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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1년 노린 첫발...「유진오체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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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신민당은 21일 전당대회에서 유진오씨를 당총재로 선출,「유진오체제」를 구축했다. 『효율적이고도 진보적인 정책으로써 대중과 함께전진하는 대중정당』을 표방하는 정강정책을 채택함으로써 차기정권을 가늠하는「정책정당」으로서의 자세로 가다듬었다. 지난해2월 양자선거를 눈앞에 두고 민주·신한양당이 계보상의 모순을지닌채「물리적통합대회」를 치른후「가건물」상태로 유지되어온 신민당은 이제 71연대를 내다보는「본건물」을 완성, 제1야당은「현민시대」로 접어들었다.
이번 전당대회를 계기로 당내의 잡다한파벌은 재편성되는등 복잡한탈바꿈을 했다. 유총재가 딛고서있는 기반은 진산계, 정성태, 박영록씨등 필동직계 그리고 비주류에서 전신해온 민주계의 김대중씨계통이 망라된 범주류 세력과 역시비주류인 이재형씨계통등이며 조한백, 정일형, 홍익표, 김세영, 임철호씨등은 여전히 비주류를형성, 유총재의 강력한 당권확립에 계속도전할 움직임을 보이고있다.
「현민」이 순수한 단일지도체제를 원하던 당초의 희망과는달리 비록 총재의「보조기관」이기는 하지만 3명의 부총재를 마련한것은 당내계보를 고려한 타협의 소산이라하겠다.
그러나 「현실과의 타협의 산물」인 이 부총재제는 다른면으로 유총재가 당내 주류는 물론 비주류의 2계보등 당내계보를 망라한 폭넓은 지지를 받을수있는 길을 터놓았다.
이번대회를 통해 비주류연합전선은 그세력이적지않이 약화되었으며 그동안 필동으로 접근해은 정해영, 서범석, 정성태, 김영삼, 김형일, 박영록, 정상구, 김단하, 송원영, 김정렬, 이기하씨등 이른바 필동직계를 학보함으로써 유총재는 자기부대를 거느리게되었다.
당헌상으로도 유총재는 중요당무를 심의처리하는 「18인정무회의」의 의장이 되며「정무회의」의당연직위원13명중 국회부의장, 사무총장, 정책심의회의장, 원내총무, 중앙정치훈련원장, 재정위원장, 인권옹호위원장등 당요직7명을 비롯, 사무총장관장하의 사무기구의 부차장등 50여명의 당직자를 지명 또는 임명하는 권한을 가지고있다.
당의 중심기관이라고 할 수 있는 18인사무회의의 위원이 되려면 우선 당의 공직을 말아야하고 당무에 참여하려면 유총재를 통하여 「감투의길」이 트이게되어있다. 그동안 소신대로 당을 영도할수없었던 유총재는 「소신대로 당을 이끌어갈수있는」체제상의 기틀은 마련한셈이다.
한편으로 신민당은 지난해 양차선거 제시했던 선거공약을 정리, 『전체주의적 군벌통치를시급히 종식시키고 민주헌정의 정치질서를 확립할것』을 다짐하고『자유민주주의를 수호하고 대중경제체제의 확립을 지향하는정당』임을 선언하는 정강·정책을 채택함으로써 71년도의 정권교체를 목표로하는 정당으로서의 새로운「이미지」를 국민에게 불어넣으려고 시도하고있다.
유총재는 21일전당대회에서 취임인사겸 정책기조연설에서『성년한국은 격동아닌 안정을 요구하며「독단의시대」로부터「합리의시대」로 전진될것을 바라며「선동의세대」로부터「기능의세대」로 이행되는 전기에 접어들었다』고 말해 대안의 준비자로서 국민에게 희망을주는 야당의방향설정을 조심성있게 제시했다.
그러나「유진오체제」가 안정기조위에 접어들기까지에는 상당한시련이 예상된다.
우선 그의「정치적구상」을 실현할수있는 유일한체제로 강조해온 단일지도체제안이 예상을 뒤엎고 비주류의 완강한 반대로 끝내 투표를통해 채택되었다는 사실이다.
또한 주류·비주류간의「요직안배」로 나타난 3명의 부총재를『당헌 명문상의 규정』대로 유총재가 과연 조정할수있느냐가 문제이고 주류측에 잡다하게 집결된 계보간의「이해」를 어떻게 형평있게 반영시킬수가 있을까가 문제이다. 주류중에 상당수가 필동과 진산사이에 엉거주춤 눈치를 살피고있어 더욱복잡하다.
당요직을 놓고 벌써부터 치열한 쟁탈전이 벌어지고있다.
첫째의 관문은 유총재의 지명을 받는일-. 원내부의장후보에는정일형씨가 부총재자리를 차지할 공산이있고 주류중 필동직계의 정해영씨·서범석씨·정성태씨와 진산계의 윤제술씨등 4명의경합. 결국 단일지도체제구축에 공로를 내세우는 정해영씨와 진산계의 지지를 받는 윤제술씨의 싸움으로 좁혀지고있다.
당의 새로운 실력자로 등장할 사무총장은 당초의 발의자인 고흥문씨에게 돌아갈 공산이 크며 원내총무자리를놓고 김영삼씨·김대중씨·김재광씨가 3색전. 중임을 노리는 김영삼씨와 『이번에는 놓칠수없다』는 김대중씨간의 싸움은 고흥문씨의 향배에따라 대세가 판가름날것같다. 총무경쟁에서 탈락되는 인사는 정책심의회의장과 무임소정무위원자리를 맡을 가능성이크다.
총재의 자문기관인 7명의 지도위원에는 요직에서 기회를 잃은 당원로급들이 지명될것으로보이며 정치훈련원장에는 박병배씨와 박기출씨가 유력시되고있다. 사무총장관장하에 들어가는 당대변인자리에는 박영록씨·김형일씨·김수한씨·송원영씨가 경합을 벌이고 있다.
유총재는 이제야말로 제1야당을 책임지고 이끌어가야할 무거운짐을 맡았으며 「현민」의 영도력을 시범받는 단계에 들어섰다. 「트로이·카」부총재를 운영함에 있어서 비주류의 조직적인 반발을 어떻게설득, 조정해나가느냐가 문제다.
유총재는 이번 전당대회에서 총재경쟁에 도전을 받지않았고 그의 주변에 새주류가 형성되어가고있다는「희망적인 측면」과 더불어 근소한 표차로 단일지도체제가 실현되었다는「어두운측면」을 함께 고려한다면 71년 청와대를 겨냥하는「현민」에게는 앞으로「건너야할 수많은강」이 가로놓인것같다. <이태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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