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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 꼴찌 맴도는 한화의 1등 응원단장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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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프로야구 한화 응원단장 홍창화씨(왼쪽)가 응원을 이끌고 있다. 그는 삭발한 선수들을 따라 머리를 깎았다. 홍씨는 “완전히 밀어 버리면 팬들이 놀랄까 봐 옆 부분만 밀고 V자를 새겼다”고 설명했다. [대전=정시종 기자]

프로야구 팬들은 한화의 응원단장을 ‘극한직업’이라 부른다. 지난해 7월 한화 응원단장 홍창화(33)씨의 망연자실한 표정이 TV 카메라에 잡힌 후 생긴 유행어다. 야구 팬들은 홍씨가 나온 화면에 EBS 다큐멘터리 프로그램 ‘극한직업’의 로고를 합성한 사진을 만들어 돌려봤다.

 올해도 그의 ‘극한도전’은 계속되고 있다. 한화가 개막 후 13연패에 빠지는 동안 응원은 곧 고행이 됐다. 한화 선수들처럼 홍씨도 삭발까지 했다. 한화는 막내구단 NC와 8·9위를 주고받고 있다. 그래도 그는 죽어라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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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화 팬들은 보살”=홍씨는 2006년 한화 응원단장이 됐다. 당시 한화는 괴물신인 류현진과 구대성·정민철·김태균의 활약으로 한국시리즈 준우승을 차지했다. 2007년에도 플레이오프에 진출했고, 2008년 홍씨가 잠시 SK 응원단으로 이적했을 때는 한국시리즈 우승도 맛봤다. 그가 2009년 한화로 돌아온 후 지난해까지 4년 동안 세 번이나 꼴찌를 했다. 올해도 별반 다르지 않다. 아무리 재주가 좋아도 꼴찌 팀 팬들을 흥분시키기는 어렵다. 흥보다는 비장함이 필요했다.

 지난달 초 홍씨는 “10연패를 하면 머리카락을 밀겠다”고 약속했다. 그는 “구단에서는 ‘선수들이 삭발한 상황에서 당신까지 머리를 밀면 팬들이 동요한다’며 만류했다. 하지만 약속을 지키고 싶어 머리 옆쪽을 자르고 승리를 뜻하는 ‘V’를 새겼다”고 설명했다. 다행히 머리를 깎은 지난달 16일 NC전에서 한화는 지옥 같은 13연패에서 탈출했다.

 팀 성적은 나쁘지만 한화 팬들은 열성적이며 인내심이 크다. 올 시즌 한화의 홈 경기 관중은 평균 7673명으로 9개 구단 중 6위다. 대전구장 정원이 1만3000석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놀라운 기록이다. 김응용 한화 감독도 “우리 팬은 보살이다. 정말 고맙다”고 말할 정도다.

 홍씨는 “경기에서 진 뒤 팬들에게 ‘내일 또 오실 거죠’라고 묻는다. 그러면 대부분 ‘네’라고 대답한다. 이런 팬들이 또 어디 있는가”라고 되물었다. 최고의 팬 서비스는 역시 한화의 승리다. 때문에 홍씨는 사비를 들여 승리를 위한 고사를 지내기도 했다. “팀이 4강에 가면 결혼하겠다”는 말도 한다.

 ◆응원단장은 감정노동자=응원단장은 경기가 열리는 3~4시간 내내 뛰고 소리지른다. 체력이 엄청나게 소모된다. 야구 시즌이 끝나도 응원단은 농구단이나 배구단에서 일한다. 홍씨도 프로배구 KEPCO와 현대건설, 여자프로농구 KDB생명 응원단장으로 일했다.

 지난 시즌 공교롭게 KEPCO와 KDB생명도 각각 최하위를 기록했다. 팬들은 ‘영원히 고통받는 홍창화’라는 말로 그를 위로했다. 홍씨는 “현대건설은 플레이오프에 진출했는데 그건 쏙 빼놓고 내가 (꼴찌) 트리플크라운을 했다고 하시더라”며 웃었다.

 몸보다 마음이 힘들 때가 많다. 팀 성적이 좋지 않을 때, 관중이 적을 때가 그렇다. 낙천적인 한화 팬들도 경기 초반 큰 점수 차가 나면 하나둘 경기장을 떠난다. 그는 “빈자리가 많아지면 남은 팬들을 위해 ‘나는 행복합니다(한화 응원가)’를 힘차게 부른다. 아무리 행복하다고 노래해도 힘이 빠지는 순간”이라며 쓴웃음을 지었다.

 ◆김병현 호투로 넥센 선두 복귀=22일 대구경기에서는 LG가 선발투수 리즈의 국내 첫 완투승을 앞세워 삼성을 9-1로 눌렀다. 리즈는 9이닝 3피안타 1실점으로 호투하며 삼성의 5연승을 막았다. LG 타선은 15안타를 쏟아냈다. 넥센은 잠실 두산전에서 8-4로 이겨 4연승을 달렸다. 넥센은 삼성을 밀어내고 단독 1위를 탈환했다. 넥센 선발 김병현은 5와 3분의 1이닝 동안 3실점하며 승리투수가 됐다.

글=김효경 기자
사진=정시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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