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추세와 행정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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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작금의 물가정세는 또다시 심상치 않게 움직이고있다.
쇠고기·쌀·대중음식·「시멘트」, 그리고 면사등 가격이 모두 오름세에 있을뿐만 아니라 그상승압력을 무시하기도 어려운 처지에있다.
지난 I5일현재로 전국 도매물가지수는 비작년말 4·6%나 오르고 있으며, 월말까지는 5%선을 넘을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러한 물가추세를 방임해둔다면 정책목표6%선을 유지키 어려울 것이 분명하나, 지금 정부의 물가정책의 근간은 주로 행정력에 의존하는 것이기 때문에 그 실효가 의문시된다. 행정력의 구사로 물가를 누를 수 있는 경우란, 폭리를 목적으로한 물가조작이 분명한때뿐일것이며, 그밖의 경우에는 오히려 부작용을 초래하여 경제질서를 어지럽힐 공산이 더 큰 것이다.
쌀값의경우를 보더라도 단순한 행정지침만으로 가격유지를 기할 수 없을뿐만 아니라, 그것을 무리로 강행하면 부작용만 유발시켰던 것을 상기할 것이다. 최근 농협이 농산물시장조사의 중간보고를 통하여 정부가 내건 쌀값 진폭20%는 비현실적인 정책목표임을 지적하고 있는 것만 보아도 잘 알수있다.
쇠고기의 경우도 같은 이야기를 할수있을 것이다. 생우의 수급이 맞지않아 생우의 절대수가 해마다 3만마리씩이나 모자라고 있을뿐 아니라, 사료값의 앙등과 계절적인 요인등 때문에 생우가격이 폭등하고 있는데, 그수급을 도외시하고 우육가격만 묶어 두려는 행정력의 구사는 사태를 악화시킬뿐, 근본적인 수습책이라 할수 없을 것이다.
쇠고기 값을 무리하게 누른다면 소비를 조장할뿐만 아니라 공급을 억제케하여 수급의 불균형을 한층 격화시킬것도 뻔한 노릇이다. 이러한 기본적 불균형을 쇠고기 수입으로 메운다는 것도 단견에 불과하다. 쇠고기 수입으로 잠시 가격안정은 기할 수 있을지 모르나, 이 경우에는 생우의 사육욕구를 저상하여 장기공급추세를 악화시킬 것이다. 이것은 곧 지속적인 가격상승요인을 만드는 것이고, 따라서 불안요인을 증가 시킬뿐일 것이다.
마찬가지로「시멘트」나 면사값을 무리하게 억제하는것도 결코 국민경제에 보탬이 될 수 없을 것이다. 기업의 확대 재생산을 억제하는 대가로 가격을 억제하는것 이라면 그것이 결코 국민경제를 위하는 길이 될 수 없겠기 때문이다. 더우기 무리하게 가격을 억제한다면 근로자의 임금을 억압하여 근로자의 희생을 강요할 가능성도 부인하기 어려울것임을 잊어서는 아니될것이다. 그동안 저임금 정책의 강행으로 근로자의 실질임금이 60년수준을 계속 하회하고 있었던 것이나, 이제 와서는 그것도 한계점에 이른것이라 하지않을수 없다. 지속된 저임금의 반작용으로 임금인상 압력이 팽창하고 있어, 오늘날 모든 산업은 원가고에 따른물가상승압력에 직면하고있음을솔직이시인하지않으면안될것이다.
물론 폭리를 목적으로하는 가격조작까지도 방임하라는것은 아니다. 그러나 경제적인 이유가 충분한 가격인상압력은 이를 허용하는것이 이치에 맞는것임을 우리는 강조할뿐인 것이다. 다만 이와같이 물가상승압력이 큰 것이라면 물가상승압력을 완화시키기위해 총수요억제정책을 밀고나가야할것이며, 그를 위해서는 재정긴축·투자억제·통화량규제라는 종합정책의 구사가 소망스러운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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