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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대생과 맥주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5면

○…같은 직장에 있는 동료의 동생 결혼식이 있었다. 당일 피로연을 제대로 열수없어 섭섭한 나머지 10일이 지난 어느날 점심시간에 동료 세명과 상사 한분을 모시고 직장에서 가까운 대중식사집으로 갔었다. 낮 12시20분쯤, 중앙에 있는 「테이블」하나를 차지하고 곱창백반 5인분을 주문했다.
○…엽차를 막 들려고 하는 찰나였다. 「카나리아」같은 맑은 음성의 스물 한두살 여대생차림의 여인 세명이 들어왔다. 바로 옆자리를 차지했다. 맥주2병과 콩을 청했다. 그들과 같은 또래의 딸을 가진 나로선 약간 당황했다.
『특수한 직업을 가진 여성들이겠지.』
나대로 생각하면서도 궁금한 나머지 당번아가씨에게 귓속말로 물어보았다.
○…대답하는 아가씨도 태연했다. 건너편에 자리잡고 있는 남녀공학의 명문사립대학의 학생들이란다. 그들은 매일 오다시피 하는 단골 손님이라고 자랑이다.
나는 혈압이 오르듯 했다. 큼직한 유리 「컵」을 시원스럽게 비우면서 가가대소다. 주고받는 말도 거침이 없다. 친구와 교수들의 비평. 듣는 사람이 무안해진다. 그들의 재잘거리는 말소리를 뒤로 식당을 나오며 생각했다. 과연 내가 이해없는 늙은 세대일까. 딸아이와 맥주 「컵」을 유쾌히 비우는 여대생이 엇갈려 어른거렸다. 그리고 분노 같은 것이 가슴을 치밀어 올라왔다. <김병숙·45·회사원·서울 성북구 수유리359 9통2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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