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주 땅 시장 때이른 춘풍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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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1면

지난 5일 오후 판문점에서 승용차로 20분 거리인 경기도 파주시 월롱면 일대. 2차로 지방도로 변에 창고와 가건물 등이 띄엄띄엄 들어섰을 뿐 임야와 전답이 대부분 보존돼 있어 개발 열풍의 흔적은 찾아볼 수 없다.

하지만 면소재지인 위전리에 있는 몇 안되는 부동산중개업소 앞에는 서울과 수도권 등에서 온 외지인의 차량이 가득했다.

이곳에서 10년째 부동산중개업을 하고 있다는 원주민공인중개사무소 이명호 사장은 "지난해 가을 토지거래허가제 실시 이후 투자 문의가 끊기다시피 했는데 이날 하루에만 20~30명이 다녀갔다"며 "공장부지를 찾는 사람이 많았으나 이제는 일반인 투자자들의 발걸음이 잦아졌다"고 말했다.

파주 일대 토지시장에 훈풍이 불고 있다. 지난 4일 LG필립스LCD㈜가 1백억 달러를 들여 월롱면 덕은리에 50만평 규모의 초박막액정표시장치(TFT-LCD)공장을 세운다고 발표하면서 공장용 부지를 중심으로 가격 상승에 대한 기대감이 빠르게 퍼지고 있다.

더군다나 월롱면은 공장 설립에 제한을 받지 않는 수도권정비계획법상의 성장관리권역이어서 파주 교하.운정 택지개발지구 개발에 따른 공장 이전 수요와 함께 고양시 덕이동.식사동 일대 가구공단 등도 이쪽으로 이전을 추진하고 있다.

때문에 월롱면 일대 땅값은 지난 한햇 동안 30~40% 뛰었다. 도로변 전.답이 평당 70만~80만원, 임야는 평당 25만~30만원 선이다. 그러던 것이 이번 대규모 공장 건설 관련 재료로 호가가 치솟을 조짐이라는 게 현지 중개업소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D공인 관계자는 "원래 매물이 적어 거래가 시원찮았는데 그나마 있던 매물도 자취를 감추게 됐다"며 "덕은리의 전원주택 부지도 지난해 말 평당 45만~50만원이면 매입이 가능했는데 며칠 사이 호가가 평당 60만~70만원으로 올랐다"고 말했다. 부동산전문가들은 파주시 월롱면 일대는 인천국제공항과 항만이 가깝고 서해안고속도로와 서울외곽순환도로, 경의선 등 교통망도 잘 갖춰져 있어 땅값 상승세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이곳은 대부분이 군사시설보호지역인 데다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여 일반인들이 투자하는 데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인근 군부대의 동의 없이는 건축이 불가능한 데다 외지인들은 면적이 1천㎡ 이상의 논.밭이나 2천㎡ 이상의 임야를 구입할 수 없다.

경기지방공사와 파주시는 LG필립스LCD의 공장부지를 포함, 1백만평 규모를 공영개발 방식을 통한 산업단지로 조성한다는 계획도 눈여겨 봐야 한다. 파주시청 관계자는 "연내 부지 확보에 들어갈 예정으로 감정가격에서 수용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돌공인 진명기 사장은 "토지이용계획서를 확인해 도시계획외 지역의 소규모 땅을 매입하는 게 안전하다"고 조언했다.

파주=김용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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