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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지갑’ 가장 치열…사용 등록 복잡한 게 흠

온라인 중앙일보

입력

모바일 신용카드를 이용한 구매 과정. 전용 앱이 깔린 스마트폰으로 QR코드를 인식하면 결제 금액이 뜬다(작은 사진). 조용철 기자

#1 지난달 30일 오전 서울 광화문에 있는 한 커피 전문점. 회사원 이모(31)씨가 커피를 주문하며 모바일 카드로 결제하겠다고 하자, 계산대에 있는 모니터에 QR코드가 떴다.
스마트폰에 등록한 모바일 카드를 열어 QR코드를 인식시키자 휴대전화 화면에 커피값 4800원, 각종 쿠폰 및 멤버십 할인 2280원이 표시됐고 이를 적용받아 2520원을 결제했다.

#2 경남 창원에 사는 회사원 이효신(26)씨는 며칠 전 줄이 길게 늘어선 대형마트에서 스마트폰을 이용해 포인트를 적립하려다 진땀을 뺐다. 포인트 카드가 등록된 애플리케이션(앱)을 휴대전화 바탕화면에 깔아놨는데도 켜는 데 꽤 시간이 걸렸고, 앱이 켜졌지만 바코드 인식이 제대로 안 돼 결국 포기하고 서둘러 매장을 빠져나왔다.

#3 서울 노원구에 사는 직장인 김지영(25)씨는 지갑이 두꺼워지는 것이 싫어 이른바 모바일 전자지갑에 멤버십 카드를 등록해 가지고 다닌다. 하지만 갖고 있는 모든 카드를 등록하지는 않았다. 그는 “카드를 등록한 뒤부터 편하게 쓰고는 있지만 앱에 미리 저장돼 있지 않은 카드는 등록이 복잡해 그냥 플라스틱 카드를 사용한다”고 말했다.

스마트폰을 이용한 모바일 결제시장이 달아오르고 있다. 통신사ㆍ은행ㆍ카드사뿐 아니라 유통ㆍ제조업체까지 나선다. 하루가 멀다 하고 새로운 서비스를 경쟁적으로 발표하고 사업 진출을 밝힌다.

모바일 결제는 크게 모바일 뱅킹(자금이체), 모바일 신용카드, 모바일 지갑, 휴대전화 소액결제, 전자화폐(현금 충전 후 사용)로 나뉘는데, 지금은 자금이체와 소액결제가 중심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모바일 뱅킹은 빠르게 늘어 자금이체 건수 기준 지난해 하루 평균 130만 건, 금액 기준 9600억원으로 전체 인터넷 뱅킹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32.2%에 달했다. 모바일 신용카드는 개인 신용구매 건수를 기준으로 2011년 하루 평균 1000건 내외에서 지난해 3600건으로 늘었지만 전체 신용카드 구매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0.02% 수준에 불과하다. 서비스 활성화를 위해 넘어야 할 벽도 만만치 않다. 모바일 결제 네트워크를 확대하고 소비자가 보다 쉽게 쓸 수 있게 하는 것이다. 그러면서도 보안은 강화해야 한다.

아직은 사용자도 적고 풀어야 할 숙제도 만만치 않다. 그런데도 업체들이 모바일 결제에 경쟁적으로 나서는 것은 전통적인 오프라인 서비스의 모바일화를 통해 성장한계를 극복하고 지금은 투자 대비 수익률이 낮더라도 새롭게 열리는 시장에서 주도권을 잡기 위해서다.

명동 모바일결제 시범사업은 사실상 실패
최근 경쟁이 치열한 곳은 전자지갑이다. 삼성전자는 지난달 스마트폰에 신용카드를 등록해 온라인 결제에 사용하는 전자지갑 서비스 ‘삼성 월렛 앱’을 선보였다. SK플래닛의 ‘스마트월렛’, KT의 ‘모카’, LG유플러스의 ‘유플러스 스마트 월렛’ 같은 통신사 중심의 시장에 도전장을 낸 것이다.

현재 사용할 수 있는 카드는 삼성ㆍ하나SKㆍBC카드 세 개지만 앞으로 KB국민카드ㆍ씨티카드 등으로 늘릴 계획이다. 멤버십카드ㆍ쿠폰을 통합 관리할 수 있는 기능도 추가할 예정이다. 삼성전자 측은 “모바일 카드사업 진출이 아니라 스마트폰 이용자 서비스 차원일 뿐”이라고 밝히지만 업계는 긴장하고 있다. 삼성 월렛 앱이 갤럭시S4에 기본으로 깔린 것을 마이크로소프트(MS) 익스플로러 기본 장착에 비교하기도 한다.

KT는 지난달 선불 충전형 전자지갑 서비스인 주머니(ZOOMONEY) 2.0 버전을 내놨다. 메시지 형식으로 거래 내역을 주고받고 카카오톡을 통해 거래 내용을 공유할 수 있는 기능을 추가했다. SK플래닛은 지난달 모바일 간편결제 서비스인 ‘페이핀’ 제휴 가맹점을 기존 3만여 곳에서 10만 곳으로 확대한다고 밝혔다.

하나은행은 최근 충전형 전자지갑 ‘하나N월렛’ 직불결제 서비스를 시작했고 가입자 간 가상 화폐를 주고받는 기능도 추가했다. 국민은행은 ‘스마트 금융도 국민이 먼저입니다’라는 슬로건을 앞세우며 시장 선도에 대한 의지를 보이고 있으며 우리은행은 사용자의 편리함을 강조한 ‘당근 이지 뱅킹’ 서비스를 내놨다.

