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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추어 화첩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5면

「춘부출, 하부일, 추부건, 동부습」은 난을 가굴 때 계절에 따른 주의사항이다. 그만큼 다른 분재보다 어렵고 수고로움이 있다. 문인 묵객 중엔 국화를 가장 고귀한 화초로 여기기도 하나 막장 난초에 비할 바 못된다.
난초는 가꾸기 어려울 뿐 아니라 그림으로서도 가장 어렵다. 완당 김정희·석파대원군, 운미민영익―선인들 가운데 회화를 잘한 분이 있으나 그만한 경지에 이르려면 우선 경신의 자세가 있어야하리라.
해방 전 지방행정관직에 있다가 물러난 뒤, 50줄에 접어들어 소일 삼아 붓을 들었다. 물론 선생을 두고 배울 용기는 없고, 개자원화부과 해강난보를 펴놓고 혼자 자습했다.
「아용무사법 난화자함가」란 곧 나에게 해당하는 개제일 것이다.
한때는 국전에 보내어 자신의 필력을 저울질 해보기도 했다. 벌써 10여년 전 일이다. 백지를 펴고 붓을 들면 문밖의 소음이 짐짓 멎는다. 잡된 근심과 번거로운 생각을 털고 선경에 들어앉는다. 이 어려운 때일수록 자오자악하기 족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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