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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 악, 그만 하입시더" 경상도 돈키호테들, 말 타고 441㎞ 대장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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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말을 타고 국토대장정 중인 김종환·김영호·고정동씨(왼쪽부터). 구미에서 출발한 지 사흘 만인 23일 세종시 한 도로변에 도착해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출발 때 둘렀던 ‘4대 악 근절’ 어깨띠는 추풍령을 지날 때 바람에 날아갔다고 한다. [사진 독자 정관교씨]

“불량식품·성폭력·가정폭력·학교폭력. ‘4대 악(惡)’. 이제 그만 좀 하입시더.”

 4대 악을 근절하겠다며 경북 구미의 평범한 50·60대 가장들이 말을 타고 국토대장정에 나섰다. 구미에서 경기도를 거쳐 임진각으로 이어지는 무려 441㎞의 대장정이다.

 주인공은 구미에서 꽃게요리 식당을 하는 고정동(64)씨와 승마장을 운영하는 김종환(60)씨, 건설업을 하는 김영호(53)씨다. 이들은 이달 20일 오전 ‘4대 악 근절을 위한 국토종주’라 적힌 어깨띠를 두르고 10일 간의 국토대장정을 시작했다. 고씨와 김씨는 각각 9년생(해피), 8년생(마피아) 말을 타고, 김씨는 말에게 먹일 건초와 비상약을 실은 마필전용운반 트럭을 몰고 뒤를 따르고 있다.

 이들은 구미와 충북 추풍령, 영동을 거쳐 출발 나흘째인 23일 대전을 지나 세종시에 도착했다. 출발 후 지금까지 국도변이나 폐교 등에서 텐트를 치고 노숙했다. 신기한듯 쳐다보는 시민들에겐 “4대 악. 이제 그만 좀 하입시더. 알겠지예”라며 경상도 사투리로 홍보했다.

 평범한 가장들이 ‘돈키호테’처럼 노숙을 하고 말까지 타며 국토종단에 나선 건 최근 가진 모임에서 비롯됐다고 한다. 방범대원 역할을 하는 구미경찰서 명예교통기마대 회원인 이들은 4대 악 관련 얘기를 나누다 “하루가 멀다하고 발생하는데, 우리가 뭐든 해보자”고 의견을 모았다. 애초 농담처럼 나온 얘기였다고 한다. 하지만 김종환씨가 구미경찰서 교통관리계 장경수(48) 경감을 만나 “20일부터 임진각까지 말 타고 4대 악 근절 캠페인을 해보겠다. 작은 출정식을 마련해달라”고 말해버렸고, 장 경감이 흔쾌히 받아들였다.

김씨는 “이왕 시작하는 일, ‘말 탄 돈키호테 프로젝트’란 이름으로 멋지게 해보자고 의기투합했다”고 했다. 햇볕에 그을려 구릿빛이 된 이들은 “이렇게 한다고 4대 악이 근절되진 않겠지만 국민들에게 공감의 메시지는 던질 수 있을 것 같다. 임진각까지 꼭 완주하겠다”며 환하게 웃었다.

대구=김윤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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