모바일 신용카드 발급도 꾸준히 늘고 있다. 선두 주자로 꼽히는 하나SK카드의 누적 모바일 카드 발급은 2012년 1분기 23만 장에서 올해 1분기에는 70만 장으로 1년 새 세 배로 늘었다. 비씨카드도 지난해 30만 장 수준이던 모바일 카드를 연내 150만 장으로 늘려 모바일 카드 분야 1위로 오르겠다는 전략이다. 두 회사가 모바일 결제시장을 선도하는 가운데 신한ㆍKB국민ㆍ삼성 등은 앱형 카드를 공동으로 개발해 대응키로 했다.

모바일 결제가 장기적으로 나가야 할 방향이지만 사용 확대를 위해서는 풀어야 할 과제는 만만치 않다. 2011년 11월부터 두 달간 시범실시된 ‘명동 NFC 존(ZONE)’ 서비스는 모바일 결제시스템 구축과 이용자 확대의 어려움을 잘 보여준다. 당시 명동NFC 존에서는 물건을 구매한 후 근접통신기술(NFC) 기능이 있는 휴대전화를 매장의 인식기에 대면 대금 결제는 물론 각종 할인쿠폰 적립이 자동으로 이뤄졌다. 여기에는 방송통신위원회를 중심으로 이동통신 3사, 11개 신용카드사, 편의점ㆍ커피점 등 6개 브랜드 200여 가맹점이 참여했다.

방통위는 시범사업을 바탕으로 이듬해 2월 NFC 모바일 결제 서비스를 전국으로 확대한다고 발표했지만 역시 실제 이용률은 저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명동NFC 시범 존에서 모바일 결제는 카드사별로 월 2000여 건이었으나 최근 결제 건수는 극히 미미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카드사는 최근 결제 건수를 밝히지 않고 있다.

명동 시범사업에 참여한 카드사 관계자는 NFC 모바일 결제 사업이 제대로 안 된 것은 크게 두 가지 이유라고 설명했다.

“무엇보다 가맹점이 부족하다. 가맹점에 NFC 결제를 위한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해서는 한 곳당 인식기 설치비 등 30만원가량이 든다. 이 비용을 누가 부담할지 논란만 있었고 결론이 지금까지 나지 않았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NFC 이용이 가능한 스마트폰을 갖고 있더라도 앱을 깔고 실제 사용하는 것이 번거로워 플라스틱 카드에 비해 편리한 게 없었다.”

방통위에 이어 NFC 모바일 결제 사업을 담당하는 미래창조과학부 인터넷정책과 관계자는 “NFC 모바일 결제에 얽힌 이해관계가 워낙 복잡한데 이를 정부가 강제로 풀 수 있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로그인 시간 너무 길고 툭하면 에러
모바일 결제를 위한 앱을 설치하거나 이용할 때 불편함을 호소하는 이용자도 적지 않다. “로그인 시간이 너무 길고 카드번호ㆍ주민번호 입력 시 에러가 난다”(S모바일 지갑 설치 앱 사용자), “다른 은행에서 충전했는데 조회에는 충전 내역이 뜨는데 실제로 충전이 안 돼 있다”(H사 모바일 월렛 앱 사용자) 같은 불만이다. 해당 업체들은 “소비자 조작이 미숙해서다”(H사), “잘못된 부분이 있다면 개선해 나가겠다”(S사)는 입장이다.

휴대전화 소액결제를 둘러싼 분쟁도 늘고 있다. 서울 강남에 사는 회사원 박모(41)씨는 얼마 전 유명 외식업체의 쿠폰을 무료로 준다는 문자메시지를 받고 메시지에 포함된 인터넷 주소를 클릭했다. 쿠폰을 받지는 못했지만 인증번호나 개인정보를 입력한 것이 없어 단순 스팸 문자라 생각했는데 다음 달 휴대전화 요금청구서에 이용한 적도 없는 게임 사이트에서 5만원씩 15만원이 결제돼 있었다. 이른바 스미싱이다.

무료회원 가입을 유도한 뒤 유료 월정액 회원으로 자동 전환돼 휴대전화 요금에 대금이 청구되기도 한다. 미래창조과학부에 따르면 지난해 소액결제 관련 분쟁은 1339건으로 전년(569건)에 비해 135% 늘었다. 미래부는 최근 통신사ㆍ결제대행사 등이 참여하는 ‘통신과금서비스 안전결제 협의회’를 발족시켰다.

한국소비자원 의료정보통신팀 최난주 팀장은 “최근 분쟁조정위원회에서 스미싱 사기에 대해 이동통신 사업자와 결제대행사, 게임사 모두에 손해배상 책임이 있다고 인정했다”며 “미심쩍은 인터넷 주소가 포함된 문자메시지는 클릭하지 말고, 피해 사실을 안 즉시 경찰이나 소비자원에 신고해 도움을 받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안철수연구소 모바일플랫폼팀 이성근 책임 연구원은 “안전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비공식 마켓에서의 앱 다운로드를 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시장은 뜨겁지만 모바일 결제가 자리 잡기 위해선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것이란 전망이다.

상명대 이명식(신용카드학) 교수는 “모바일 결제 카드가 처음 나왔을 때는 상당히 빠르게 보급될 것으로 봤지만 시스템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았고 카드 사용자가 굳이 바꿔야 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며 “플라스틱 카드처럼 생활의 일부로 자리 잡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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