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유엔기구 개입 부른 일본의 위안부 망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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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위안부와 관련한 일본 일각의 공공연한 역사 왜곡 발언과 모욕적인 언사가 급기야 국제사회의 비판과 개입을 불렀다. 유엔 경제·사회·문화적 권리위원회(CESCR·사회권위원회)는 21일 “일본은 증오 발언과 위안부 출신 할머니에게 오명을 뒤집어씌우는 행위를 막기 위해 국민에게 위안부에 대한 착취 문제를 교육하길 바란다”고 밝혔다.

 국제기구가 위안부 문제에 대한 일본 사회의 몰이해를 지적하며 강도 높은 대책을 요구한 것은 망언과 왜곡 행위가 도를 넘었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밖에 볼 수 없다. 이번에 CESCR은 3·1절을 하루 앞둔 지난 2월 28일 일본의 한 혐한파 록밴드가 위안부 출신 할머니들을 모욕하는 가사가 들어간 곡을 만들어 그 CD를 보낸 사건 등을 다뤘다.

 일본 정부는 국제기구가 최근 망언을 쏟아낸 하시모토 도루(橋下徹) 오사카 시장이나 니시무라 신고(西村眞悟) 의원을 미처 다루지 않았음에도 이 정도로 심각한 요구를 했다는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 위안부와 관련한 공공연한 망언과 왜곡은 인류의 보편적 가치인 인권을 짓밟고 인륜에 대한 심각한 범죄를 저지르는 것임을 국제사회가 분명히 지적한 것이기 때문이다. 일부 정치인과 극우인사의 망언을 방치하고 부화뇌동하는 바람에 이번 사태를 초래한 셈이다.

 지난 21일엔 국제기구로선 처음으로 유엔 고문방지위원회가 하시모토의 발언을 다뤘다는 사실도 주목해야 한다. 일본 정부가 제대로 된 조치를 하지 않을 경우 수많은 국제기구에서 인권 차원에서 위안부 문제를 줄줄이 공론화할 가능성을 보여줬기 때문이다.

 일본 정부는 국제사회의 지적을 제대로 새기고 위안부와 관련한 진실을 국민에게 교육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의 결단이 필요한 시점이다. 평화자료관 등 일본 시민단체들은 “아베 정권은 위안부에 대한 (하시모토 등의 발언과) 비슷한 발언이 반복되지 않도록 대책을 세우라”고 촉구하고 있다. 일본이 건전한 비판과 자정 능력을 갖춘 양식 있는 사회임을 보여줄 기회이기도 하다.