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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평생을 동심속에 「동요할아버지」선물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7면

70평생을 어린이와함께 동심속에 살아온「동요할아버지」한정동씨(76)가 20년가까이 푼푼이모은 원고료 50만원을 기금으로「아동문학상」을마련, 올해「어린이날」의 푸짐한 선물로 내놓았다.

<고료모은 50만원「아동문학상」에>
1925년 동아일보신춘문예 동요부문당선작에 뽑힌「소금쟁이」를비롯,「따오기」(윤극영작곡)등 이날까지 50년동안 5백여편의 진주알같은 동요, 동화, 동극등을 써왔던 한씨는 그의 세계를 계속 이어줄 아동문학가를 기르는것이 평생 소원. 『이제 세상을 뜨더라도 평생의 꿈을 사랑하는 어린이들에게 물려줄것 같아 마음기쁘오』한씨는 소년처럼 앳된웃음을 지었다. 그래서이문학상도「한정동아동문학상」으로 이름 짓기로하고 그의 희수연이될 내년부터 매년 수상자를 뽑기로했다.
대동강하류 강서군이로섬이 고향인 그는 3·1만세때 진남포에서 동료들을설득, 집단사표를낸 뒤 관직을 물러선 다음 이내그곳 삼숭학교에서 어린이를 가르치기 시작했다. 이때부터 그는「갈잎피리]「산너머 저편에]「갈잎배」등을 쓰며 「파란 꿈」을 어린이들과함께키웠다.
취임 첫인사때 학생들 앞에서 회초리를 분질러버리고 맹세를 한뒤 한번도 매질을 한일이 없었다는 그였다. 그때의제자였던 조의설박사(연세대부총장)는 한정동스승의끝자를 딴「동이」(동이)로 그를부를만큼 한씨를 따랐다.
6·25때 가족을 모두 두고 막내딸의 손목하나잡고 부산에 내려온 그는 어려움 속에도 쉬지않고 작품활동을 계속, 기금을 모았는데 고명딸이 된 한특실씨(36·서울영등포구양평동l가120의4)가 결혼할때조차『손대고 싶은 것을 꿀꺽 참았다』는 정성어린 기금이다. 이돈을 마련키위해 한때는 여기저기원고를강매하다시피해서『구차스럽다』는 얘기도 들었고 두차례에 걸친 화폐개혁때는 눈물이 나도록 골탕을 먹기도했다.
『아이들이 자라 어른이 되어 잊어도 좋습니다. 아이들일때의 꿈속에 이기금의 보람이 훈훈히스며든다면 그것으로 족하겠읍니다.』4일하오2시 서울교대에서 올해「고마우신 서생님」의 영예를 받게 된 그는이뜻이오래이어지기를진정으로바랐다.

<보일듯이 보일듯이 보이지 않는 따옥따옥 따옥소리 처량한 소리>
어린이날을 하루 앞둔 4일상오 그는 매년 들르는 창경원의「어린이헌장」비를 또 찾았다. 그리고 그앞에서 그의동요를부르는 어린이들의손목을꼭 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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