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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교포 북송 기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경우에 따라서는 한·일 관계의 전도에 또 한번 심대한 영향을 미치게 될 재일 교포 북송 문제가 또다시 물의를 자아내게 하고 있다. 즉 일본 적십자사 당국은 교포 북송에 관한 새로운 북괴 제안을 받아들여 조건부로 교포 북송 재개 의사를 밝힘으로써 또 다시 한·일간의 숙환부를 건드리고 있는 것이다. 물론 이에 대하여 우리 정부는 즉각 그 태도를 표명하고 만약에 일본이 재일교포 북송 연장을 위한 북괴의 회담 재개 제의를 정식으로 수락할 경우 한국은 일본 정부에 대해 모종의 강경 조치를 취할 뜻을 밝힌 것은 너무도 당연한 일이다. 보도된 바에 의하면 일본 적십자사 당국은 교포 북송에 관한 이른바 「캘커타」 협정이 실효된 작년11월12일 이전에 북송을 이미 신청한 약 1만4천명에 대해서만 「콜롬보」 회담에서 논의된 잠정 조치에 따라 조건부로 북송할 용의가 있음을 천명하였다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가 보기로는 일본 적십자사 당국의 이와 같은 태도는 그것이 비록 조건부요, 또 허울 좋은 인도주의에 입각하고 있는 것이라 할지라도 원칙 문제에서부터 매우 중대한 위험을 내포한 불순한 동기가 깔려 있음을 외면할 수 없는 것이다.
주지하는 바와 같이 지금까지도 이 교포 북송 문제는 한·일 관계를 긴장 속에 몰아 넣던 가장 큰 쟁점의 하나로 되어 왔던 것이다. 그것은 첫째로 적십자사를 내세운 일본 당국의 처사가 한·일 기본 조약의 정신을 그 밑바닥에서부터 짓밟고 신의와 성실에 입각해야 할 선린우호의 간계를 크게 위협하는 조치이었기 때문이다. 둘째로 일본 당국자에 의한 교포북송은 소위 정경 분리 원칙을 내세운 중대한 배신 행위요, 일본의 전통적인 술수 외교를 너무도 전면으로 내세우고 있었기 때문이다.
한편 세째로는 비록 교포 북송 조치가 인도주의라는 명분을 내세우고 있다고는 하지만 그동안 송북된 교포의 실태가 여실히 가르쳐 주고 있듯이 인간의 존엄이 그 근저에서부터 유린되는 공산사회 속에 우리국민을 강제로 추방함으로써 도리어 인도주의를 근본에서부터 배반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밖에도 교포 북송 문제는 일본 정부가 간사하게도 두개의 한국을 기정 사실화 함으로써 북한 괴뢰 정권의 지위를 상대적으로 상승시키고자 하는 전통적 공산 술책에 의식적으로 동조하고 있는 결과를 낳는 등 정치적인 음모도 곁들인 문제이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문제의 심각성은 교포 북송에 따르는 이러한 모든 문젯점들은 그 문제가 제기된 이래 오늘에 이르기까지 시종 여일하게 지적되고 규탄돼 왔음에도 불구하고 하등 개선이 없다는 사실에 있다할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캘커타」 협정이 이미 실효된지 오래인 오늘에 있어서도 또 다시 평지풍파 격으로 이 숙환부를 건드리는 일본 적십자사 당국의 태도를 우리는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는 것이다. 이제 .우리가 보기로는 이 문제는 일본 정부 당국의 결단을 최후적으로 기다리는 바가 된 듯 하다.
따라서 우리는 여기서 한·일 관계의 전도에 그야말로 예측할 수 없는 불행한 불씨를 남기게 될 이 문제 처리에 있어 거듭 일본 정부 당국의 과감한 정치적 동찰을 촉구하지 않을 수 없다. 우리는 물론 우리 정부 당국자에 대해서도 이 문제의 저지를 위한 우리측 태도와 그 외교적 방법에 있어 종래와 같이 미온적인 전철을 되풀이하지 말 것을 강력히 요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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