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열풍 몰고온 「후퇴」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1면

김종필공화당의장은 30일 공화당당무회의에서 당의장직을 포함한 모든공직을 사퇴,정계일선에서물러설 결심을 비쳤다.『나는 내일생에 가장중대한 결단을 내릴생각입니다.당무위원 여러분은앞으로도 총재를 모시고막중한 국사를 돌봐주시기바랍니다』 라는것이 이날 당무회의에서항한 그의공직사퇴 선언이었다.
그는 이날 저녁 청구동자택에서 청와대수석정무비서관인 조시형씨를 만나 당의장사직서를 당총재인 박대통령에게 전하도록 했으며 「보이·스카웃」 총재, 5·16민족당리사장등 그가맡고있는 여러개의 비정치적공직도 사임서를 썼다. 그는 또 국회의원직도 사퇴하기위해공화당을 탈당키로 작정했으며 그절차는 수일내에 밟을 것으로 알러졌다.
김당의장의 공직사의표명은 지난25일 일어난주류계 중진 김용태당무위원의 제명파동에연유한것으로 보이며 가라앉은듯보이던 이파동은 당의장의 후퇴결심으로 새로운 바람을 몰아오게된셈이다.
김용태의원의 제명은 김의원이 『한국국민복사연구회란 「서클」을 만들어당조직의 혼란을가져왔다』는 것이었다.그러나 보다깊은 이유는 3선개헌이란억측을 전제로 개헌저지등 담헌운동을역설한이른바 「정세판단서」에있다고 알려져왔다.따라서김의원사건은 김당의장의의사와는 관계없이 자신의 문제와 연결되고만셈이다.
김의원등 복지연구회「멤버」의 제명은 김당의장이 지시했다. 그러나 제명을 결심하면서 그도책임을 함께할 결심을 했던것같다.
김당의장은 김의원의제명동의안건을 다룬 지난25일의 의원총회에서 이런 말을 남겼다고한다.『우리는 많은 노력을 해왔지만 잘된것도있고 잘못된것도있다.잘못된것이있다면 그 책임은 내게있다.이번 김용태의원사건은 결과적으로 당기를흐리게 한것이고 이때문에 제명키로 했으니 선처해주기 바란다」-그는이렇게 말한뒤 『박대통령은 개인적으로는 처숙이고 혁명할때는 지도자로모신분으로서 지금은 당총재며 대통령이다. 나는 어디 당을 떠나더라도 그분을 받드는마음에 변함이 없을것이며여러분도 총재에게 누를끼치거나 괴롭히는 일이없도록 당부한다」는 함축성있는 말은 덧붙였다고한다. 그는 이날저녁 그의 측근들과 술을 나누면서 「나는 아무런 욕망이 없다.욕망이 없으면일이 잘된다고 고서에는쓰여있는데 모든일이 왜잘안되는지 모르겠다」면서 괴로움을 털어놓기도했었다고한다.
이런 일련의 사실들로미루어 김당의장은 그가가장 아껴온 김용태의원의 제명을 결심하면서 그자신의 거취에대한 결심도 함께 한것이 아닌가하는 관측이다.
김당의장의 사퇴결심에대해 여려갈래 풀이가있다. 그하나는 김용태의원이 김당의장 자신의문제와 관런된 사건으로 제명된 사태에서 도의적인책임을 지지않을수없는심정이었으리라는풀이다.
그러나 정계후퇴까지결심하게 되었다는데서 단순히 김의원제명사건에대한 도의적책임에 한한것만은 아니라고 보는측도있다.
김당의장의 당의장직사퇴설은 작년부터 하나의풍문으로 간간이 나돌았다. 그는 지난해 연말경부 「디스크」로 해운대에서 요양하고있을때 그의측근들에게『모든일을 그만두고 「하와이」에 가서「디스크」나 치료하고싶다』고 말한일이 있다고한다. 그는 당의장이면서도 그밖의 다른 당요직이 그를 반대하는 비주류에 의해 채워지고 당의장자리가 하나의 상징적인 것으로된 채 정치외적인 일만을 해오면서더이상 당의장직에 머물러있을 의미가없다는생각을해왔었다는얘기도있다.
어쨋든 김당의장의 사의표명은 지금까지 표면적으로 평온을 유지해온 당내 반목에 심각한 파문으로 번지게되었다.
김당의장은 누구와 상의함도없이 사퇴의사를밝혔고 이생각은 쉽사리굽혀지지앉을것이라는 해석들이다.
벌써부터 8월방일등 외유설까지도 나돌고있다.그러나 어느때보다 당결속이 필요하다는 이유로조정역을 맡고나선이들도있다. 그래서 김당의장의정계후퇴가단행될것인지사태는아직유동성을갖고있다.다만하나 현단계에서는 이번 사건이 집권세력안에커다란 충격을 주었다는사실만이 확실한뿐이다. <이영석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