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186)유행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7면

아침에 출근 하려다보니 구두가 깨끗하지 못했다. 하인을 불러 물으니 『날씨가 궂어서 곧 더러워질 것인데…』하는 것이다. 주인은 그날 하인을 굶겼다. 하인이 그 까닭은 묻자 주인은『어차피 배가 고파질터인데…』하고 꾸짖었다는 「웨브스터」의 이야기이다.
아무리 「뉴·패션」 이라도 어차피 구식화 되는 것이다. 오늘의 「모드」는 흘러가고 그리고 내일의 유행이 다시 창조되는 것이다. 오늘의 ­미니·스커트」가 긴치마 저고리에서 곧장 짧아진다는 것은 아니다. 몇 번인가 길어졌다 짧아 졌다 한 것이다.
그것은 「인간」을 찾는 인류의 역사와도 같았다. 정신을 강조할 때는 옷이 겹치고 길었고, 육체를 강조 할 때는 옷이 가볍고 짧았다. 「르네상스」시대의 짧던 옷은 「스콜라」시대에 이르러서는 8중9중이었다.
육체가 그만큼 값싼 던 것이다. 그「질식」에서 벗어나려는 몸부림이 19세기말부터 일더니 1차 세계대전이 끝나자 모든 예술이 기수가 되어 그 8중9중의 「답답함」을 벗어버렸다. 조국이 근대화를 부르짖는 오늘 우리 여성들의 치마기장이 아슬아슬하게 짧아져가고 있다.
요즘 여론의 촛점이 되고 있는 여성의 옷기장은 급 「브레이크」를 밟고 새로운 방향을 모색하고 있는 듯한 느낌이다. 지난날에 질질 끌리던 치맛자락은 대청마루와 함께 있었던 것이며 널리 사회로 진출한 오늘의 여성들 생활의 발전은 「스커트」기장을 무릎 위까지 가져온 데 불과하다.
장마가 지나면 점차 가라앉는 강물처럼 우리의 내일은 좀더 건실한 것으로 이어져 나갈 것이라는 믿음 같은 것이 배가 고팠다 불렀다 하듯 샘솟는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