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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영침범사실부인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동경=조동오특파원】 3일 일본에 온「시보드·월드」기 승무원 17명은 이날하오7시 동경「힌턴·호텔」에서 약50분 동안 기자회견을갖고 『우리비행기가 소련영공을 침범했다고 생각지않는다』고 말했다. 기장 「조셉·토솔린」씨(39)와 남자승무원7명,「스튜어디스」9명은 기자회견이 진행되는 동안 3일동안의 긴장과 피로때문에 지쳐있었다.
『우리비행기는 전에도 이번항로를 수차 왕래했기 때문에 잘알고있지만 소련영공을 침범한것같지는않다』고 「토솔린」기장은말했다. 그는 『처음1대의 「미그」전투기가 나타나 기관총을 한발쏘고 따라오도록 위협하여 약40분동안 항행한후 부착비항장에 강제연행됐다』고 설명했다.

<소에 억류됐던미병들 귀환담>
총부리와 추위속의 불안속에 갇혀있던 이들은 3일하오(한국시간)동경의 횡전(요꼬다)비행장에 내리면서 겨우 소제흑빵(검은빵)을 외면했던 허기에서도 해방됐다.
병사들은 긴장감이 채 가시지않은 표정이었으나 지난 50시간을 돌이켜보곤 씁쓸하게 웃기까지했다. 병사들의 입을통해본 악몽의 50시간은 다음과 같았다.
1일상오8시. 「가리고이」1등병 (19) 은DC8기가 「시애틀」에서 「요꼬다」기지로향해 나는동안 잠들어 있었다.
『깨우는 바람에 좌측창문을보니「제트」전투기가 날지 않겠어요. 벌써 「베트남」에 도착했나 착각했었죠』했다.
이때 『「브라인드」를내려주십시오. 우리는 소련 영토에 내립니다.』하는 「아나운스」가 나왔다. 모두 농담으로 생각하고 어떤 병사는 너털웃음을 웃기까지했다.
「막스·콘트리얼」일등병(19)은 『「브라인드」를 살짝열고보니 정말로 소련의전선기지였다.』『먼언덕은 눈이 덮였고 기온도 영하4∼5도. 병영이나 격납고는 목조였으며 활주로는 2백50미터쯤으로 보였고 중앙부만 포장이 돼있는 비행장이었다』고 소련기지모습을 설명했다. 그때 『이크, 제2의 「푸에블로」호로구나. 우린 군인이니 중형감이겠지』언뜻 이런생각이 스쳤을때 그만아찔했었다. 소련여자통역관2명과 소련병사 3명이 무기제출을명령한뒤 밤이되자 병사들은 비행장구석에있는 막사로 연행됐다.
「제임스·홀드」일등병(19)은 『아차, 이것 수용소행이로구나했더니 저녁에초대되더군.』『그러나 그맛이란』하고 혀를찼다.
소금에 절인 돼지고기, 흑빵, 시큼텁텁한「코피」등뱃속은 시장했으나 불안때문에 음식은 그대로 남겼다는것.
2일아침, 승무원들은 거의 철야심문을 받았고 9명의 「스튜어디스」와 병사들은 비행기속에서 밤을 밝혔다. 아침식사는 또 흑빵과 「치즈」조각. 거기에다 금연까지 시켰다. 2백31명의 「생리작용」도 큰혼란이었다. 그러나마침어느수병이가지고온 「기타」반주로 미국민요를 부르며 불안을 달랬다.
3일아침, 『여러분 석방입니다. 이 비행기는 곧 이륙합니다.』「아나운스」가 나왔을때 2백31명의 환성은 대단했다. 서로 껴안고 어깨를치는 병사도 많았다. 드디어 일본「요꼬다」기지에 도착한후 병사들은 10분동안이나 내리지않고 기내가떠나갈 듯이 「홈·스위트·홈」을 불렀다. 『아뭏든 무서웠어.「미그」전투기와 기관총 총구보다 차라리「베트남」이낫더군』병사들은 모두 오랜만에 「핫더그」를 먹으며 소련병이 준 담배와 「캔맥주」를 보여주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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