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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살의 달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7면

「아름다운 5월의 아침」-이는 「슈만」의 연가곡, 「시인의 사랑」중의 첫 번째 노래다.
학생때만해도 「슈만」의 독특한 낭만적 기교에 도취된채 도대체 서양나라의 5월은 얼마나 아름답기에 이렇게도 아름다운 노래마저 생긴 것인가하는 일종의 선망이 나의 온 마음를 사로잡곤 했다.
공부하느라, 학회에 참석하느라고 미국과 구라파의 5월을 몸소 맛보았다. 기후전반에 한하여 말할 수 없는 일이지다만 특히 5월에 관한한 우리나라 5월이 구미의 5월보다 휠씬 낫다는 점을 느꼈다. 그러기에 그후부터는 매년 5월에 느껴지는 「멜러디」를 통한 나의 감각은 사실상 한국의 5월을 맛봄으로써 가지는 희열을 실감한다 할 수 있다.
5월은 확실히 생기와 약동에 찬 달이다. 겨울동안 누적되었던 외제에의 「에너지」가 몸을 맞아 무르익었으니 5월에 와서 폭발함도 이해는 가나 나에게 있어서 5월이 던져주는 비애가 있다. 5월달이 1년중 자살을 기도하는 사람들의 가장 많은 달이기 때문이다. 자살문제를 다루어온지도 어언간 5년이 넘었다.
티끌모아 태산이 된다는 격으로 그동안 취급한 환자수만해도 4천5백명이 된다. 매년 9백명 가까이 오는폭이 되는데 5월만되면 환자가 급증한다. 그나마도 그들 대부분이 20대의 청춘남녀이니 얼마나 안타까운 일인가? 이세상 어느나라보다도 맑고 높은 한국의 5월하늘 아래서 스스로의 삶에. 종지부를 찍으려는 청춘남녀가 다른달보다 많기에 느끼는 나의 비애를 나는 충분히 이유있다고 생각한다.
그들은 왜 그래야만 하는가? 그점을 아는 날을 「내일」이라 하자. 나는 그럼 분명 내일을 위해 산다. 그 내일이 빨리 오기위해 주위와 높은 사람들의 도움을 바란다.
김종은 <가톨릭별대 신경정신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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