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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지식] 자전거 타고 달린 4800㎞ '중국의 민낯'을 만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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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중국 만리장정
홍은택 지음, 문학동네
374쪽, 1만5800원

중국 대륙 4800여㎞를 자전거로 달린 60일간의 기록이다. 7년 전 미국 대륙 자전거 횡단기 『아메리카 자전거 여행』를 냈던 저자가 이번엔 중국 대륙을 일주했다. 상하이(上海)에서 서쪽으로 달려서 난징(南京)을 찍고 시안(西安)까지 갔다.

 그리고 다시 북쪽을 향해 뤄양(落陽)·정저우(鄭州)·베이징(北京)를 들른 후 징항(京杭) 대운하를 따라 남하해 항저우(杭州)까지 가는 삼각형 코스다. 중국에서 가장 오래된 도시 8개를 연결한 것이다.

 지난해 여행을 떠났을 때 저자의 나이는 49세, 여행을 위해 다니던 회사(NHN)도 그만 뒀다. 아내는 왜 자전거를 타고 가야 하는지, 왜 중국인지를 물었다. 그는 한반도 바로 옆에 우리보다 훨씬 많은 사람들이 모여 사는데 어떻게 살고 있는지 궁금했다고, 자동차나 기차 같은 동력 장치에 실려 움직이는 것은 이동이지 여행이 아니라고 답했다. 세계 양대 강국인 미국과 중국을 꿰뚫어보겠다던 원대한 목표는 자신이 중국에 대해 아는 게 거의 없다는 걸 깨달은 후 그냥 중국 입문으로 낮췄다.

 일간지 기자 출신의 저자는 46개의 르포 기사를 쓰듯 46장에 걸쳐 중국의 역사와 현재를 생생하게 담아냈다. 지난해 중앙일보 일요판 신문 중앙SUNDAY에 연재됐다.

 저자의 탁월한 유머감각은 이 책을 읽게 만드는 또 다른 재미다. 그는 끊임없이 실수를 저지르고 길을 잃는다. 여행은 계획대로 된 적이 거의 없다. 애초에 3800㎞로 계획했던 여정이 1000㎞나 늘어난 것도 길을 잃고 헤매서다.

 그 시작은 상하이 훙차오 공항 바닥에 주저앉아 자전거를 조립하는 장면부터다. 단숨에 자전거를 멋지게 조립, 폼 나게 공항을 출발하려던 저자는 볼트와 너트조차 끼우지 못하고 쩔쩔 맨다. 결국 청소 아주머니와 매표소 아주머니가 달려 들어 페달을 끼워주고, 구경하던 아저씨들이 참다 못해 핸들과 안장을 맞춰주는 등 공항에 있던 사람들 모두의 공동 프로젝트로 자전거는 완성된다.

 매번 그런 식이다. 이틀간 고생 끝에 태산(泰山) 정상을 오르려고 하니 관리인이 등산로가 폐쇄됐다 하고, 오랜만에 고속도로에 들어서 10㎞를 장쾌하게 달리고 나면 경찰이 “왔던 길을 돌아가라”고 한다. 지갑도 잃어버리고 사기도 당한다.

 하지만 그는 이런 좌충우돌을 겪으며 중국인의 진짜 삶에 한발 더 다가선다. ‘누구든 일부러 길을 잃지는 않지만 길을 잃으면서 여행은 깊어진다’는 것이다. 저자는 현재 카카오 부사장으로 일하고 있다.

박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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