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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 중앙일보 칼라의눈(138)|범패|불교의 종합예술…령산제대법회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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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대웅전앞 절마당 가득 꽃동산이다. 하늘 가득 울긋불긋한 색종이가 팔랑인다. 마당 둘레로는 부정한 것의 접근을 막아 진언글귀를 써 늘이고, 차일 밖으론 신장그림을 결어 장내를 호위하게했다. 연꽃무늬·구름무늬·불노무늬·천도무늬를 그린 서실개의 장지며 노랗고 파랗고 빨간 서기포는 모두 이 자리가 하늘나라와 같은 데임을 상징하는 장식. 총총히 등불을 밝혀 휘황하게 하고, 염부에서 쓰는 돈이라는 금전게 은전게도 그대로 소담하고 푸짐한 종이 예술품이다.
이 도량 청정하옵니다. 세장 티끌 없게 하소서 하늘의 삼보천룡이시여 이자리에 내려옵소서 지금 우리 중생은 참 진언을 드리노니 원컨대 자비로우심이여 은밀한 가호를 베푸소서.
20여명의 승려가 큰가사로 성장하고 마당을 선회하며 긴 목청으로 경문을 합창한다. 맨앞의 인도승은 요령을 흔들고, 뒤따라 징소리가 간간이 울림은 기원문의 한귀절을 끊어 숨돌리는 순간일게다. 호적소리가 한창 따갑게 쏟아질 무렵 마당 한가운데 화문석 위에선 여승 둘이 마주서서 날아갈 듯 날아갈 듯 나비춤을 춘다.
그 한편에 우람하게 걸려 있는 연불. 길이 20여척의 괘불 중앙에는 석가여래를 모시고 문수·보현·관음·대세가지 보살이 시립해 향불 너머로 이제전을 지키고 있다. 삼사실과를 자두치나 실히 괴고 오색 조화를 아름으로 꽂은것은 제전을 받드는 이의 정성. 이래서 향등다과미화의 여섯가지 공양을 다하여 부처님에게 최대의 기쁨을 드리는 것이다. 영산재 한마당 도장게의 장관이다.
영산재는 불교의 종합예술제이다. 비록 부처님을 칭탄하는 예배의 형식을 빌었을지라도 제단의 가설은 미술이요 의식은 음악과 무용으로 진행한다. 수륙재·생전예수재·영혼 천도식이 모두 이에 포함된다. 하지만 이것은 옛날 얘기. 노승들이 어려서 구경한것을 더듬고 또는 스승한테 들은 것을 전할 따름이다.
불교조계종총무원은 14일부터 3일간 봉원사 (서울서대문구봉원동)에서 몇10년래의 큰 의식을 베풀었다. 옛날처럼 호화롭지 못해도 대체의 규모와 내용을 시범 삼아 보였다. 이 의식을 아는 인근 승려가 다 참석해 기억에 흐린 의식 절차는 서로 거들어 연출했다. 이의 촬영과 녹음은 서울대음대와 동양방송이 맡고. 『늙은이들마저 죽으면…』 전할 길이 없다면서 노승들은 열연을 했다.

<기원문을 가락에>
며칠씩 계속하는 제전이니 만큼 복잡한 내용으로 구성돼 있다. 시련·재대령·관욕·괘불이운·재·영산작법·법문받침·식당작법·각배재동 적어도 여덟마당이 벌어진다. 그러나 그것은 수많은 노래의 연속. 맨 처음은 강신게를 비롯하여 화강에 이르기까지 1백50여 기원문이 각기 다른 곡조에 실려 노래되는 것이다. 이것이 곧 범패. 즉 범패는 의식의 일거일동을 이끄는 조율이다. 어찌들으면 범패는 가사도 없는 단조한 음악인 것 같다. 음을 하도 길게 늘여서 가사가 분간되지 않는 것이다. 칠언경구(한시) 4구절의 기원문이 대부분인데 무려 15분이나 이끈다. 『아으오우어…』한 글자를 1분 이상 길게늘여 뽑는다.
독경비슷한 소리로 웅얼거리는 것은 안차비(청문성). 목청을 길게 늘여 뽑는 창혼성. 역시 이와 비슷이 긴소리로 하는 회향성. 속에서 끌어내듯 힘주어 뽑는 창불성. 비성으로 꺾어지르는 사구형. 층층층 소리를 내리며 소리질러 부르는 개탁성. 아주 평범한 가락이라면 고아게성-범패에는 이런 몇가지 창법이 있어 반복의 지루함을 없게한다. 때에 따라서는 범패에 맞춰 바라춤, 나비춤, 법고등 고유무용을 곁들여 흥을 돋운다.

<어려운 「짓소리」>
그러나 이번 녹음하는 주요 의의는「짓소리」의 수록에 있다고 음대 이혜구박사는 말한다. 즉 범패는 엄밀한 의미에서 어산·범음(짓소리)·범패(홑소리) 로 구분된다. 어산은 연조 짧은 사미승이라도 낼 수 있는 소리요 홑소리가 가장 일반적인 것. 문제의 짓소리는 범패에 능한 어장만이 할 수 있는 어려운 곡조다.
짓소리는 보다 더 질게 뽑고 굴곡이 심하고 그래서 까다로운 기교를 필요로 하는 음곡이다. 72곡이나 있었다고 지금 어장들은 말하지만 이번에 10소리만 수록해도 큰 수확이라고 이박사는 말한다.
이 법회에 참석한 기능 보유자는 7순의 남벽해씨를 비롯해 박송암 (54·봉원사) 금화담 (61·동) 조덕산(56·동) 장벽응 (56·금포문수사) 한제은 (55·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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