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첩자에의 방책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1면

「전쟁이냐, 평화냐」의 문제는 요즘 대중적인 관심거리가 되었다. 사회가 긴장하는 눈치만 보여도 금값이 고개를 드는 형편이다. 하긴 서울 이북쪽엔 땅값이 얼어붙어 좀처럼 녹질않는 모양이다. 한때는4백만 서울인구가 한강다리 세개로 어떻게 이동하느냐는 시비도없지 않았다. 물론 지레 겁을 먹는 패배주의에 일갈하는 사람도 있다. 사정이 달라진것은 사실이다. 국방전략은 전시체제로 급전하고 있으며, 작전시설이 지하에 구축되는 등 고전적인 전략에서 벗어나고 있다. 서울과 휴전선 사이엔 몇 겹의 방어선이 그어지고, 그중에도 서울 주변에 부랴부랴 Y선이 구축되어 든든한 느낌은 든다. Y선외에도 X선·Z선 또두겹의 방책(防柵)이 있다고도한다.
「핵의 벽」도 도시마다 알게 모르게 구축되었다. 「호크」유도탄은 이미 63년께부터 도입되기시작했지만, 지금은 웬만한 산정엔 그 기지가 다 들어 앉았다. 1백킬로(2백50리)의 시력을 가진「호크」는 35킬로안에 들어있는 적기를 명중시킬수 있다.
요즘 서울을 벗어나면 낯선 비행기들이 눈에 띈다. 귓전이 흔들리는듯한 괴음의「제트기」. 소리보다 훨씬 앞질러 보아야 그 비행기를 눈에 잡을 수 있다. F100C전투기. 이쯤되면 없던 안도감이 저절로 생기는것 같다.
그러나 전략이란 끝내 상대적인 것이기때문에 마음이 털썩놓이지는 않는다. 저쪽도 그만한전략은 가졌을지 모른다. 문제는 양쪽이 전쟁에 휘말린 여건이 되어있느냐는 것이다. 잠정적인 평화파의 이야기도 귀를 기울일만하다. 중공이 있는한, 한국의 긴장은 숙명적이다. 그러나 중공이 눈을부릅뜨고있는한, 한국의「평화적인 전쟁」은 계속될것이라는 견해이다. 평화적인 전쟁이라는 표현에 오묘한 뜻이 담겨져있다. 역설같지만 귓등으로넘길수는 없다. 최근 목포앞바다임자도사건은 그런견해로보면「일련의 사건」임을 추측할수있다. 북괴는 끊임없이 우리의 지하에 발을붙이려 한것이다. 그것은 어느 의미로는 전면전보다 더 무서울 수도있다. 전선도아닌, 남단에 그런 조직이 있었던 사실은 새삼 섬뜩하다. 모든 국민이 냉·온양면작전으로 지하에도 깊은 방책을 구축해야 할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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