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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통선 일대 난개발 … 토지 사들여 보존 움직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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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수많은 젊은이의 목숨을 앗아간 ‘죽음의 땅’. 비무장지대(DMZ)도 60년 세월 속에 스스로 상처를 치유하면서 사향노루·산양·수달이 뛰노는 생명의 터전으로 바뀌었다. 하지만 DMZ 남쪽 민간인통제지역은 난개발 위협을 받고 있다. 경기도 파주·연천과 강원도 철원 등지에선 인삼밭을 개간하고 도로가 뚫리면서 숲이 줄고 있다. 통일의 순간 DMZ 일원은 곧바로 훼손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파주시 환경자원과 이재면 팀장은 “단속 강화로 불법개간은 2~3년 전보다 크게 줄었지만 아직도 사유지에선 나무를 베고 인삼밭을 개간한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한반도의 생태축으로 자리잡은 DMZ 일원을 독일의 그린벨트 운동처럼 토지 매입 등을 통해 보존하려는 움직임도 본격화되고 있다.

 정부의 법적 지원을 받는 특수법인인 자연환경국민신탁(내셔널 네이처 트러스트)은 DMZ 60주년 기념행사로 다음달 19일 경기도 고양 킨텍스에서 열리는 ‘DMZ 세계 환경대회’에서 ‘DMZ 글로벌 트러스트’를 정식 출범시킬 예정이다. 세계인을 대상으로 ‘DMZ 지속발전기금’을 모금할 계획이다.

 국민신탁 전재경 대표는 “DMZ 생태계 보존은 세계인이 관심을 가질 만한 중요한 사안”이라며 “세계 각국으로부터 기금을 확보해 투자한다면 DMZ 생태계 보존은 물론 한반도 평화 유지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문제는 한반도 DMZ 보존이 지구 생태계 차원에서도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는 점을 어떻게 부각시킬 것인가 하는 점이다. 국민신탁 측은 유럽과 아프리카 사이의 대표적 철새 이동경로인 동대서양 이동경로(East Atlantic Flyway)처럼 한반도 DMZ를 지나가는 동아시아-호주의 철새 이동경로를 강조한다면 세계인들도 공감해 적극 참여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동북아시아와 시베리아, 동남아와 호주를 오가는 철새들, 특히 세계적으로 200여 마리밖에 남지 않은 넓적부리도요 등을 대표 생물종으로 내세운다면 충분히 주목을 끌 수 있다는 계산이다.

 또 한반도 DMZ 인근 무인도에서 번식하고 대만 등지에서 겨울을 지내는 동북아의 멸종위기종 저어새나 담비·수달·산양 등 포유류도 대표적으로 보호해야 할 깃대종으로 내세울 수 있다.

 전 대표는 “전 세계로부터 모금한 기금은 DMZ 일원의 훼손지 복원과 친환경농업 지원, 핵심 보호구역 토지 매입, 철새 먹이 주기 등에 사용될 예정”이라고 말했다. 기금 모금은 독일의 그린벨트 운동에서 시행하고 있는 ‘초록 증권(Green Share)’ 방식을 참고할 예정이다.

 독일의 환경단체 분트(BUND)는 초록증권 1주당 65유로(약 9만4000원)씩 모금하고 있고, 1년에 한 번 주주를 모아 기금 사용 결과와 향후 사용 계획을 보고한다. 분트는 초록증권 외에도 한 달에 5유로 이상을 내는 후원자의 도움도 받고 있다. 100년 역사를 가진 분트는 현재 48만 명의 회원과 후원자가 가입돼 있다.

 경기관광공사 김현 DMZ평화생태팀장은 “한국이 독일 분트의 초록증권을 매입하고, 독일 측이 그 지원금을 북한의 환경·생태계 보호활동에 사용한다면 남북한 긴장 관계가 완전히 해소되지 않은 상태에서도 간접적인 방법으로 북한의 DMZ 생태 보호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강찬수 환경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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