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역사의교훈」경시말길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박사가 인생에있어서 가장 높이 평가하는 것은 무엇인가?
간소한 가족속의 간소한 생활이다. 나는 원대한 목표를 갖고 있지않다. 나는 내가 원하는일을 한다. 가장 가치있는 일은 나 자신이 되는 자유다.
물질적인 욕망으로는 나는 가정과 욕식을 좋아한다. 특히 나는 음식, 기름진 음식이 아니라 간소한 음식을 좋아한다. 그리고는 책을읽고, 책을쓰는 자유다. 책을 쓰지 않을때는 나는행복하지 않다. 책을 쓸때가 가장 행복하다.
-중국어와 영어로 꼭같이 자유자재로 집필할수 있는가?
그렇다. 그런데 같은생각, 같은 주제를 가지고 글을써도 중국어로 쓸때와 영어로 쓸때의 결과는 다르다. 중국어로 집필할때는 중국의 문학적인 연상·숙어·참고사항이 동원되고 영어로 집필할때는 영국문학에서 예를 많이 따오기 때문이다.
나는 영어로 글쓰는것을 즐긴다. 1930년대 초기에 나는 문예월간지, 순간지를 창간하여 편집과 집필을 담당했다. 그당시 나는 영어로 글을 써서 해외에서 크게 성공했다.
-지금까지 얼마나 많은 책을 썼는가?
정확히는 모른다. 영어로된게 약30권인데 소설이5, 6권, 전기가2, 3권 정치서적이 몇권인데 공산주의에 관한것과 전쟁때 시사문제에 관한 것도있다.

<신앙은 시공을 초월>
-그 저서들 가운데 특히 좋은것과 마음에 안차는게 있는가?
한어머니가 몇사람의 자녀를 가졌을 경우 자녀들이 서로 똑같을 수는 없다. 그러나 어머니는 그들 모두를 사랑하기 마련이다. 내가 쓴책 가운데 특히 자랑스러운 것은 시인 소동파의 전기다. 사랑과 정열을 소재로한 소설은 영어로 썼지만 북경호일을들고싶다.
-인간이 역사에서 충분한 교훈을 배우고있다고 생각하는가?
아니다. 인간은 대단히 어리석어 그렇질 못하다. 인간은 아주어려운 방법으로 교훈을 받는다. 공산주의에대한 투쟁도 바로 그렇다. 우리는 많은 시간을 허비한뒤에 공산주의라는 적에관해서 알았다.
「네루」역시 중공이 인도땅을 침공하기 전에는 공산주의의 정체를 몰랐다. 미국은 지금 월남서 그들대로의 어려운 방법으로 공산주의에 관해서 배우고 있다. 그런데 나는 여기서 역사는 되풀이된다는 것을 지적하고 싶다.
-인류의 장래에있어서 종교는 더 큰역할을 한다고 보는가? 작은역할을 한다고보는가?
신앙은 필요하다. 불교의 중국에서나 기독교의 서양사회서나 심지어 공산지역에서도 종교의 필요성, 신의 필요성은 존재한다. 이 필요성을 지워버릴수는 없다. 많은것이 변하지만 이것만은 변치 않는다.

<정치는 탐탁치않아>
-정치와 정치인에 대한 견해는?
탐탁치않게 생각한다. 나는 한번도 정계에 투신해보겠단 생각을 하지 않았다. 누가 거물정치가가 된다고 하자. 그래서 나라를위해 큰일을 한다고 해도 항상 그자리에 머무를 수 있는것은 아니다. 그는 그자리에서 결국은 밀려난다. 이런 사태를 좋아하지 않는다.
-만약 박사가 인생을 처음부터 다시 시작한다면 무엇이 되겠는가?
산에서 자라고 싶다. 자연과 함께 산에서 자라는것처럼 좋은 일은없다. 나는도시생활을좋아하지않는다. 자연, 구름과 더불어 산에서 살면 스스로 크게 느껴진다. 도시서는 왜소하게 느껴지고 사소한 야심, 사소한 사랑, 사소한 증오를 갖게 되고 돈벌이를 해야되고 좌절감을 느끼고 신경길적이 된다.
산에사는 사람이 도시인의 사소한 포부를보면 우스울것이다. 중국 남부의 복건생이 나의 고향인데 나는 항상 「시골소년」이다. 변치않는다. 이것이 나의 철학이다 12층이다, 18층이다 하는 마천루를 산과 견주어보라, 얼마나 보잘것 없는가.

<인격의바탕가정>
-「아시아」사람들의 가치관 가운데서 그대로 유지할것과 버릴것은?
가정, 이것은 참으로 좋은것이다. 성격형성의 바탕이 가정이다. 거기엔 부모의 사랑, 형제의 사랑이 있다. 이가정을 우리는 유지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다음 「아시아」의 「모럴」행동양식에 관한건데 가령 나는 친척 어른앞에서는 담배를 피우지 않는데….
그런점은 변하고 있다. 변해도 상관없다. 내손자가 장성했다면 내 앞에서 담배를 피워도 무방하다. 그런데 바뀌어야 할것은 여성들의 지위다. 여성도 남성처럼 그들 자신의 생활을 가져야한다. 백「퍼센트」 집안에만 틀어박혀있으라고요 구해서는 안된다. 50, 60%로 충분할 것이다. 이런건 서양서 배울만하다.
-한국서는 현재 많은 유능한 사람들이 해외로 이주하는데 이 두뇌유출문제에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자유중국도 사정은꼭같다. 과학자들이 최신과학기술을 배우기위해 시설과 보수가 월등히 나은 미국으로 가야하는 것은 사실이다.
이런 문제는 영·독·불같은 나라서도 일어나고 있는데 이에대한 대책은 정부가 취해야 한다. 그런데 두뇌유출로고민하는나라들은 과학자들에게 좋은 보수와 충분한 실험시설을 제공하지 못한다. 미국은 성공의 기회가 많은 나라다

<확신있으면 행동을>
-「아시아」의 젊은이들에 대한 충고는?
머리를 쓰라, 자유롭게 생각하라, 독립적이 되라는 것이다. 그리고 옳든 그르든 자신의 확신에 따라 행동하고 그확신을 두려워하지 말라는 것이다.
-대만에 영구히 정착했는가?
그렇다. 너무 오랜세월을 외국서 살고, 외국인들을 위해 글을 써왔다. 이제 나이73세, 내나라 사람들을 위해서 글을 쓰기 위해 귀국, 정착키로 결심한 것이다
-중국도 마찬가지지만 한국은 벌써 23년째 분단되어있다. 언젠가 통일이 되는 날에 남쪽사람과 북쪽사람의 정신적 통합에 지장은 없을까?
별지장이 없다. 공산주의자들이 사람들을 세뇌공작하고 있다지만 사람의 마음까지 뒤바꿔 놓을 수는 없는것이다.

<임어당박사약력>
▲1895년 10월 10일 중국복건생에서출생 ▲1916년 상해성 「요한」대학 졸업후 도미 ▲21년 「하버드」대학 졸업 ▲23년 독일「라이프찌히」대학에서 언어학박사학의 받고 귀국 ▲26년까지 북경국립대학 영어학교수로 재직 ▲53년 자유중국 「유엔」대표고문역임 ▲54년「싱가포르」남양대 총장역임.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