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산균 대장암 치료제 개발 위해 덴마크 대학교수와 공동 연구"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03면

덴마크 코펜하겐 쎌바이오텍지사에서 자사 유산균 제품 ‘듀오락’ 앞에 서 있는 정명준 대표. [황운하 기자]

덴마크·프랑스·네덜란드 등 유럽은 유산균 종주국이다. 이곳에서 한국산 유산균으로 승부수를 던진 인물이 있다. 국내 대표 유산균 원료 및 완제품 생산기업 쎌바이오텍 정명준(55) 대표다. 쎌바이오텍은 ‘듀오락’이라는 브랜드로 다양한 유산균 제품을 내놓고 있다. 쎌바이오텍은 2006년 덴마크 코펜하겐에 쎌바이오텍 인터내셔널을 설립했다. 이곳은 유럽 유산균 시장 공략을 위한 전초기지다. 지난 17일 이곳에서 쎌바이오텍 정명준 대표를 만났다.

쎌바이오텍은 지난해 약 251억 원의 매출을 올렸다. 정 대표는 “매출 중 절반 이상은 약 50개국에 수출해 올린 것이다. 점차 비중이 커지고 있다”며 “쎌바이오텍을 비롯한 한국 유산균 기업의 발효 기술은 유럽 등 선진국과 똑같고, 완제품 생산기술은 120% 수준으로 앞선다”고 말했다.

 유산균 제품은 건강기능식품이 대부분이다. 유럽에선 이미 관련 시장이 약 220억 달러에 이른다는 분석이 있다.

 쎌바이오텍은 지난 14일부터 16일까지 스위스 제네바 팔엑스포(PALEXPO)에서 열렸던 ‘비타푸드 유럽(Vitafoods Europe)’에 참여했다. 이곳에선 세계 건강기능식품의 흐름을 알 수 있다. 올해에는 40개국에서 500여 개 업체가 참여했다.

 쎌바이오텍은 12년째 이 행사에 참가하고 있다. 정 대표는 “이번 전시회에선 ‘듀오락’ 10여개 제품을 리뉴얼 해 소개했다. 이를 바탕으로 유럽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쎌바이오텍 제품이 국내외에서 선전하는 것은 제품력 때문이다. 섭취한 유산균이 효과를 내려면 위산에 죽지 않고 장까지 살아서 가는 게 관건이다. 이것이 가능하려면 유산균을 코팅해야 한다. 쎌바이오텍은 4세대 유산균 코팅기술인 이중코팅 노하우가 있다. 정 대표는 “요구르트 등에 들어 있는 유산균은 장까지 가면서 99%가 죽어 효과 없다”며 “유산균을 이중으로 코팅하면 99%가 살아서 장까지 간다”고 기술력에 대해 설명했다.

 쎌바이오텍의 제품력과 해외 매출 상승에 대한 기대는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증권가는 올해 쎌바이오텍의 예상 매출액을 전년대비 약 20% 증가한 310억 원으로 전망했다.

 유산균 시장의 성장 배경은 유산균의 다양한 효과가 확인되고 있는데 있다. 유산균은 대장의 독소를 제거하고, 영양소 흡수를 도와 면역기능을 강화한다. 때문에 유산균은 전통적으로 변비·설사 등 장기능 개선 효과가 우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엔 과민성대장증후군·간질환·아토피 피부염·대장암 억제·콜레스테롤 등 다양한 분야에 효과가 있다는 연구결과가 계속 나오고 있다.

 특히 유산균을 고동도로 농축해 효과를 극대화 시킨 프로바이오틱스(Probiotics)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다. 정 대표 “프로바이오틱스에 있는 유산균은 g당 최소 1억 마리다. 김치 두 포기에 있는 유산균에 해당한다”며 “g당 최대 1000억 마리의 유산균을 농축할 수 있는 기업은 쎌바이오텍을 포함 5곳 뿐“이라고 말했다. 나머지는 네 곳은 덴마크의 크리스찬 한센과 다니스코, 프랑스 로쎌, 일본 모리나가다.

 쎌바이오텍은 유산균을 이용한 다양한 임상시험을 진행하며 효과에 대한 근거를 마련하고 제품군 확대에 나서고 있다. 지금까지 다양한 대학병원 연구소와 함께 발표한 임상 논문이 30여 편에 이른다. 특히 건강기능식품을 넘어 유산균을 대장암 치료제로 개발하기 위한 연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를 위해 덴마크 왕립 공과대학(DTU) 시스템 바이오테크놀로지학과 피터 루달 옌센 교수와 공동연구를 진행 중이다. DTU는 유럽 공대 순위 7위의 명문 대학이다.

 정 대표는 “대장암 치료제로 개발 중인 유산균주는 김치에서 추출한 페디오코쿠스 펜토사세우스(Pediococcus pentosaceus)”라며 “이 유산균에 항암 단백질을 분비하는 유전자를 넣으면 대장암·크론병(만성 염증성 장질환) 등 난치성 소화기 질환을 안전하고 효과적으로 치료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정 대표는 이어 “유산균 대장암 치료제는 효과를 보이면서도 부작용이 없다는 장점이 있다”고 덧붙였다. 유산균 대장암 치료제는 앞으로 임상시험 등을 거쳐 상용화될 예정이다.

코펜하겐=황운하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