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골파가 압승한 불 총선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제5공화제의 운명을 좌우할 프랑스의 국민의회 의원 총선거 제1차 투표결과가 모두 판명되었다. 이번 총선은 작년 3월의 선거 때보다도 10%나 높은, 70%의 높은 투표율을 보인 가운데 진행되었는데 그 결과는 「드골」파의 압도적 승리(제1차로 확정된 157석 중 144석)로 끝난 것이다. 이제 그 최종결과는 오는 30일에 있을 제2차 투표결과를 기다려야만 비로소 확정될 것이나, 「드골」파의 역승은 이미 결정적인 듯 하다.
프랑스의 이번 총선은 지난 5월이래 불 전국을 마비상태에 빠뜨린 이른바 「5월혁명」의 수습책으로 배수진을 친 드골 대통령의 결단에 의한 것이었던 만큼 그 선거결과에 대해서는 전 세계적인 관심이 집중돼 왔었다. 원래 그는 「파리」대학생들의 「데모」로 발단한 8백만 노동자의 전국적 파업에 대처하여, 그 자신에게 개혁의 대권을 요구하는 국민투표를 실시할 것을 발표하고 만약 국민의 압도적 지지를 못받았을 때에는 사임하겠다고 말했던 것이다.
그러나 그는 그로부터 1주일이 채 못된 지난 5월30일, ①현장에서는 사임할 수 없다 ②국민투표를 연기하고 국민의회를 해산한다 ③「퐁피두」수상을 계속 유임케 한다는 등 성명을 발표하고, 이번 총선거의 실시를 선포했던 것이다.
따라서 이번 「드골」파의 압도적 승리는 「프랑스」의 공산당 및 좌파연합 등에 대한 「드골」대통령의 반격전술이 극적으로 성공했음을 뜻하는 것이다. 그는 국민투표를 취소하고, 갑자기 총선을 선포함으로써 프랑스 국민에게 드골주의냐, 아니면 좌파까지를 포함한 공산주의냐의 양자택일을 강요하는 전술을 썼던 것이다. 따라서 프랑스 국민들은 데모가 몰고 온 극도의 혼란 속에서 부득불 양자택일을 할 수밖에 없는 경우라면 혼란보다는 독주하는 안정을 의미하는 「드골」주의를 택할 수밖에 없다는 선택을 한 것이라 볼 수 있다.
한편 총선에서의 「드골」파의 압승은 「드골」대통령 개인의 위신과 권위를 어느 정도 다시 회복해 줄 것이 틀림없으나, 그렇다고 해서 그것이 『「프랑스」의 영광=「드골」』이라던 그와 옛「루리스티지」를 완전 복구시켜 준 것이라고 속단하기는 힘들다. 지금 현실로는 그가 오는 72년의 임기까지 유입할 것은 확실시되지만 그렇더라도 이번 총선을 불가피하게 했던 「5월 위기」의 성격은, 프랑스의 고민이 이러한 「드골」의 정치적 승리만으로는 해결될 수 없는 것이라고 보이기 때문이다.
지난 5월의 데모는 파업선풍에서 명백히 볼 수 있었던 바와 같이 학생·노동자뿐만 아니라 적지 않은 수효의 프랑스 국민들은 드골의 유아독존적인 권위주의에 대해 노골적인 반감을 표시했던 것이며, 또 이번 선거로써 학생 및 노동자를 중심으로 한 이들 다수 국민의 불만이 전적으로 해소될 수 없는 것도 또한 자명하다.
요컨대 「드골」대통령의 정치적 운명은 그가 이미 공약한 국내 경제 정책 및 대학제도에 있어서의 일대 혁신을 어느 정도 과감하게 단행할 수 있을 것인가에 달려 있음을 깨닫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세계는 프랑스의 이번 총선을 지켜보면서 그렇게도 격동하던 정치위지가 합법적인 헌정절차를 통해 이토록 무난히 수습된데 대해 프랑스 국민들의 이성을 새삼 높이 평가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프랑스」 이번 총선은 또한 자유세계의 이념과 원칙의 승리를 의미하는 것으로 받아들여져야 할 것이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