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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바람 불면 사던 배당주 펀드 저금리 '군불'로 여름에도 후끈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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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5호 20면

한여름에 배당주 펀드가 뜨겁다. 배당주 펀드는 상대적으로 배당 성향이 높은 주식을 골라 투자하는 펀드다. 주식의 시세 차익보다 배당 수익이 더 큰 목적이다. 보통은 배당 시즌을 앞둔 가을부터 펀드에 수요가 몰리기 시작하는데 올해는 다르다. 펀드평가사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지난달 29일 기준 지난 한 주간 배당주 펀드에 몰린 자금은 2142억원. 국내 모든 주식형 펀드 중에서 가장 많다.

요즘 배당주 펀드에 큰돈 몰린다는데

저금리에 연 2~3% 배당 수익 매력
배당주 펀드의 인기는 수익률 때문이다. 배당주 펀드의 대표 상품인 ‘신영밸류고배당펀드’의 경우 29일 기준 1년 수익률이 42.25%다. 국내 주식형 펀드 중 수익률 1위다. 수익률 기준 10위권 배당주 펀드는 연초 이후에만 평균 16.12%의 수익을 냈다.

이런 수익률이 항상 담보되는 건 아니다. 배당주 펀드는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는 시기에는 상대적으로 낮은 수익률을 기록하게 마련이다. 배당 성향이 높은 회사는 대부분 높은 성장률보다 안정적인 매출과 건전한 재무구조를 자랑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실제로 2009~2011년 차화정(자동차ㆍ화학ㆍ정유)이나 칠공주(LG화학ㆍ하이닉스 등 신재생에너지 관련 대형주) 같은 대형주들이 시장을 견인할 때 배당주 펀드는 “수익률이 시장을 따라가지 못한다”는 혹평을 받기도 했다.

배당주 펀드가 주목받기 시작한 계기는 저금리다. 정기예금 금리가 연 2% 안팎으로 떨어지면서 연간 2~3%의 배당 수익이 무시할 수 없는 대안으로 떠오른 것이다. 국내 유가증권시장 상장기업의 평균 배당 수익률은 지난해 1.25%에 불과하다. 이종우 아이엠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저성장ㆍ저금리 기조에선 배당주가 주목받을 수밖에 없는 국면이긴 하다”며 “저금리가 보편화된 선진국에선 국채 금리보다 주식 배당 수익률이 더 높은 현상도 심심치 않게 일어난다”고 말했다.

향후 국내 기업의 배당 성향이 점차 높아질 거란 기대도 크다. 정부 방침에 따라 기업 투명성과 소액주주의 권리가 강화되다 보면 국내 기업도 미국ㆍ일본 기업처럼 시가 대비 평균 배당률이 연 2%를 넘어서게 될 거란 전망이다. 정종희 신영증권 상품기획팀장은 “배당 시즌이 아닌데 펀드 투자자가 몰리는 이유는 배당주의 향후 전망이 그만큼 좋다고 보는 이가 많기 때문”이라며 “배당 성향이 높은 회사는 대부분 현금 흐름과 재무구조가 좋다는 재평가 작업도 이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선 배당주 펀드의 수익률에 거품이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배당주 펀드가 집중 투자하는 우선주의 가격이 급등하면서 배당주 펀드 수익률이 덩달아 올랐다는 것이다. 우선주는 의결권이 없는 대신 보통주보다 더 높은 배당을 제공하는 주식. 보통주 대비 가격이 30~60% 수준에 불과한데, 최근 3개월 동안 우선주 가격이 크게 올랐다. 실제로 지난 3개월 동안 삼성전자 주가는 154만4000원에서 153만8000원으로 다소 내렸지만, 같은 기간 삼성전자 우선주는 88만원에서 99만원으로 12.5% 올랐다. LG전자 우선주는 지난 3개월 동안 56%나 급등해 보통주 상승률(3.7%)을 크게 앞질렀다.

강현철 우리투자증권 연구위원은 “최근 우선주 가격이 너무 빠르게 올라 투기적인 매수 세력이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라며 “투기 세력이 중소형주와 우선주에 몰리고 나면 전체 주식시장이 하락하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에 우선주 투자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이종우 아이엠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 역시 “우선주가 배당 매력으로 인기가 오를 순 있어도 한 달에 몇십%씩 오르는 것은 거품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며 “우선주는 거래량이 적고 가격이 급등하는 시기가 자주 오지 않아 한번 고점에서 물리면 오랫동안 매매 타이밍이 오지 않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배당주 수요는 지속될 것"
저금리 기조가 지속되는 한 배당주 펀드의 수익률이 크게 떨어지지 않을 거라는 전망도 많다. 특히 최근 은퇴자들 사이에서 인기인 ‘인컴 펀드’가 배당주의 수요를 늘릴 거란 보고서도 나왔다. 인컴 펀드는 배당주와 고금리 해외채권에 주로 투자한다. 시세 차익보다 이자ㆍ배당 같은 정기적 수익을 목적으로 한다. 2009년 말 5666억원이던 인컴 펀드 순자산은 4월 말 2조5956억원으로 급증했다. 노아람 KDB대우증권 연구원은 “인컴 펀드의 주요 구성 항목이 배당주ㆍ우선주 같은 수익증권”이라며 “저성장ㆍ저금리 기조에 고령화 추세로 인컴 펀드 성장이 이어지면서 배당주에 대한 수요도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옥진주 하나은행 PB사업부 과장은 “경기가 완연히 풀리지 않는 한 대형주 대신 안정적인 주식에 투자가 몰리는 상황이 지속될 것 같다”며 “다만 대형주에 대한 수요가 살아나면 상대적으로 인기가 내려갈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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