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제17회 삼성화재배 월드바둑마스터스] 철한, 옥쇄를 꿈꾸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11면

제6보(62~77)=흑은 백을 끝없이 타격하고 백은 끝없이 피해 다닌 것이 지금까지의 스토리입니다. 그러나 그건 겉으로 드러난 것일 뿐 바로 직전에 떨어진 흑▲ 한 점이 진실을 말해주고 있군요. 흑은 백을 타격하다가 지쳤고 이젠 거꾸로 백의 세력이 확장되는 것을 막아야 할 처지입니다.

 백의 이세돌 9단은 62, 64로 가볍게 전진해 옵니다. A의 단점을 커버하며 흑의 보고라 할 우상 쪽으로 접근해 옵니다. 흑의 최철한 9단은 고통 어린 시선으로 그걸 지켜보고 있습니다. 바둑은 많이 불리합니다. 난국을 타개할 좋은 수도 보이지 않습니다. B 쪽은 막아봐야 집이 늘어날 것 같지 않고 그보다는 백진을 쳐부수는 게 실익이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65의 강습이 그래서 등장합니다. 상대가 ‘부자 몸조심’을 해 준다면 흐름을 바꿀 수 있다는 기대를 해 봅니다. 그러나 어림없군요. 상대는 이세돌입니다. 후퇴는커녕 66, 68의 최강수로 백을 감아옵니다. 낭떠러지 끝에서 최철한은 잠시 눈을 감고 마음을 가라앉힙니다. 옥쇄의 순간이 왔다는 것을 그는 직감합니다. 69가 그래서 등장했습니다. 이 수로 ‘참고도’ 흑1에 둔다면 목숨은 부지할지 모릅니다. 백은 C나 D로 공격하겠지만 죽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하나 최철한은 69로 젖혔고 예상대로 백은 70으로 끊었습니다.

 흑은 왜 이런 무리를 감행하는 걸까요. 그는 하변 백대마에 대한 71의 공격을 보고 있습니다. 이 공격과 69를 연계시킨다는 게 그의 마지막 꿈입니다. 

박치문 전문기자

▶ [바둑] 기사 더 보기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