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 달라진 요즘 군대

온라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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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지나도 변치 않는 군대 인기 간식 ‘뽀글이’(왼쪽)와 군 햄버거 ‘군대리아’.

“5주 만에 아들 볼 생각 하니 벌써 찡하네요.” 15일 3사단 신병교육대 훈련소 앞에서 만난 이공희(50)씨는 설레는 표정이었다. 5주간의 신병훈련을 마친 훈련병 170여 명의 수료식이 열리는 날이었다. 제주·진주·부산·대구 등 전국 각지에서 아들을 보러 가족들이 모여들었다. 예전엔 100일 휴가를 받기 전까진 외출이나 외박·면회가 일절 금지됐다. 전화통화도 자유롭지 않아 가족들은 자대 배치를 받고 나서야 아들의 생사를 확인할 수 있었다.

 이렇게 폐쇄적이던 군이 2008년 신교대 수료식을 인터넷 생중계한 데 이어 2011년부터는 수료식 당일 가족면회도 허용했다. 군 관계자는 “당일 외출이 가능해지면서 인근 펜션에서 시간을 보내고 음식을 배달해 먹는 등 면회 문화도 크게 변했다”고 전했다. 아들 면회를 온 이효임(46)씨도 “ 영외면회가 가능하다는 걸 알고 부랴부랴 펜션을 예약했다”며 “내무반 동료들에게 떡을 보내고 육개장을 끓여 넣어주던 과거 면회 풍경과는 사뭇 달라졌다”고 말했다.

 군대 간식문화도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 사회에 나가선 절대 이 맛을 느낄 수 없다고 단언할 정도다. 고된 훈련과 극도의 허기, 매서운 추위와 부족한 먹거리에 창의력이 더해지면 환상적인 음식이 탄생한다. 예비역들이 전역 후에도 잊지 못해 다시 찾는다는 군 햄버거 ‘군대리아’는 수십 년의 전통을 자랑한다. 갑작스러운 환경 변화로 변비에 걸린 훈련병들에게 군대리아는 변함없는 ‘1등 배변 촉진제’다. 신교대 관계자는 “군대리아가 배급된 날엔 화장실 줄이 끊이지 않는다”며 “오랜만에 유제품을 먹으니 배변이 원활해지는 것”이라고 귀띔했다. 한 소셜커머스 업체는 최근 군대리아 재료들을 판매해 인기를 모으기도 했다.

 냄비가 없어 라면봉지에 그대로 물을 부어 먹기 시작한 전 국민의 간식 ‘뽀글이’는 이제 라면뿐 아니라 짜장면·스파게티·비빔면 등으로 종류가 확대됐다. 현재 GOP의 병사들이 가장 사랑하는 간식은 ‘라볶이’. 일선 부대에는 배급되지 않는 귀한 컵 떡볶이가 주재료다. 일회용기에 라면을 부숴 넣고 뜨거운 물과 소스를 부어 함께 불려 먹는 ‘GOP표 라볶이’는 2000년대 후반 군번부터 맛볼 수 있는 특식이다. 건빵봉지에 별사탕을 갈아넣은 뒤 잘게 부순 건빵과 우유를 넣어 먹는 ‘건프레이크’도 2000년대 이전 군번은 경험하지 못한 신형 간식이다.

 화장품 반입이 자유로워지면서 피부 관리에 대한 병사들의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GOP 소초에서 만난 신현준(21) 상병은 “피부는 남자의 자존심”이라며 “아침엔 스킨로션을, 저녁엔 수분크림을 듬뿍 발라주고 일주일에 한 번은 코팩과 각질 제거도 빼놓지 않는다. 위장크림을 바르기 전 선크림을 충분히 발라주는 것도 필수”라고 말했다.

 2011년 신형 군복이 보급되면서 ‘오버로크병(兵)’이 사라진 것도 흥미로운 변화다. 승급 때마다 벨크로(Velcro·찍찍이) 계급장을 떼었다 붙였다 하게 되면서 꿰맬 필요가 없어졌기 때문이다. 다림질도 필요 없어 휴가를 맞아 선임이 후임의 군복을 새것처럼 다려주는 ‘전투복 줄잡기’ 문화도 보기 힘들어졌고, 전투모가 베레모로 바뀌면서 ‘전투모 각 잡기’도 불가능해졌다. 군화 역시 고어텍스가 섞여 있어 닦기가 훨씬 수월해졌다. 몇 시간을 공들여 내던 ‘물광’과 ‘불광’도 추억 속의 단어가 되고 있다.

물론 시간이 흘러도 변치 않는 것들이 있다. 구타는 거의 사라졌지만 얼차려는 여전했다. 훈련병들은 “엎드려뻗쳐 얼차려 중 ‘하나’라는 구령에 팔을 굽힌 상태로 계속 버티는 게 가장 힘들었다”고 입을 모았다.

채윤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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