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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노트] 서울시 예술지원금 '전용' 논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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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서울시가 올해 무대공연작품 제작지원금(이하 무대예술 지원금) 40억원 중 8억원을 오는 5월 24~25일 시청앞 광장과 광화문 일대에서 펼쳐지는 '하이 서울(Hi,Seoul)페스티벌'에 쓰기로 결정해 공연계의 반발을 사고 있다.

7일 지원금 심사에 참가한 한 문화계 인사는 "심사에 앞서 서울시측이 '하이 서울 페스티벌'행사비 명목으로 8억원을 떼놓고 나머지 32억원으로 연극.무용.음악.국악 분야에 나눠주라고 통보했다"며 "국고 20억원을 제외하면 서울시 지원금은 12억원뿐"이라며 흥분했다.

'하이 서울'행사는 매년 10월 열리던 '서울시민의 날'축제를 월드컵 1주년에 맞춰 5월로 옮긴 것.

시민 걷기행사와 지구촌 한마당 축제,거리 공연,인기 가수의 콘서트 등으로 꾸며지는 이 축제는 서울의 산업을 대표하는 공동브랜드로 개발한 '하이 서울'을 홍보하기 위한 대형 이벤트의 성격이 강하다.

이에 대해 안승일 서울시 문화과장은 "지원금 중 20%까지는 지자체가 사용할 수 있다"며 "거리공연도 넓은 의미의 무대 공연작품이 아니겠느냐"고 해명했다.

물론 문제의 '20% 조항'에 대한 문화관광부 공연예술과 담당자의 유권 해석은 다소 모호하다. "전국 규모의 예술제에 참가하는 각 시.도의 대표작이 해당된다. 가령 서울공연예술제의 경우 '20% 조항'에 넣을 수 있다."

그렇다면 '하이 서울'에서 펼쳐지는 거리공연이 서울시를 대표하는 국제 예술행사일까. 여기서 문화적 포퓰리즘을 들먹일 생각은 추호도 없지만 거리축제와 무대예술을 혼동해서는 안된다.

공연단체가 거의 없는 시.군에서 거리축제에 예산을 지원한다면 어느 정도 납득할 수 있을지 몰라도 서울시가 무대예술 지원금을 거리축제에 전용(轉用)하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서울시의 시정 4개년 계획을 보면 문화관광 예산은 올해 23억 6천만원에서 내년 21억원,2005년 18억9백만원, 2006년 16억7백만원으로 점점 줄어들고 있다.

로린 마젤에게 거액을 주면서 서울시향의 객원 지휘를 맡기면서도 정작 무대예술 지원금은 지난해 20억원에서 올해 12억원으로 줄이는 게 서울시 문화행정의 현주소라면 문제는 심각하다.

이장직 음악전문기자 <lull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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