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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한록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내일을 위한 대책>
군기(군기)또는 군율(군율)이란 것은 군대의 정신적 생명선인 것이다. 지난번 국방부의 보초병이 깊은밤에 그앞을 지나던 처녀를 국방부청사 안으로 끌고들어가 난행을 했다는 사건과 또 경북 안동(안동)의 어떤 극장에서 한 사병이 수류탄을 던져 여러 민간인에게 사상의 피해를 입혔다는 사건때문에 군기에 대한 사회의 비판이 자못 심각했었고 군당국으로서도 군기의확립을 위한 여러가지 대책이 강구되고 있다고 전했다.
그런데 또 최근에 강원도 고성(고성)에서 아침 학교에가는 어린이들이 길을 비키지 않는다고 자동차를 타고가던 사병이 총을쏘아 그중 아홉살난 어린이 한사람을 현장에서 즉사케 했다는 사건이 있었고 또 이러한 신문보도와 때를 같이하여 충북 제천(제천)에서 간첩작전중이라던 사병 한명이 밭에서 일하는 처녀를 총으로 위협하면서 산으로 끌고가서 난행을했다는 사건이 보도되었다.
실로 가슴아픈 일이라고 아니할수없다. 적어도 군복을입고 군대의 규율속에 군작전에 복무중이던 군인이 이러한 난폭한 탈선행위를 저질렀다는것은 우리군의 불명예요 동시에 우리국민의 큰수치가 아닐수없다. 혹은 이를 가볍게 이렇게도 말하리라 60만대군을 가지고있으니 아무리군기가 엄하다고 하더라도 개중에는 탈선도 있을수 있지않겠느냐고. 그러나 아무리 그개인의 양심이 마비되어있고 그심보가 좋지못하다고 하더라도 부대내의 대다수가 군기의 엄숙한분위기속에 생활하고있다면, 어떤 개인인들 감히 그러한 무분별한 극단적탈선을 저지를수있겠느냐고 준엄히 반박할수도 있을것이다.
문제는 이런일이 오늘이나 내일의 일로 그칠것이 아니고 앞으로 먼 내일을 위하여 다시 있을수 없는 근본대책의 출발의신호가 되게하는 방도가 무엇이냐에 있을것이다.

<국민의 자질 함양>
우리는 군대도 역시 한 교육기관이라고 본다. 물론 학교교육과는 성질을 달리하는 것임에 틀림없을것이나 국토방위의 제일선에 나서는 청년장정의 애국적 정신교육의 방침은 일반 국민교육의 토대위에 있을것이다. 뛰어난 전투능력과 아울러 전투정신을 가지게하는 점에서 학교교육이상의 더 훌륭한 국민적 자질을 갖추게하는 교육임무를 가지는것이라고 할것이다.
학교 교육에서 성실치 못하거나 또 사회악에 물들어가는 청소년들의 앞날을 걱정하는 부형들이 『저 애를 빨리 군에라도 보내서 제구실할수 있도록 닥달을 시켜야지…』하는 말을 흔히 듣는다. 이는 군대라는 커다란 집단속에서 숭고한 애국적 사명과 엄격한 군기속에 질서의 유지와 책임의 감당을위한 끊임없는 군대훈련이 인간수업을 위하여 얼마나 고귀한 것인가를 말하는것일것이다. 또 군에서는 흔히 정신무장을 말한다. 이역시 군대는 전투능력을 갖추는 이상의 각별한 국민정신의 교육의 고장임을 뜻한다고 할것이다.
또 실제의 문제로서 국민중의 가장큰 발전력을 가진 청소년들이 2년이상 혹은 4, 5년동안 군대생활을 하고 가정과 사회에 돌아왔을 때 그야말로 가정과 마을의 기둥이 될수있는 떳떳하고 보람있는 일군이 되어왔다는 칭찬을 받을수없다면 그개인의 수치는 무엇이고 또 그동안 그 장정들을 맡아 교육시켜온 군당국의 면목은 무엇이 되겠는가 군당국은 장병의 계급여하를 막론하고 그들이 군대교육에서 군인으로서만 훌륭했다뿐이 아니고 제대후 사회에 돌아가서도 역시 훌륭한 군대교육을 받고나온 미더운 장정이라는 명예를 군에 돌릴수있을만큼 그교육의 책임을 가져야 마땅한것이다.

<국어·국사의 교육>
군대내의 교육은 어디까지나 군기의확립과 그충실한 내용에있어야할 것이다. 그러나 군기는 결코 일반사회의 윤리도덕과 동떨어진 별개의 것일수는 없는것이다. 말하자면 부모에 대한 효성을 저버린자가 나라에대한 충성이나 그부대장에대한 존경심과 명령복종의 성실성을가질것을 기대키 어려울것이다. 형제에대한 우애(우애)와 친구에대한 신의를못가지는것이 내동족을 아끼는 정신을 어찌 가질수있으며 또 전우에대한 우정과 단결의 정신을 가질수 있겠는가하는 것이다.
군대생활은 가정생활, 사회생활의 연장이면서 다시 더 큰 단련을 쌓는 일일 것이다. 그리고 군인이라는 특수한 지위와 사명은 결코 국민에대한 특권적인 존재가 아니고 그야말로 그가정 그 국가 그 사회를위한 희생봉사의 숭고한 사명의 실천자라는 명예를 누리는 자인 것이다.
군대의 군기란것은 사회의기강(기강)이란 것을 떠나서 말하기도 어려울 것이다. 또 군대의 정신교육은 일반학교 교육을 떠나서 생각할수도없을것이다.
여기서 우리나라 교육중의 가장 부족한 내용의것을 들어 말한다면 우리의 국어와 국사(국사)교육이라고 할것이다. 국어교육은 깨끗하고 정확하고 아름다운말에서 우리의 감정과 정신의 자세를 바로 가지게한다. 국사라고하면 흔히 5천년의 역사를 말하는것이 보통인데 5천년의 옛것을 더듬는일은 곧 5천년의 먼앞날을 내다보며 살자는뜻을 가진다고할것이다.
국사를 돌아보아 옛 어른들의 자랑스러운 문화와 제도창조의 공적을 생각할수록, 또 많은 국난에 임하여 존망의 구덩이에 빠진 나라와 민족의 명맥을 건져낸 지혜롭고 용맹스러운 분들의 사적을 배울수록 우리는 깊이깊이 새로 뉘우치고 깨닫고 스스로 용기를 북돋워 내일을 위한 자신의 책임과 의무의 무거움을 크게 느낄수 있을것이다. 우리들의 교양과 지혜의 원천은 실로 국어와 역사교육에서 오는바 큰 것이다.
특히 외국의 어느 역사에서보다도 가장 실감있는 교훈은 국사이상의 것이 없는 것이다. 군기를 위한 교육이 자발적 책임의 강조에 있을것을 생각할때 군의 정신교육은 계급의 상하를 막론하고 각급의 국사교육의 보편화가 가장 큰 효과를 거두리라고 믿는다. 국방당국과 각군책임 당국의 깊은 고려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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