입제한의 필연성등 각종요인이 미치게될 영향과 상승작용을해서 69영도의 물가전망을 흐리게 하는것이라 할 것이다. 전망이 나쁜 물가동태를 앞에 두고 예산규모팽창을 종래의 타성대로 허용할것이냐하는 문제는 좀더 검토되어야 할줄로 안다.
다음으로 예산배분에 있어서도 오늘의 경제동태는 새로운 문제의식을 제기시킨다고 할것이다. 공무원봉급인상및 증원과 같은 소비적 팽창이나 재정투융자확대가 과거의 경향대로 이루어진다면 한해대책이나 수입수요억제를 기대하기 어려울 것임을 부인하치 못할 것이다. 따라서 예산배분에 있어서도 고도의선택적인 안목이 요청되는 것이라 하지않을 수 없다.
요컨대 오늘의 경제동태는 예산규모 팽창과 그것만으로는 부족해서 도로공채·농업채권권·산업금융채권·주택채권 등의 발행까지도 고려해야하는 상황과는 부합되지않게 움직이고있는 것이며 또 수입수요의 억제와 물가의안정, 한해대책의 필요성 등은 예산규모 팽창추세와 그 배분의 변화를 촉구하고있다는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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